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까지 브릿지론 15% 추가 부실…자영업대출 리스크 증가"

한신평·무디스 '한국 금융기관 신용전망' 미디어브리핑
부동산PF 이어 자영업대출 '새 뇌관'…"개선 속도 더딜 것"

17일 서울 서초구의 아파트 단지. 2024.11.17/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한국신용평가(한신평)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중 본 PF 이전 사업 초기 단계에 실행하는 고금리 단기대출 '브릿지론'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15% 내외의 추가 부실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와 함께 그간 부동산PF에 가려졌지만 고금리와 경기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가계신용·자영업대출 위험도도 높아져, 상대적으로 영향이 큰 비은행 금융기관에서 부실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신평과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20일 '한국 금융기관 및 비금융 기업 신용 전망' 공동 미디어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신평은 내년 상반기까지 브릿지론에서 15% 내외의 추가 부실을 예상했다. 앞서 지난 8월 금융감독원은 부동산 사업성 평가 기준을 4단계(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로 세분화하는 등 기준을 확정하고, 금융권 총 PF 익스포져 216조 5000억 원 중 33조 7000억 원에 대한 1차 사업성 평가를 발표한 바 있다.

이 중 21조 원가량이 '정리 대상'인 '유의·부실우려' 등급을 받았는데, 한신평은 매 분기 평가 결과에 따라 구조조정 대상이 당분간 더 늘어 부실 규모가 더 커진다는 예측이다. 세부적으로 브릿지론의 경우 기존 양호·보통 사업장의 20~30%, 잔액 기준으로 12~16% 내외의 추가 부실이 예상된다.

이는 양호·보통 사업장 중 사업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비수도권, 비주거 사업장의 대출 만기 유예 횟수 등을 감안한 수치다. 아울러 1차 사업성 평가 대상 사업장이 이미 연체가 진행됐거나 3회 이상 만기를 연장해 부실 가능성이 높은 사업장만이 대상이었던 점도 감안했다.

위지원 한국신용평가 금융/구조화평가본부 실장은 "현재 사업성 평가 대상이 아닌 양호·보통 등급의 사업장 중 20~30% 정도는 유의·부실우려 등급이 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브릿지론에서 유의 이하 비율 등급은 대략 15%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경우 업권별로 1년 후 브릿지론에서 유의 이하 비율은 저축은행(42%→54%), 증권(32%→45%), 캐피탈(20%→36%) 등으로 확대된다.

위 실장은 "1차 구조조정 대상이 정해졌으나, 매 분기 평가 결과에 따라 구조조정 대상이 더 늘어날 것"이라며 "무엇보다 구조조정 대상 사업장 대부분이 지방에 위치한 토지라 사업성 확보가 쉽지 않아 점검이 계속 필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기간 브릿지론 손실 인식이 내년 6월 말 마무리됨에 따라, 이때부터 손실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장기 대응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특히 캐피탈업의 경우 업황 부진에 따라 충당금을 흡수할 정도의 이익을 내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위 실장은 "내년 6월 말 브릿지론 손실 인식은 어느 정도 마무리될 것"이라면서도 "일부 증권사와 A급 캐피탈의 경우 지나치게 부동산에 편중된 수익이 대부분이라, 충당금을 흡수할 정도의 이익을 내는 것이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했다.

그간 부동산PF 리스크에 가려져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자영업대출 리스크가 새 뇌관으로 떠오를 수 있다고도 내다봤다. 장기간의 고금리, 경기 부진, 모럴 해저드 등 개인파산·회생 신청 건수가 지속 증가 중인데, 추후 자영업대출 부실과 연계된 가계대출 리스크까지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2022년 6월 말 이후 취약차주 중심으로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 중이다. 올해 1분기 기준 자영업자 취약차주 수 비중은 전체 12.7%에 달하며, 가계 취약차주 수 비중도 6.4%다. 이는 2022년 각각 10.6%, 6.0%에 비해 오른 수치다. 추후 저축은행, 캐피탈, 신용카드업권에 영향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기준금리 인하로 연체율이 일정 부분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지만 △장기화한 고금리 △금리 상승 폭이 컸던 점 등 연체율 개선 속도가 더딜 것이라는 관측도 내놨다.

위 실장은 "금리 인하 후 통상 12~18개월 후 연체율이 개선되던 것보다 더 긴 기간을 거쳐 서서히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하 자체는 비은행 금융권에 전반적으로 긍정적이라고 봤다. 일례로 저축은행업권은 예금금리 하락으로 인한 평균 조달비용률 하락이 내년도에 더 개선되며, 캐피탈업권은 추가 기준금리 인하 시 조달비용이 개선될 수 있다.

다만 이미 시장금리에 선반영된 폭을 감안할 때 추가 금리 하락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라고 했다.

한편 무디스는 우리나라 은행업 전망은 올해 안정적에서 내년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주원 무디스 이사는 "평균을 하회하는 경제성장률과 고금리 환경으로 취약차주 건전성 우려 및 부동산 경기 부진으로 인한 수익성 측면에서 부정적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doyeo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