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 막차 타자" 주담대 광풍 9조…가계대출 9.6조↑ '역대 최대'(종합)
2단계 스트레스 DSR 앞 8월 신용대출도 쑥
금융당국, 2금융권 '풍선 효과' 부작용 주시
- 김도엽 기자, 박동해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박동해 기자 = 주요 은행의 가계대출잔액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한 달 만에 9조 원 가까이 폭증하며 사상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광풍이 불던 2020년 부동산 폭등 시기도 뛰어넘는 수준이다.
은행권이 대출금리 인상을 넘어 실수요자 중심의 추가 대책을 내놨으나 대책의 효과를 보기까지 시간이 걸리는데다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을 앞두고 이른바 '막차타기' 수요가 일부 몰린 영향이다.
금융당국은 2단계 스트레스 DSR 이후에도, 대출 시차(신청-실행)가 있는 만큼 이달 말까지 고삐를 죈다는 방침이다. 특히 시중은행을 넘어 2금융권까지 번질 수 있는 점을 감안해 매일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주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25조 3642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7월 말(715조 7383억 원) 대비 무려 9조 6259억 원 늘어난 액수다.
이는 기존 역대 최대 증가 폭이었던 지난 2020년 11월(9조 4195억 원) 이후 45개월 만에 기록을 갈아치운 수준이다.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4월(4조 4346억 원), 5월(5조 2278억 원), 6월(5조 3415억 원), 7월(7조 1660억 원) 등 증가 폭이 계속 커지고 있다.
2020년 당시는 부동산으로 자금이 급격히 쏠려 '영끌',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이 불던 때다. 당시 은행권은 고소득자에 대한 대출 한도를 일괄 축소하는 한편, 신용대출까지 일으켜 주택을 구입하려는 수요를 막기 위해 규제 지역에서 주택을 구입할 경우 신용대출을 회수하는 방안까지 내놓았다.
특히 시중은행의 대출이 2금융권으로 흘러 들어가는지 여부를 단속하기도 했다. 당시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업계에 신용대출을 받으려는 경우 △투자자금 △주택구입 △전세자금반환 △주택임차 등 상세한 자금 용도를 기재해 제출하도록 요청했다.
세부적으로 주담대가 가계대출 증가세를 이끌었다.
지난달 말 기준 주요 5대 은행 주담대 잔액은 568조 6616억 원으로, 전달 559조 7501억 원 대비 8조 9115억 원 늘었다. 이전 최대 증가 폭인 지난 7월(7조 5975억 원) 증가 폭을 훌쩍 넘은 수준이다.
주담대 또한 4월(4조3433억 원), 5월(5조 3157억 원), 6월(5조 8467억 원), 7월(7조 5975억 원) 등 증가세가 커지고 있다.
6월(-2143억 원), 7월(-1713억 원) 등 2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오던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달 8495억 원 늘었다. 주담대를 받고도 부족한 금액을 신용대출까지 일으키는 등 DSR 한도를 꽉 채워 메웠다는 분석도 있다.
은행권은 7~8월 대출금리를 22차례 인상한 데 이어, 지난달 중순부터는 주담대뿐만 아니라 전세대출 등 전방위 조이기에 나섰다.
주담대 모기지보험 상품 MCI·MCG 가입을 제한하는 한편, 수도권 소재 주담대 최장 대출 기간도 30년으로 축소하기도 했다. 다주택자 생활안전자금목적 주담대 한도도 2억 원에서 1억 원으로 축소했다. 갭투자 등 투기성 자금으로 활용될 수 있는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임대인 소유권 이전 등)도 한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특히 우리은행은 오는 9일부터 주택을 한 채라도 소유한 경우 서울 등 수도권에 주택을 추가로 구입하기 위한 목적의 대출을 전면 중단한다. 기존 주택 처분 조건이 없으면 1주택자도 신규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수 없다. 은행권에서 최초로 도입한 대책이다.
다만 이런 추가 대책이 실제 효과를 내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통상 대출 신청부터 실행까지 1~2주가량 소요되는데, 실행 전 대출의 경우 순차적으로 집행되기에 이달 말까지 잔액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을 앞두고 막차타기 수요가 몰렸을 뿐 아니라, 주담대, 정책대출, 전세대출 등 모두 다 증가세"라며 "대출 신청부터 실행까지 2주가량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은행권 자체 추가 대책이 효과를 보려면 이달 말까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주담대의 경우 2주~1달 등 시차가 발생한다"며 "이달 초중반까지는 잔액이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국은 시중은행을 넘어 2금융권도 매일 대출 잔액을 점검하기로 했다. 대출금리를 올린 시중은행과 달리 지방은행, 보험사 등의 경우 시중은행과 오히려 대출금리가 '역전'되는 현상까지 발생하며 다른 금융권까지 '풍선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doyeo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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