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고무줄 회계' 오명에…금융당국 "옥석가리기 계기될 것"

금융위, IFRS17 주요 계리가정 가이드라인 발표
K-ICS 비율 20%p 하락 추정…"건전성 문제 없어"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차 보험개혁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11.4/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그간 보험사가 낮은 보험료를 내세워 고객을 유치한 무·저해지 상품의 '계리가정'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됐다. 무·저해지 상품의 경우 해지 시 환급금이 없거나 적어 해지율이 낮을 것으로 예상되나,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경험통계' 부재를 이유로 보험사가 높은 해지율을 가정한다는 문제가 제기되면서다.

금융당국은 이에 따른 신지급여력제도(K-ICS) 비율 하락이 예상되지만, 보험사의 계리가정에 대한 합리적 산출 기틀을 마련할 것이라며, 이 기틀에 따라 보험사간 '옥석 가리기'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7일 금융위원회는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제4차 보험개혁회의를 개최해 'IFRS17 주요 계리가정 가이드라인'과 '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 연착륙 방안'을 논의 후 이같이 밝혔다.

우선 금융당국은 'IFRS17 주요 계리가정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국제회계기준(IFRS17)은 결산 시점의 시장금리를 감안한 할인율과 손해율, 해지율 등 최적의 계리가정을 반영해 보험부채를 시가평가한다. 이 계리가정은 개별 보험사가 경험통계, 계약자 특성 등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추정한다.

다만 각 보험사가 손해율과 해지율 등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가정해 '자의적 가정', '고무줄 회계이익' 등의 비판을 받는 등 적정성 논란이 제기돼 왔다. 보험사가 자의적으로 가정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손익에 드러나지 않지만, 미래에 위험이 넘어가게 되고, 위험이 누적될 경우 건전성이 급격히 악화할 우려가 있어서다. 이 경우 보험회사 부실, 장래 보험료 급증 등을 유발해 보험계약자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전가될 수 있다.

일례로 무·저해지 상품의 경우 그간 비합리적인 가정을 전제로 상품의 수익성이 산출돼, 상품 쏠림현상이 심화하기도 했다. 지난 2018년 11.4%에 불과한 무·저해지상품 신계약 비중은 올해 상반기엔 63.8%까지 올랐다.

특히 무·저해지 상품으로의 승환 증가로 표준형 상품의 해지가 증가하면 이를 근거로 다시 무·저해지 상품의 해지율을 높게 추정하는 악순환으로도 이어졌다.

고영호 금융위 보험과장은 "무저해지 상품은 나온 지 얼마 안 돼 경험통계가 없어 앞으로의 해지율을 추정해 봐야 하는데, 지금까지 보험사들이 추정한 방식은 합리성이 크게 높아 보이지 않는다"며 "높은 해지율을 가정한다면 보험사의 수익성만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부족한 경험통계를 보완할 해외사례·산업통계를 통해 분석 후, 완납 시점 해지율이 0%에 수렴하는 모형 중 로그-선형모형을 '원칙모형'으로 설정했다.

다만 보험사마다 다른 경험통계 특수성으로 다른 모형을 적용할 경우 △한정된 모형 내 △감사보고서·경영공시에 다른 모형 선정의 특별한 근거와 원칙모형과의 차이(CSM, K-ICS, 당기순이익 등)를 상세히 공시 △금감원이 집중 점검하는 등 엄격한 요건을 충족하도록 했다.

고 과장은 "(다른 모형 사용 시)공시가 옥석가리기가 될 것"이라며 "수익성이 안정적이고 변동성이 작은 보험사는 어디인지를 볼 수 있는 중요한 사항"이라고 했다.

이태기 금융감독원 보험리스크관리국장은 "현재 IFRS17 주석 사항 개정을 추진 중으로, 부실공시 시 제재를 할 수 있게 된다"며 "다른 모형을 선택한 모든 회사에 대한 현장점검을 실시할 것이고, 계리법인에 대해서도 감리 근거를 신설해 외부 검증 등 집중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해지율 가이드라인에 따라 보험료가 상승할 수 있을 것이란 우려에 대해선 이 국장은 "단기적으로 상승 요인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속 가능한 상품 개발이라는 의미 있는 발전"이라며 "어느 정도인지 정확한 추산은 어렵지만 일부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기납 종신보험의 보너스 지급시점 해지율은 '최소 30% 이상'을 제시했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납입 기간이 5~7년으로 짧으나, 10년 시점 보너스 지급돼 환급률이 높은 종신보험을 의미한다. 이에 가입자는 사실상 '저축성 상품'처럼 인식해 보너스 수령 시 해지할 유인이 크다.

다만 보너스 지급 시점에 환급금 수령 목적의 추가 해지를 고려하지 않는 사례가 다수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금융당국은 향후 보너스 지급 시점에 추가 해지가 대량 발생 시 유동성 부담 및 당기손실 급증이 우려돼 최소 30% 이상이라는 합리적 수준의 추가 해지를 반영하도록 개선을 추진한다.

금융위는 "30% 최소 기준은 방카채널 일시납 저축성보험의 11차 연도 해지율 최근 10년 평균이 29.4%~30.2%인 점을 감안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다수의 보험사가 보험부채 산출 시 손해율 가정에 연령을 구분하지 않고, 경과 기간·담보별로만 구분하는 점을 지적하며 연령을 구분해 손해율을 산출하도록 한다. 연령에 따른 손해율 추세가 반영되지 않으면 향후 보험부채와 보험계약마진(CSM)이 부정확하게 산출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자체 통계가 충분한 경우에는 경과기간별·연령별 손해율을 직접 산출하고, 직접 산출이 어려운 경우에는 경과기간별 연령합산 손해율과 연령별 상대도를 활용해 간접적으로 산출하도록 했다.

할인율의 경우 IFRS17 안정적 정착을 위해 지난해 8월 '할인율 단계적 현실화 방안'에 따라 올해부터 시행돼 내년 최종관찰만기(보험국채 할인율 곡선에서 실제 국고채 금리를 활용하는 구간)의 확대(현행 20년→30년)가 계획됐으나, 최근 시장금리 하락으로 당초 예상 수준을 상회하는 영향이 발생해 속도 조절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당국은 최종관찰만기 관련 정량적·정성적 분석 결과를 종합 검토하고, 금감원 할인율 운영 자문위의 논의 등을 거쳐, 최종관찰만기를 30년으로 확대하되 3년간 단계적으로 적용해 나갈 방침이다.

한편 지난 4일 K-ICS 비율 산출 시 무·저해지 상품의 특성에 맞는 위험액을 추가하는 '보험건전성 감독 강화방안'과 함께 이번 가이드라인 등을 적용 시, 국고채 10년물 금리 3.0% 기준 보험업권 K-ICS 비율은 지난 6월 말 대비 약 20%p 내외 하락할 것으로 추정된다.

보험업법상 K-ICS 비율 기준은 100%이며, 당국 권고치는 150% 이상인데,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 보험사 K-ICS 비율은 217.3%다. 금융당국은 업권 전반의 건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면서, 개별 회사에 대한 영향은 기존 경과조치에 포함해 수용성을 높일 예정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속 가능한 보험산업을 위해서는 보험회계에 대한 불신을 반드시 타파해야 한다"며 "이번 개선조치를 보험회사가 계리적 가정을 가정을 합리적으로 산출하는 기틀을 마련하고 산업이 장기적인 시계에서 성숙하는 토대가 확립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doyeo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