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 연속 벌어진 예대금리차…시장 역주행하는 은행권 '가산 금리'
5대 은행, 예대금리차 0.734%p…전월비 0.164%p 증가
시장금리는 연 최저점인데…"은행권 가산금리 인상한 결과"
- 김근욱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시장 금리가 연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와중에도 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의도적으로 인상하면서 은행권 '예대금리차'가 2개월 연속 확대됐다. 가계대출 관리를 이유로 대출 금리를 연달아 인상한 결과다.
예대금리차는 대출 금리에서 예금 금리를 뺀 값으로, 금융사의 수익성과 직결되는 지표다. 실제 5대 금융지주는 금리 하락에 따른 실적 악화 우려와 정반대로 올해 3분기 나란히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31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9월 신규 취급액 기준 가계 예대금리차(정책 서민금융 제외)는 평균 0.734%포인트(p)로, 8월 0.570%p 대비 0.164%p 벌어지면서 2개월 연속 상승했다.
은행별 예대금리차는 NH농협은행이 1.05%p로 가장 컸고 △KB국민 0.98%p △하나 0.68%p △신한 0.53%p △우리 0.43%p 순으로 나타났다.
5대 은행의 예대금리차는 올해 1월 평균 0.822%p에서 등락을 반복하다 4월(0.764%p)부터 7월(0.434p)까지 하락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지난 8월부터 0.570%p로 확대되면서 상승세로 방향을 틀었다.
짚어야 할 점은 지난 8월에 이어 9월에도 '시장 금리'는 연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고정형) 금리 산정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무보증·AAA)은 지난 8월에 이어 9월에도 평균 3.22%를 기록했다.
이는 올해 시장 금리가 가장 높았던 지난 2월(3.88%)과 비교하면 0.66%p나 떨어진 수치다. 시장 금리는 연 최저치로 떨어졌지만, 예대금리차는 오히려 더 확대된 것이다.
이처럼 시장 금리가 연 최저치를 유지했음에도 예대금리차가 벌어진 배경엔 은행들의 의도적인 금리 인상이 있었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9월 예금은행 가계대출 금리는 4.23%로 전월(4.08%) 대비 0.15%p 높아졌다. 지난 8월에 이어 두 달째 상승세다.
가계대출 가운데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3.51%에서 3.74%로 0.23%p나 올랐다. 이는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방침 아래 은행권에서 이른바 '금리 인상 릴레이'가 벌어진 결과다.
김민수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주요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 금리가 보합세를 보였으나,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인상하면서 평균 주담대 금리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종합적으로 전체 은행권 대출금리는 4.48%에서 4.62%로 0.14%p 오르면서 지난 6월 이후 4달 만에 상승 전환됐다.
실제 5대 금융지주는 금리 하락에 따른 실적 악화 우려와 정반대로 올해 3분기 나란히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금융권은 이번 역대급 실적을 이례적인 경우라고 본다. 금리 하락기에는 시장 금리가 떨어져 은행의 이자 이익도 함께 감소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기준금리 인하의 긍정적 효과가 고금리로 부담이 컸던 금융 소비자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은행권 '이자 장사'에 대한 지적이 다시 불거지는 상황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30일 "삼성전자가 엄청난 이익을 내면 칭찬하지만, 은행이 이익을 내면 비판하는 차이가 뭘까 고민해야 한다"면서 "은행은 과연 혁신이 충분했나, 혁신을 통한 이익이냐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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