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된 임종룡號 '은행장 오디션'에 쏠린 눈
행장 롱리스트 공개 않기로…후보군 공개시 '외풍' 우려한 듯
조병규 은행장 연임 이목 집중…'은행장 오디션'은 진행중
- 김근욱 기자, 김현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김현 기자 = 우리금융그룹이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군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을 전망이다. 임 회장은 CEO 선임 때마다 반복되는 우리금융 내 파벌 갈등을 종식시키겠다며 지난해 3월 오디션 형식의 은행장 선발 절차를 도입했다. 그러나 1년 만에 다시 깜깜이 선발 방식으로 복귀하면서 취임 일성이 올해에도 지켜질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 이사회는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군(롱리스트)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우리금융그룹 관계자는 "올해는 후보군을 공개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비공개의 구체적인 배경은 밝히지 않았다.
기존 은행장은 금융지주 사외이사로 구성된 자회사대표이사추천위원회(자추위)가 비공개로 선임해 왔다. 문제는 사외이사 대부분이 최고경영자(CEO)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사실상 '거수기' 노릇을 하는 상황이었던 터라 은행장 선발도 사내 파벌과 수뇌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임 회장은 지난해 3월 취임 이후 오디션 형식을 차용한 '은행장 선정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외부 전문가 심층 인터뷰부터 면접까지 총 4단계로 구성된 이 프로그램은 자추위 내부 논의로만 은행장을 선임했던 그간의 절차와 달리 오디션을 통해 다각적인 검증절차를 밟는 것이 핵심이다.
실제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총 64일에 이르는 오디션 끝에 행장 자리에 올랐다. 임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분열과 반목의 정서, 낡고 답답한 업무 관행, 불투명하고 공정하지 못한 인사 등 음지의 문화는 이제 반드시 멈춰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1년여 만에 우리금융 이사회가 차기 은행장 후보군을 비공개하기로 선회한 것을 두고 내부 갈등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우리금융 안팎에선 우리금융 이사회가 조 행장을 교체하는 쪽으로 의견이 기울었으나 조 행장이 연임 의지를 강하게 피력하면서 후보자 공개가 어렵게 됐다는 얘기가 들린다.
일각에선 조 행장의 연임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이 있지만, 취임한지 1년 4개월밖에 되지 않은 조 행장으로선 다소 억울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올해 우리금융·은행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금융사고를 겨냥해 'CEO 책임론'을 언급한 상황에서 우리금융 이사회의 고민도 깊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월부터 한 달 넘게 금감원의 정기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은행장 후보군 공개가 어려운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금융당국은 개별 금융사의 인사에 공식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은행장 선임 일정과 맞물려 진행되는 금감원의 정기 검사는 상당한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우리은행장 선임 과정에서 이사회 논의 내용 또는 정보가 유출되거나 파열음이 날 경우에 대한 부담도 '비공개 선회'의 이유로 거론된다. 자칫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리더십에 타격을 줄 수도 있어서다. 최근 우리금융은 사외이사들로부터 정보가 자꾸 유출된다는 판단에 입단속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금융의 한 관계자는 "은행장 오디션을 앞으로 더욱 강화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올해도 진행할 것으로 생각했으나 아무 발표가 없어서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CEO 선발과 관련해서는 내부 직원들에게도 아무 공지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우리금융 안팎에선 박장근 우리은행 리스크관리그룹(CRO) 부행장, 유도현 경영기획그룹 부행장, 김범석 국내영업 부문 개인그룹 부행장, 기동호 기업투자금융 부행장, 이석태 우리금융저축은행 대표, 박완식 우리카드 대표, 강신국 우리PE자산운용 대표 등이 차기 우리은행장 롱리스트에 포함될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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