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점당 대출 한도 수억원"…은행권 '대출 셧다운'에 소비자는 '발동동'

은행권 줄줄이 '모바일 대출 신청' 중단…"연차 내고 가야할 판"
은행 찾아가도 사실상 '대출 불가'…'실수요자 보호'는 어디로

신한은행, 우리은행 모바일 앱 화면 캡처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은행권이 가계대출 억제를 위해 모바일 대출 등 비(非)대면 창구를 닫는 초강수 조치를 꺼내 들면서 소비자 불편이 심화하고 있다.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은행 창구에 직접 방문해야 하는데 직장인의 경우 은행 대기 시간 등을 고려해 연차까지 써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은행을 찾아가더라도 실제 대출을 받기는 '바늘구멍 뚫기'라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의 경우 올해 가계대출 목표치를 이미 초과하면서 11월 지점당 대출 한도가 수억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사실상 대출을 받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은행과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대출 상담사들은 '대출 찾아 삼만리'가 벌어졌다고 입을 모은다. 당장 올해 11~12월 살 곳을 찾아야 하는 소비자들의 연락이 하루에도 수십통씩 쏟아지고, 대출이 가능한 은행을 3~4개씩 찾아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은행권 줄줄이 '모바일 대출 신청' 중단…초강수 던졌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오는 12월 8일까지 비대면 부동산 대출(주택담보대출·전세대출 등)을 받지 않기로 했다. 당초 비대면 신용대출만 중단했다가 범위를 부동산 대출까지 넓힌 것이다.

실제 우리은행 모바일앱 우리(WON)뱅킹에서 부동산담보대출을 실행하자 "현재 준비된 대출 한도가 모두 소진됐다"는 문구가 나타난다.

우리은행에 이어 신한은행도 전날(6일)부터 비대면 가계대출 상품 판매를 한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그간 일일 신청량을 제한하는 방식을 사용했으나 이제는 아예 신청 자체를 받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은행권은 '가계대출 연간 목표치'를 맞추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한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증가 폭을 관리하기 위해 올해 초 은행으로부터 '연간 경영 계획'을 제출받았다. 다만 올해 7~8월 부동산 상승세에 따라 대출 수요가 급증하면서 은행권은 이미 연간 목표치를 초과했다.

/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은행 찾아가라지만…지점당 대출 한도 수억원?

은행들은 영업점을 통한 접수는 막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문제는 은행을 찾아가더라도 사실상 '대출 불가'라는 것이다. <뉴스1> 취재에 따르면 일부 시중은행의 경우 올해 11월 지점별로 허용할 수 있는 가계대출 한도가 수억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 1~2건만 처리해도 5억~10억원을 넘기는 상황인데 월 한도가 수억원인 것은 그냥 대출을 받지 말라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에 당장 살 집을 찾아야 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선 대출이 가능한 은행을 수소문 하는 '대출 찾아 삼만리'가 벌어졌다. 은행별 대출 여력을 알 길이 없는 소비자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대출 상담사를 찾고 있다.

한 시중은행 대출상담사 A 씨는 "방금도 한 손님이 12월 입주 부동산 계약서를 들고 찾아왔다"면서 "은행에서 대출 못 받으면 계약금을 날리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제가 맡고 있는 은행은 이미 대출 한도가 초과해서 다른 은행 상담사를 연결해 줬다"며 "대출되는 은행을 찾기 위한 애타는 연락이 쏟아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수요자 보호'는 어디로…2금융권 찾는 소비자들

은행 대출을 거절당한 소비자들은 이자와 조건이 까다로운 '2금융권'의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다. 실제 은행권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대출 수요가 2금융권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2금융권에서만 지난 한 달 새 가계대출이 2조원가량 불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지난 8월을 제외하고 올해 모두 전월 대비 감소하는 추세였으나 지난달 급등한 것이다.

"실수요자 피해를 최소화하고, 투기 수요를 잡겠다"는 금융당국과 은행권의 구호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실수요자 보호가 원칙이지만 모든 실수요자 모두에게 대출을 내어줬다간 대출이 다시 쏠릴 수 있다"면서 "연말까지는 대출을 제한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ukge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