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WGBI 편입'…"국고채 발행 부담 완화…주식시장에도 호재"

내년 11월부터 실제 지수 반영…편입 비중 점차 확대
'공매도 재개' 숙제로 남아…정부, 전산시스템 구축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을 통해 나오는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2024.10.2/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우리나라가 세계국채지수(WGBI·World Government Bond Index)에 편입되면서 향후 채권시장에 최대 90조원대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에선 내년 역대 최대 규모 국고채 발행을 앞두고 부담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부터 안정적인 중장기 채권 운용이 가능하게 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가 향상되면서 국내 주식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도 있다.

8일(현지시간) 글로벌 지수 제공업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은 이날 우리나라를 WGBI에 편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FTSE 러셀은 이전 편입 확정 발표 후 1년 뒤인 내년 11월부터 실제 지수 반영을 시작해 1년 동안 분기별로 단계적으로 편입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WGBI는 26개 주요국 국채가 편입된 선진채권지수로, 추종자금 규모만 2조 5000억 달러로 추정되는 세계 최대 채권지수다. 미국·일본·영국 등 25개 주요 선진국 국채가 포함돼 '선진국 국채클럽'으로 불린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네 번째 도전 만에 WGBI 편입에 성공하게 됐다.

우리나라의 WGBI 편입 비중은 2.2%로 결정됐다. 이에 560억 달러(약 75조 원) 규모의 국채 자금이 한국으로 유입될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한국 정부가 WGBI 편입을 통해 최대 90조 원(670억 달러)의 외국인 투자를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채권 시장 관계자 등 전문가들은 이번 편입 결정에 따라 국내 채권 투자 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당장 내년 역대 최대 규모인 200조 원이 넘는 국고채 발행이 예고된 상황에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재료라는 설명이다. 통상 국고채 발행이 증가하면 장기물 소화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데, 이번 편입으로 외국인의 자금 유입이 확대되면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국내 채권 투자 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어 대외금리 상승 시에도 약세가 제한되는 효과가 기대된다"며 "특히 내년 국고채 발행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부담도 완화할 수 있는 재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이어 "수급상으로도 연기금 및 보험 등 장기투자기관의 국내 채권 투자 비중이 작아지고 있고, 기관투자자와 개인은 낮아진 절대금리 메리트에 따라 수요가 약화한 가운데 외국인의 패시브 투자자금 유입은 호재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도 "외국인 자금 유입으로 국고채 조달 비용(시장금리 하락)과 달러·원 환율 하락 가능성 등이 긍정적인 측면으로 꼽힌다"며 "이번 편입은 분명 중장기 호재"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글로벌 금융시장의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 향상으로 국내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가장 신뢰성 높은 지수인 WGBI가 한국의 제도와 자본시장에 신뢰를 보인 것이기 때문에, 국채시장과 주식시장이 상호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아 활발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유영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WGBI 지수 편입이 이뤄지더라도 실제 패시브 자금 유입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점, 편입을 기대하고 미리 들어온 액티브 자금의 경우 지난 6월부터의 외인 매수세로 이미 관련 자금이 들어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 강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김상훈 연구원도 "중기적으로 보면 실질 편입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있고, 자금 유입은 오히려 변동성 확대를 야기시킬 수 있다"며 "중국이나 다른 나라 편입 사례를 보더라도 WBGI 편입보다 결국 경기와 통화정책 등에 중기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해 온 만큼 운용 측면에서는 단기 호재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FTSE 러셀은 현재 선진시장으로 분류한 국내 주식시장을 유지하기도 했다. 당초 우리나라의 공매도 금지를 근거로 관찰대상국으로 강등할 가능성이 존재하기도 했으나, 후속 조치를 지켜보겠다고 밝히면서다.

앞서 정부는 지난 6월 말까지 예정된 공매도 전면 금지를 내년 3월 30일까지 9개월 연장한 바 있다. 무차입 공매도를 방지할 수 있는 공매도 전산시스템을 구축 후로 시점을 미룬 영향이다.

한편 우리나라 증시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DM) 지수 편입도 앞으로의 과제로 남아 있다. MSCI는 지난 6월 연례 시장 분류 결과 신흥국(EM)에 속한 우리나라의 변경 사항이 없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MSCI는 "공매도 금지 조치로 인해 시장 접근성이 제한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며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는 일시적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시장 규칙의 갑작스러운 변경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려면 후보군인 관찰대상국에 1년 이상 올라야 한다. 내년 6월 선진국 지수 편입 후보군에 들면 2026년 6월 지수 편입이 발표되고 2027년 6월 실제 편입이 이뤄진다.

doyeo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