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출 옥죄기' 나선 우리은행…직원 KPI 변경, 대출 줄여야 '가산점'

연말까지 '영업점 금리 전결권' 회수…KPI 평가도 10월까지 마감
정책 변경에 직원 혼란…조병규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후퇴"

(우리은행 제공)

(서울=뉴스1) 김근욱 박동해 기자 = 우리은행이 가계 대출에 이어 '기업 대출 옥죄기'에 돌입했다. 동양생명 인수와 밸류업 계획에 맞춰 은행의 자본비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우리은행은 대출 자산을 줄이기 위해 핵심평가지표(KPI) 기준을 11월에서 10월로 변경하는 한편, 대출 잔액을 줄이면 KPI 평가에 가산점을 부여하기로 했다.

급작스런 평가 기준 변경으로 일부 직원 사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자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로 이해해달라"라며 수습에 나섰다.

임직원 KPI 변경·대출 줄이면 가산점까지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전 영업점에 '그룹장 여신금리 전결권'을 연말까지 일시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이는 영업점 차원의 우대금리를 중단하는 것으로, 사실상 '기업 대출' 영업을 중단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또 우리은행은 직원들의 기업대출 관련 KPI(핵심성과지표) 산출도 10월 말까지로 마감하기로 했다. 직원 평가에 11~12월 대출 성과가 포함되지 않는 만큼 대출 영업에 나설 동기가 줄어든다.

특히 우리은행은 기업 대출 잔액이 줄어들 경우 KPI에 오히려 가산점을 주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두고 일부 직원들 사이에선 '오락가락식' 대출 전략 변경에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CET1 비율 개선에 전사 역량 집중"

이번 조치에 대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위한 자본 비율 관리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출 중단이 아닌 속도 조절 차원"이라고 덧붙였다.

우리금융은 지난달 25일 실시한 3분기 콘퍼런스콜에서 "보통주 자본 비율(CET1) 개선에 그룹사의 전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CET1은 금융사의 손실 흡수능력을 보여주는 수치로 '주주환원 정책'의 기준으로 활용된다.

당시 우리금융은 2025년까지 CET1비율 12.5% 조기 달성을 추진하겠다는 새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CET1비율은 금융사의 손실 흡수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통상 13%를 넘으면 주주환원 여력이 충분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올해 3분기 기준 우리금융의 CET1 비율은 12.0%다.

조병규 은행장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

조 은행장은 전날 임직원 편지를 통해 "미국 대선·중동 전쟁 확산 등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 확대가 환율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자본 비율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며 "밸류업 계획에 따른 시장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연말까지 은행의 자본비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출자산 감축은 물론, 임대업 등 특정 업종에 치우진 자산 리밸런싱과 연체율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여신심사, KPI 기준 변경 등 정책 변화로 열심히 일하고 계신 직원분들에게 혼란을 드린 점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 드린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장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하고, 평가상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며 "미래 더 큰 도약을 위한 재정비 시간으로 삼을 수 있도록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의 어려운 결정에 적극 동참해달라"고 덧붙였다.

ukge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