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만기 집중·퇴직연금 제외, 유동성 비상…저축은행 수신금리 4% 넘어

1년 만기 기준 최고 4.3%…평균 3.7% 돌파
6개월 특판·9개월 예금 출시 등 만기 다변화

6일 서울시내 한 은행 외부전광판에 예금금리를 안내하고 있다. 2023.2.6/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연말 예금 만기가 집중된 저축은행업계가 유동성 확보 차원으로 수신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일부 저축은행이 신용등급 하락에 따라 퇴직연금 취급이 어려워졌는데, 대체 조달을 예금밖에 없는 점도 영향을 줬다.

30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이날 전국 79개 저축은행이 취급 중인 정기예금 상품(12개월 만기 기준) 중 금리가 4.0%를 넘는 상품은 24개다. 최고 금리는 4.3%인데, 지난 7~8월에 4.0%를 넘는 상품이 없던 것과는 다른 분위기다.

79개 저축은행의 12개월 만기 기준 정기예금 평균 금리도 7월 말 3.65%, 8월 말 3.66%, 이달 말 3.70% 등 이달 들어 소폭 상승했다.

이는 연말 예금 만기가 집중된 업권의 특성 영향이 크다. 저축은행업권의 평균 예금 47%가 연말에 도래하는데, 만기를 앞두고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고금리 특판 등 마케팅 활동을 펼치는 것이다. 특정 저축은행은 이 비율이 54%까지 이르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지난 5~6월 말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신용등급 하락에 따라 퇴직연금 취급이 어려운 점도 수신금리 상승에 영향을 줬다. 현재 퇴직연금감독규정에 따르면 신용등급 BBB- 이상을 충족한 저축은행의 예·적금은 퇴직연금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편입될 수 있다. 퇴직연금을 통한 수신 조달 비율은 업계 평균 26% 수준으로, 주요 수신 조달원이다.

다만 일부 시중은행이 BBB- 뿐만 아니라 선제적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BBB급 저축은행 퇴직연금 상품 판매도 자체 중단하면서 자금 조달에 차질이 빚어지지 시작했다. 일부 저축은행은 퇴직연금 시장에서 철수를 결정한 곳도 있다. 퇴직연금 의존도가 높았던 저축은행은 예금을 통해 대체 조달해야 하는데, 예금금리를 인상을 통해 대응 중인 것이다.

정호준 한국신용평가 금융/구조화평가본부 애널리스트는 "올해 상반기 중, 저축은행에 대한 신용등급 하향이 많이 이뤄졌고, 퇴직연금사업자들이 일부 저축은행에 예금 상품에서 제외하는 발생하는 일이 생겼다"며 "등급 조정이 5~6월 사이 집중적으로 이뤄져 예금 구성 조정 등에 대비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 인상으로 어느 정도 대응할 것으로 보긴 하지만 퇴직연금 규모가 과도하고, 기존 연말 예금 만기 집중도가 높은 경우 유동성 관리 부담이 상당히 높아질 수 있다"며 "이로 인한 전이 위험에 대해서는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업계는 연말로 갈수록 반복되는 만기 집중도 구조를 바꾸기 위해 9개월 상품 출시나 6개월 만기 특판 등을 실시 중이다.

일례로 OK저축은행은 이날부터 최고 연 4.01%(세전) 금리의 'OK안심앱플러스정기예금6' 특판을 진행한다. OK안심앱플러스정기예금6는 6개월 주기로 금리가 변동되는 3년 만기 회전식 정기예금 상품인데, 가입 기간이 6개월만 넘어도 중도해지 손해 없이 약정한 금리를 받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연말 만기를 앞둔 고객을 타깃으로 중도해지수수료를 없애 만기를 다변화하려는 차원이다.

SBI저축은행은 지난달 정기예금 상품에 만기 9개월 구간을 신설했다. 12개월 만기 상품과 동일한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상상인저축은행도 지난달 1일 '9개월 회전정기예금'을 업계 최초로 선보이기도 했다. 모두 예금 만기 다변화 차원의 성격이 있다.

doyeo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