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가계부채, 주택담보대출보다 '자영업자 대출'이 핵심 리스크"

주택 구입 목적 가계대출 비중 60.2%…"글로벌 평균보다 낮아"
자영업자 연체율 가파르게 상승…"소득여건, 생산성 개선 필요"

서울 종로의 한 대로변 건물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4.7.16/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부채 위험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보다 자영업 부문에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해서는 자영업자의 소득여건 및 생산성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주요국과의 비교를 통한 한국 가계부채 현황과 리스크 분석'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21년 3분기 99.2%에서 2024년 1분기 92%로 꾸준히 하락하고 있으나, 주요국 중에서는 스위스·호주·캐나다·네덜란드에 이어 다섯 번째로 높은 수준이었다.

눈여겨볼 점은 한국과 다른 나라들의 '주담대' 비중 차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보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높은 국가들은 가계부채의 88% 이상을 주택 구입에 활용했다.

그러나 한국의 주택 구입 목적 가계대출 비중은 60.2%로 가계부채 비율이 높았던 타 국가들뿐 아니라 글로벌 평균(66.8%)보다도 낮은 편이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한국의 가계대출 내 주택구입목적 가계대출 비중과 소득 대비 부동산 가격을 고려하면 모기지발 가계대출 리스크는 주요국 대비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25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2024.11.25/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주택 구입을 위한 대출 비중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높은 이유는 '높은 자영업 비중'이라는 한국 경제의 특이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자영업자 대출은 국내 전체 가계대출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는데 최근 자영업자의 연체율이 가계대출 연체율보다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대출 연체율은 2022년 2분기 0.56%에서 올해 2분기 0.94%로 상승한 반면, 자영업자대출 연체율은 같은 기간 0.50%에서 1.56%로 더 빠르게 상승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금리 상승, 서비스업 경기 위축, 상업용 부동산 시장 부진 등이 자영업자의 채무상환 능력을 떨어뜨렸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보다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나라(콜롬비아·멕시코·브라질) 등은 가족, 지역 커뮤니티 등 비공식적 대출에 의존하는 경향이 컸지만 한국 자영업자의 경우 은행 및 금융기관을 주요 자금조달처로 활용했다.

아울러 변동금리 비중이 높은 점 또한 자영업자의 대출 불안정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의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2022년 말 기준 24.7%로 △영국 94.9% △프랑스 99.2% △독일 88.4% △미국 92.0에 비해 극히 낮은 편이었다.

연구소는 "한국 자영업자의 낮은 생산성과 높은 은행 의존도·변동금리 비중 등을 고려했을 때 주요국 대비 자영업자 부실로 인한 가계부채 리스크는 다소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기관들의 복원력 등을 감안할 때 전체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한국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해서는 주택시장의 안정과 함께 자영업자의 소득여건, 생산성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ukge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