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5개월만에 기준금리 인하…주담대 금리 떨어질까

대출금리 연동 시장금리 이달 들어 상승
금융당국, 가계대출 관리 총력…인하 어려울 듯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4.10.11/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4년 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이에 연동되는 대출금리가 내려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칫 불붙은 부동산 '영끌' 심리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하며 당분간 대출금리 인하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미 시장금리에 기준금리 인하가 선반영돼 있는 점도 감안됐다.

한은 금통위는 11일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를 열고 현재 연 3.50%인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했다.

2023년 1월 3.25%였던 기준금리를 3.50%로 인상한 이후 동결 추세를 이어가다 21개월 만에 첫 기준금리 인하다. 지난 2021년 8월 0.25%p 인상 이후 3년 2개월 만에 통화정책 전환(피벗)이 이뤄진 것이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자체는 4년 5개월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해 2월부터 올해 8월까지 13회 연속 기준금리가 동결됐는데, 한은이 지난 2020년 5월 기준금리를 0.75%에서 0.50%로 내린 후 4년 5개월 만에 인하에 나선 셈이다.

당초 한은은 서울 아파트 가격 급등, 가계대출 증가 등 부동산 시장 폭등 우려로 기준금리 인하를 망설인다는 관측도 있었으나, 지난달 1%대를 기록한 물가 상승률 등 거시 경제 상황이 금리 인하 여력이 충분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정부도 가계부채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재차 강조하며 한은의 우려를 일부 덜어낸 것으로 보인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와 관련한 질문에 "확실하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금융위가 최근에는 가장 가계부채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대출금리가 곧바로 내려가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기준금리에 연동되는 시장금리가 이달 들어 오히려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 7~8월 사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이미 시장에 선반영돼있는 영향도 있다.

일례로 주담대 5년 고정형 기준금리로 사용되는 은행채 5년물의 경우 이달 초 3.159%에서 지난 10일 기준 3.319%로 올랐다. 변동금리 기준금리로 사용되는 은행채 6개월물의 경우도 이달 초 3.396%에서 지난 10일 기준 3.413%로 오른 상태다.

변동형 금리의 경우 매달 15일 공시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에 연동돼 시차를 두고 인하·인상 여부가 결정되는데, 현재 흐름대로라면 변동·고정형 금리가 모두 오를 것으로 예측되는 셈이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늦어질 것으로 예측되는 점도 추후 시장금리가 내려가기 힘든 배경이기도 하다.

더욱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 속 은행권이 자체적으로 가산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인상하고 있어, 실제 차주의 체감 효과도 크지 않을 전망이다. 가계대출 관리 기조 속 금리를 내리기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주요 은행은 지난 7~8월 사이 22차례 주담대 금리를 인상했고, '투기 수요는 잡고 실수요 위주'의 대출 심사 강화 정책을 발표한 데 이어, 최근엔 다시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서는 상황이다. 지난달부터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됐기도 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시장에 선반영돼있고, 올해 한은 총재가 추가 인하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 당분간 대출금리도 유지되거나 오히려 소폭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주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담대 5년 주기형 금리는 3.71~6.11%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7월 초 2.88~5.71% 대비 크게 오른 수준이다.

doyeo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