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사는 사람도 '대환대출' 덕보나 했더니…서민만 '고금리 된서리'

30일부터 빌라·오피스텔도 대환대출서비스
가계부채 관리 속 '금리 인하 경쟁' 없을듯

4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단지와 빌라촌. (뉴스1 DB). 2024.8.8/뉴스1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오는 30일부터 비(非)아파트도 아파트처럼 비대면 '대환대출' 서비스가 시행된다.

다만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 속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를 일제히 올린 상황이라 올해 초 아파트 대환대출 서비스 출시 당시 금융권이 경쟁적으로 금리를 인하했던 것과 같은 금리 혜택은 없을 전망이다. 상대적으로 주머니 사정이 빠듯한 서민층들이 주로 이용해 '금리 갈아타기' 수요가 더 절실한 비아파트 주담대 이용자들만 '고금리 유탄'을 맞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을 포함한 금융사들은 '대출이동시스템을 통한 주담대 대환대출서비스 이용약관'을 속속 개정 중이다. 개정 내용엔 기존 아파트에만 적용된 대환대출서비스를 공동주택(연립, 다세대, 도시형생활주택), 오피스텔(주거용)으로 대상을 확대하는 안이 담겼다.

비아파트의 경우 아파트와 달리 시세 산정이 어려운데, 대출 산정 기준은 KB부동산시세를 사용한다. KB부동산시세가 없는 경우는 공시가격, 자동가치산정모형AVM 등을 적용하기로 했다.

앞서 주담대(아파트), 전세대출, 신용대출 등 대환대출서비스를 시행 중인 금융권은 이번 비아파트 대환대출 시행을 앞두고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당초 은행권은 대환대출 플랫폼 자체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으나 당국의 기조에 맞춰 '갈아타기 금리'를 보다 저렴하게 내놓는 등 정책 기조에 맞춰왔는데, 최근 들어 이런 상황이 급반전한 것이다.

일례로 주요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 지난 7~8월 사이 주담대 금리를 22차례 인상했다. 당국의 기조에 맞게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나선 것이다. 지난 7월 1일 기준 5대 은행의 5년 주기형 주담대 금리는 2.94~5.76%였는데 2% 후반대였던 하단 금리는 3% 중반대로, 상단은 6%대까지 오른 상황이다.

당초 아파트 주담대·전세대출 대환대출서비스를 출시했을 때는 지금과 같이 가계부채 증가세가 가파르지 않았다. 이에 금융권에선 서로 금리를 내리며 갈아타기 고객을 유치하려는 경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6월 금융위 발표 당시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를 통해 21만 4000명의 이용자가 10조 9000억 원의 대출을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는 평균 1.52%포인트(p) 하락했고, 1인당 연간 164만 원의 대출 이자를 아꼈다.

반면 비아파트 대환대출서비스는 금리 인하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에 은행권이 대출 문턱을 앞다퉈 높이고 있어 금리 인하 경쟁이 불붙을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아파트 실수요자만 '금리 갈아타기' 수혜를 누리지 못할 처지다. 실거주 목적의 비아파트는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하는데, 아파트보다 더 금리 인하가 절실한 서민들이 오히려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한 비아파트 소유자는 "은행도 (금리) 기준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큰 기대는 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환대출서비스는 기본적으로 '내 손 안의 금융비서'로서의 편리성을 제공하는 것이며, 금리 경쟁 촉진은 부차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doyeo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