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 '역대급 실적' 일등 공신은 정부?…전문가도 "관치금융 결과"
8월 시중금리 '연저점' 찍었는데…금융지주는 '역대급 순익' 왜?
잇단 금리 인상에도 계속되는 '영끌 광풍'…금융사만 '방긋'
- 김근욱 기자, 김도엽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김도엽 기자 = 4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이 올해 3분기 나란히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배경엔 역시 '대출 이자'가 있다. 특히 전 국민의 '부동산 투자' 염원이 모아진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중심으로 한 가계대출 증가가 금융지주의 실적을 견인했다.
짚어야 할 점은 금리 하락기엔 금융사의 '이자 이익'이 감소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실제 지난 8월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시장 금리가 '연저점'을 기록한 시기다.
금리 인하기에 금융사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전문가들은 "한국식 관치 금융의 결과"라고 지적한다. 금융사들이 '이자 장사'를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장사판을 깔아줬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그룹의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1.4% 늘어난 4조 9252억 원으로 집계됐다. 기존 최대 실적이었던 지난 2022년 3분기 4조 8876억 원을 넘어서는 '역대 최대' 실적이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4대 금융 합산 14조 2654억 원으로, 지난해 13조 6049억 원 대비 약 4.8% 늘었다. 3분기 누적 순이익 기준으로도 '역대 최대' 실적이다.
금융권은 이번 역대급 실적을 이례적인 경우라고 본다. 금리 하락기에는 시장 금리가 떨어져 은행의 이자 이익도 함께 감소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금융지주사들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할 때도, 금리 하락기에 접어드는 올해의 경우 이자 이익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실제 은행권 주담대(고정형) 금리 산정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무보증·AAA)은 지난 8월 5일 3.101%를 기록하며 '연저점'을 기록했다. 시장 금리가 떨어졌는데도 이익은 '역대 최대'를 찍은 것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식 관치금융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은행들은 지난 7월 시장금리 하락에 따라 주택담보대출을 최저 2.8% 금리로 제공했었다. 다만 정부가 가계대출을 억제하라는 메시지를 낸 후 은행권이 일제히 금리를 인상한 결과, 주담대 금리는 최저 4%대까지 뛰어올랐다.
실제 금리 하락기에도 금융사들의 '이자 이익'은 여전히 견고했다. 4대 금융지주의 올해 3분기 누적 이자 이익은 31조 2078억 원으로, 지난해 30조 2433억 원 대비 1조 원가량 늘었다.
강 교수는 "금융기관끼리 제대로 된 경쟁이 이뤄졌다면 (릴레이 금리 인상)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면서 "정부가 판을 깔아준 결과 은행들이 너도나도 대출 이자를 올릴 수 있었다"고 꼬집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로 집값을 잡으려 하는 판단 자체가 잘못"이라고 지적한다. 금리를 높여 주택 매수 심리를 억제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가능하지만,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수십억 원을 대출받더라도 사야 한다는 '비정상적 심리'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은행권이 대출 금리를 연달아 인상했음에도 대출 수요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2금융권으로 옮겨가는 '풍선 효과'까지 발생하고 있다. 결국 대출 금리와 대출 총량이 동시에 오르면서 금융사의 실적도 날개를 달고 있다.
금융권은 이자 장사에 대한 비판을 우려하면서도, 금융당국이 제시한 '가계대출 목표치'를 맞추려면 금리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 수요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대출 금리를 떨어트리면 곧바로 소비자들의 대출 신청이 쏠리게 된다"고 말했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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