"한국, 크립토허브 되려면 해외 거래소 유입시키고 과세 문제 해결해야"

바이낸스, 월간테이블서 '한국의 크립토허브 성장 가능성' 다뤄
"한국, 포괄적 규제 부족하지만 성장 기반 갖춰…도약 가능성 有"

(위쪽부터) 치아 호크 라이 싱가포르 핀테크협회 공동 창립자와 윌슨 청 바이낸스 아시아태평양(APAC) 및 중동·아프리카·서아시아(MEASA) 지역 준법감시 책임자가 2024년 11월27일 바이낸스 월간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했다. (바이낸스 월간 테이블 화면 캡처)

(서울=뉴스1) 김지현 기자 = 최근 한국의 가상자산(암호화폐) 산업 발전이 경쟁국들에 비해 뒤처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글로벌 전문가들은 한국이 여전히 글로벌 '크립토허브'로 도약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를 실현하려면 기존 금융 규제를 벗어나 가상자산에 특화된 전문 규제가 필요하며, 글로벌 거래소 유입 허용, 과세 문제 해결 등도 과제로 꼽혔다.

27일 글로벌 거래소 바이낸스는 '한국이 글로벌 가상자산 허브가 될 가능성이 있는가'를 주제로 미디어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했다. 행사에는 치아 호크 라이 싱가포르 핀테크협회 공동 창립자 겸 블록체인 전 협회장, 윌슨 청 바이낸스 아시아태평양(APAC) 및 중동·아프리카·서아시아(MEASA) 지역 준법감시 책임자, 태미 안 로드스타드 파트너가 참석했다.

"한국, 포괄적 규제 부족으로 산업 리스크 있지만 성장 가능성은 커"

우선 치아 호크 라이 공동 창립자는 한국 가상자산 시장에 대해 "싱가포르나 홍콩 등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산업 발전 속도가 늦다"며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포괄적 규제 프레임이 없는 점이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싱가포르와 홍콩은 다양한 글로벌 거래소가 라이선스를 받아 운영 중이지만, 한국은 글로벌 거래소의 진입이 어려워 특정 거래소의 독과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과세 문제까지 다시금 불거졌다"며 "이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한국 거래 시장의 모멘텀이 조금 줄어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윌슨 청 바이낸스 준법감시 책임자는 "한국 정부의 가상자산 규제가 엄격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최근 법정 자문 기구인 가상자산위원회가 생겼고, 첫 회의에서 기업의 가상자산 투자 허용 방안이 논의된 점은 희망적인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 이전에는 가상자산을 단순히 투기 자산으로만 여겼다면 최근에는 투자자들의 투자 포트폴리오 중 하나이자 금융 상품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한국 가상자산 산업의 성장 잠재력에 대해서는 높은 평가를 내렸다. 라이 공동 창립자는 "한국은 700만 명 이상이 꾸준히 가상자산에 투자하고 있는 거대한 시장을 보유하고 있다"며 "혁신을 선호하는 국민성과 우수한 기술 기반도 산업 발전의 강력한 밑거름"이라고 언급했다.

윌슨 청 책임자 역시 "한국은 강력한 규제 속에서도 국제 표준에 빠르게 대응하는 특징이 있다"며 "예를 들어, 한국은 트래블룰을 자국 거래소에 신속히 적용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규제가 정비되고 시장 안정성이 확보되면 진흥 정책도 빠르게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업 성장 위해 과세 문제 해결하고 해외 거래소 유입 허용해야"

그러나 이들은 한국이 크립토허브로 도약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점도 강조했다.

윌슨 책임자는 최근 국내 가상자산 커뮤니티의 뜨거운 화두인 '과세' 문제와 관련해 "아무래도 세금이 낮은 쪽으로 (가상자산) 자금이 흘러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규제 아비트리지를 없애기 위해서는 조금 더 빠르게 다른 금융 허브들과의 공조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예정대로 내년에 국내에서 가상자산 과세가 시행될 경우,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갈 수 있는 데다 정부와 여당이 주장하는 과세 시점인 2027년쯤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암호화 자산 정보교환 체계(CARF)가 구동돼 국가 간 가상자산 과세 데이터에 대한 정보 공유가 원활해질 전망이다.

한국의 기반 상황을 고려하면 내년보다는 2027년이 더 적절한 과세 적용 시점이라는 시각이다.

라이 창립자는 "두바이가 다른 나라에 비해 가상자산 업계에 늦게 뛰어들었지만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독자적인 규제 프레임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한국도 독자적인 가상자산 규제 전담 부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통해 기존의 금융 시장의 프레임을 가지고 오는 것이 아닌 가상자산에 맞는 규제 프레임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글로벌 거래소를 한국으로 유입시켜 거래소 간 공정한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며 "대형 글로벌 거래소들이 들어오면 오더북을 기반으로 큰 유동성을 가지고 올 것이고 이는 한국 가상자산 시장을 훨씬 더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돌아가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태미 안 파트너는 "한국에서 가상자산 사업자들은 벤처 업종에서 제외돼 각종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ICO가 금지돼 자금 조달도 어렵기 때문에 운영 자체가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가상자산 관련 사업을 핀테크 기업으로 인정하고 이들의 성장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mine12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