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조이기' 효과내나…5대 은행 주담대 6000억 줄었다

10월 주요 은행 가계대출 1603억↓…주담대만 6029억 감소
금융당국, 리스크 사전 차단…이복현 "모든 감독수단 활용"

서울 한 은행 영업점 대출 광고. 2024.10.9/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주요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이달 들어 1000억 원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공휴일이 많았던 영향도 있긴 하지만,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과 은행권 자체 가계부채 관리 등 '대출 옥죄기' 효과가 나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4년 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하며, 자칫 주춤하던 수도권 집값에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쏠린다. 금융당국은 금리 인하에 따라 주택가격 상승 기대감에 불을 지필 수 있는 만큼, 감독수단 사용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기로 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주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30조 8068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말(730조 9671억 원) 대비 1603억 원 줄어든 액수다.

역대급 '영끌 광풍'이 일었던 지난 7월(7조 1660억 원), 8월(9조 6259억 원) 이후 9월 들어선 5조 6029억 원으로 증가세가 꺾였는데, 이달 들어선 오히려 잔액이 감소한 것이다.

그간 가계대출 증가세를 이끌었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잔액이 감소한 영향이 컸다.

지난 10일 기준 주요 5대 은행 주담대 잔액은 573조 8853억 원으로, 지난달 말 574조 5764억 원 대비 6911억 원 줄었다. 역대 최대 증가 폭을 기록한 지난 7월(7조 5975억 원), 8월(8조 9115억 원)에 비해 지난달엔 5조 9148억 원으로 증가세가 감소했는데, 이달 들어선 오히려 줄었다. 세부적으로 주요 5대 은행 중 4곳의 잔액이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일(국군의날 임시공휴일), 3일(개천절), 9일(한글날) 등 공휴일이 많은 영향이 있기도 했지만, 지난달 시행된 2단계 스트레스 DSR뿐만 아니라 은행권 자체 시행 중인 가계대출 대책이 효과를 낸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책 강화 전 '막차타기' 수요가 몰린 기신청 대출접수 건이 점차 소화되고 있는 것이다.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 10일 기준 103조 8889억 원으로 지난달 말 103조 4571억 원 대비 4319억 원 늘었다.

다만 기준금리 인하가 자칫 둔화세를 보이던 서울 집값 상승세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29주 연속 상승세지만 △0.23%(9월 둘째 주) △0.16%(9월 셋째 주) △0.12%(9월 넷째 주) △0.10%(9월 다섯째 주) △0.10%(10월 첫째 주) 등 점차 둔화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로 번질 가능성을 연일 차단 중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확실하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금융위가 최근에는 가장 가계부채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11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우리 경제 주요 부담으로 지목되는 가계부채는 금리 인하에 따라 주택가격 상승 기대감 등으로 언제라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금융사 스스로 자체적인 관리 노력을 계속해 나가되, 가계부채 위험이 지속되는 경우 필요한 감독수단을 모두 활용해 적기에 과감히 실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등 철저한 관리 기조를 유지할 것"을 당부했다.

한은 또한 '매파적 인하'임을 강조했다. 특히 '투기 수요'에 대해 이창용 한은 총재는 "갭 투자를 하고 싶으면 금융 비용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 고려하면서 하시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경고했다.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연내 추가 금리 인하 없이 '유지'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도 냈다.

금융권 관계자는 "연내 추가 금리 인하가 없을 경우 대출금리 기준이 되는 시장금리가 오히려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며 "이미 시장금리에 인하 기대감이 선반영된 만큼 추가 기준금리 인하 없이 대출금리가 내려갈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doyeo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