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 미정산 상품권 3000억원대…3분의 2가 '보증보험' 미가입

이정문 의원 "제2 티메프 방지 사각지대 살펴야"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티몬·위메프 정산·환불 지연 사태로 사실상 사용이 정지된 해피머니 상품권 피해자들이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2024.8.2/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티몬·위메프(티메프)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에 휘말린 상품권사 대부분이 지급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품권사 미정산금액의 3분의 2가 넘는 2000억 원대 규모다.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티메프에 입점한 상품권사는 총 28개사다.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가 불거진 후 미정산금액은 3228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금융당국으로부터 전자금융거래법상 선불전자지급 수단발행업(선불업)을 등록하지 않아, 지급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업체는 25개사다. 이들의 티메프 미정산금액은 2174억 원에 이른다.

대표적으로 △해피머니아이앤씨(해피머니) 1077억 원 △한국페이즈서비스(도서문화상품권) 231억 원 △쿠프마케팅 144억 원 △엠트웰브 133억 원 △와이티엔 123억 원 △케이티알파 74억 원 △코리아트래블즈 72억 원 △한국금거래소디지털에셋 61억 원 △슈퍼콘 54억 원 △코페이 53억 원 △원큐브마케팅 52억 원 등이 있다.

앞서 지난달 15일 '제2머지포인트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전자금융거래법 개정된 바 있다. 개정안에 따라 상품권 발행업체 대부분은 선불충전금 100%를 신탁, 예치 또는 '지급보증보험' 방식으로 별도 관리해야 한다. 선불업자가 고객의 선불충전금을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선불업자가 파산하는 경우에도 선불충전금 관리기관이 이용자에게 우선 환급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법 개정 전이라 티메프 정산 지연 사태가 발생해 상품권 발행업체 대부분이 선불업자로 등록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발행 잔액 30억 원 미만, 연간 발행총액 500억 원 미만의 영세사업자는 선불업 등록 의무가 면제되기도 했다.

실제 미정산금액 규모가 가장 큰 해피머니의 이용약관 제11조에는 '상품권은 별도의 지급 보증과 피해보상 보험계약 없이 발행자의 신용으로 발행됐다'고 명시돼 있었다. 해피머니 발행사는 현재 자본 잠식 상태로, 지난 8월 법원에 기업 회생을 신청했다.

선불업 등록 업체는 한국문화진흥, 한국선불카드, 엔에이치엔페이코 등 3개사에 불과했다. 미정산금액은 각 674억 원, 317억 원, 63억 원 수준인데, 이들은 SGI서울보증에 각 900억 원, 150억 원, 200억 원의 보증보험에 가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정문 의원은 "정부는 티메프 사태가 이렇게 커진 것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현실적인 피해 보상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현행법상 또 다른 사각지대는 없는지, 제2의 티메프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 전부터 자본잠식이었던 티메프는 자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른바 '상품권깡'을 단행해 왔다. 상품권을 7~10% 할인 판매하며 고객으로부터 현금을 확보한 것이다. 다만 티메프가 정산금 지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상품권 제휴처가 상품권 사용을 막자, 상품권의 가치도 사실상 휴지 조각이 됐다.

doyeo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