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로은퇴 시즌2] 투자 성공은 실수를 줄이는 데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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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서울=뉴스1)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 노벨문학상을 받은 알베르 카뮈는 삶 자체가 부조리(不條理)였다. 프랑스 식민지 알제리에서 태어나 어릴 때 1차 세계대전에서 아버지를 잃고 가난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우연히 카뮈의 지적 탐구욕을 주목한 루이 제르맹 선생님 덕에 중학교에 진학할 수 있게 된다. 아마 제르맹 선생님이 없었다면 카뮈는 책을 쓸 여유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삶을 보냈을지 모른다.

그는 46세 이른 나이에 사고로 사망했다. 파리로 돌아가려던 중 친구가 자기 차로 가자고 했다. 이미 전철 표를 끊어 놓았지만 카뮈는 친구의 차를 탔고, 시속 100㎞ 이상으로 달리던 차는 가로수를 들이받았다. 그것이 끝이었다. 카뮈는 생전에 “자동차 사고로 죽는 것보다 더 의미 없는 죽음은 상상할 수 없다.”고 했는데 결국 자신이 가장 의미 없다고 생각한 죽음을 맞은 셈이다. 평생을 ‘부조리’와 싸운 카뮈는 태어날 때도 부조리했고, 공부를 할 때도 부조리했고, 부조리한 사건으로 세상을 떠났다.

세상은 조리 있게 설명되지 않는다. 어린아이가 페스트에 고통을 당하다 죽고 악인은 끝까지 건강하게 오래 살다가 죽는다. 선인은 고통을 당하다가 끝내 한 번 꽃 피우지도 못하고 죽기도 한다. 아침에 출근했다가 저녁에 주검으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사람도 있다. 카뮈가 전철 표까지 끊어놓고 자동차를 선택한 게 어떤 의미로 설명될까? 세상은 설명이 되지 않는 부조리함으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카뮈는 관점을 바꾸었다. 세상이 부조리한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을 부조리하게 보는 사람의 문제라고 보았다. 노자의 '도덕경'에는 ‘천지는 인자하지 않다(天地不仁)’라고 쓰여 있다. 자연은 그저 존재할 뿐이라는 것이다. 때가 되면 바람이 불고 천둥이 친다. 선해서 비를 내리고 악해서 천둥이 치는 게 아니다. 카뮈 역시 세상은 인간에게 무관심하다고 보았다. 다만 이유와 의미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해석하다 보니 부조리하게 보이게 되었을 따름이다. 인간의 조리로 해석되지 않는 게 세상이니까.

투자시장도 마찬가지다. 조리 있게 설명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투자시장이 부조리한 것은 아니다. 원래 그렇다. 투자시장에는 모든 부유물을 흡수하는 바다처럼 사람들의 오욕칠정이 들어가 있다. 바다는 포효하기도 하고 더 없이 잔잔하거나 아름답기도 하다. 투자시장도 돈을 쉽게 벌게 해주기도 하고 삶을 모두 망가뜨릴 만큼 혹독한 손실을 주기도 한다. 반드시 이유가 있어 많이 벌고 망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우연히 그렇게 되기도 한다. 이는 투자시장의 잘 못이 아니다.

잘못은 투자시장을 대하는 내게 있다. 투자시장의 움직임에는 원인과 이유가 있고 이를 통해 가격을 예측할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이다. 사람들은 해석되지 않는 투자시장을 논리적으로 해석하고 이를 통해 미래를 예측해서 돈을 벌려 한다.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대박을 낼 종목을 찾고 여기에 많은 돈을 갖다 넣는다. 혹은 시장의 변화를 예측하여 사고팔고를 반복한다. 주위에 그렇게 돈을 번 사람이 있다고? 하지만 그 사람이 우연히 번 것인지 자기 실력으로 번 것인지는 모를 일이다. 운으로 벌었더라도 자신의 예지력과 실력으로 벌었다고 할 것이다. 우리는 시장이 조리 있다고 편향(bias)되게 보는 경향이 있다. 시장은 조리가 없는 임의 보행, 즉 랜덤워크(random walk)다.

찰스 엘리스는 그의 저서 '패자의 게임에서 승자가 되는 법(Winning the Loser’s Game)'에서 투자시장을 대하는 태도를 말하고 있다. 한 마디로 시장에 대한 장기적 믿음을 가지고 편향된 관점에서 오는 실수를 줄이라는 것이다. 주식을 싸게 사고 비싸게 파는 단기적인 마켓 타이밍은 실수만 키울 것이라고 보았다. 그는 1970년대부터 장기적인 자산배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사람들이 주식시장을 마켓 타이밍의 관점으로 해석하려는 데서 투자의 비극이 발생한다고 보았다.

엘리스는 테니스 게임을 비유로 든다. 프로의 테니스 경기는 아름답기 짝이 없는데 이는 실수가 거의 없기 때문이며 오직 멋진 공격을 통해 점수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아마추어는 많은 실수를 저지르다 보니 멋진 공격이 아닌 실수를 줄이기만 해도 점수를 딸 수 있다. 엘리스가 말하는 ‘패자의 게임’은 주식을 비싸게 사서 싸게 팔려는 사람이나 포트폴리오를 잘 분산하지 못함으로써 실수를 저지르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분산을 통해 장기적인 자산배분을 유지하면 실수를 줄이게 되어 돈을 벌 수 있다고 보았다.

투자란 ‘실수가 적은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손자병법에도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 위태롭지 않다’고 했다. 전쟁에서 위태롭지 않듯이 투자에서 실수를 줄여야 한다. 투자에서 실수를 줄이는 방법은 충분히 분산된 장기 자산배분이다. 여기에는 시장에 대한 믿음과 인내가 중요하다. 개인들은 장기적으로 자산배분을 해두고, 자신의 생업에 종사하여 소득을 높여 저축액을 늘리는 게 가장 좋은 전략이다.

bsta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