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치솟자 뒤늦은 당국의 고삐…막판수요 더 몰릴듯

주요 은행 대출금리 올려도 주담대 폭증…이달만 3.2조
부동산 거래량 폭등기 수준…서울 아파트 평균가 '12억원'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위원장·은행장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4.8.20/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박동해 기자 = 부동산 경기 회복에 가계대출이 치솟자 금융당국이 2개월 미뤘던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수도권의 경우 당초보다 강화해 시행하기로 했다. 연봉 1억 원인 고객의 경우 최대 8400만 원만큼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

다만 지난 6월 2단계 시행을 앞두고 막판 대출 수요가 몰린 만큼 당분간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스트레스 금리가 일부만 반영되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고정금리(혼합형·주기형) 비율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해 2단계 시행 효과가 제한적이고, 주요 은행이 대출금리를 인위적으로 올렸음에도 가계대출이 잡히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이 뒤늦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수도권은 1.2% 상향 적용

금융위원회는 지난 20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권 간담회에서 다음 달 1일부터 '2단계 스트레스 DSR'을 예정대로 시행하되,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에 대해서는 스트레스 금리를 0.75%포인트(p)에서 1.2%p로 상향 적용한다고 밝혔다.

스트레스 DSR은 DSR을 산정할 때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해 대출 한도를 줄이는 제도다. 현재 정해진 계산법으로 산출된 스트레스 금리는 1.5%p 수준이지만, 금융당국은 규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올해 상반기엔 0.38%p, 9월부터는 0.75p%만 적용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다만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상승하고,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가계부채가 급증하자 수도권 주담대에 대해 스트레스 금리를 1.2%p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시중금리 하락 추세를 감안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은행채 5년물 금리는 금리인하 기대감이 선반영되면서 지난해 10월 4.71%에서 지난달 3.33%까지 약 1.38%p가량 떨어졌다.

11일 서울 송파구 부동산중개업소 앞에서 한 시민이 매물 정보를 바라보고있다. 2024.8.1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시행 유예하자 폭증한 주담대…9월 전 막차타기 다시 몰릴 듯

금융당국은 지난 7월 2단계 스트레스 DSR을 시행하려다 2개월 미뤘다. 당시 범정부적 자영업자 지원 대책이 논의되는 시점에 2단계 시행으로 대출 한도가 줄어들면 자영업자 지원책과 엇박자가 날 수 있다는 이유였다.

다만 유예 전 이른바 '막차타기' 수요가 급격히 몰렸고 주요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지난달 가계대출 잔액은 7조 1660억 원 대폭 늘었다. 주담대만 7조 5975억 원, 역대 최대 폭으로 늘어난 영향이다.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5월 5조 3157억 원, 6월 5조 8467억 원 등 3개월 연속 5조 원을 넘은 상황이다. 주요 은행이 지난달부터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기조에 맞춰 가산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인위적으로 올렸음에도 효과가 미미했던 것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문제가 생긴 다음 대책이 나오는 등 예방 차원에서 대책이 먼저 나오지 못한 부분이 아쉬운 점"이라며 "특히 정부가 정책자금 대출을 너무 많이 내놨는데, 사실상 정부 스스로 주담대를 늘리는 데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유예 전 상황을 감안하면 다음 달 2단계 스트레스 DSR 정식 시행 전 다시 한번 막차타기 수요가 일시에 몰릴 수 있다. 오는 31일까지 주택매매계약을 체결한 차주는 1단계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받는데, 대출 실행까지 2주가량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다음 달 중순까지 주담대 잔액이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4일 기준 주요 5대 은행 주담대 잔액은 562조 9908억 원으로 지난달 말 559조 7501억 원 대비 3조 2407억 원 늘었는데, 이 수준대로 갈 경우 이번 달 주담대 잔액은 6조 원을 넘길 수 있다.

아울러 스트레스 금리는 5년 주기형의 경우 30%(변동금리는 60%)만 적용되는데 현재 은행권 주담대 신규 취급액 절대다수가 고정금리인 점을 감안하면, 2단계 스트레스 DSR 효과도 크지 않을 전망이다.

변동 대비 고정 이자가 더 저렴해 고정금리로 몰리고 있기도 하다. 이날 주요 5대 은행의 주담대 5년 주기형 금리는 3.105~6.02%인데, 6개월 변동금리는 4.57~6.67%로 더 높았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예금은행 고정 및 변동금리대출 비중(신규취급액 기준)은 고정금리가 94.9%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2024.8.19/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수도권 스트레스 금리 상향 조정…부동산 시장은 활황

정부는 수도권 주담대의 경우 스트레스 금리를 상향 조정했으나, 서울·경기 부동산 시장의 회복세가 가파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지난 6월 1.8% 오르며 16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하며 6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실거래가지수는 해당 월에 거래된 가격과 직전 실거래가를 비교한 수치다.

경기도 실거래가지수도 지난 6월 0.97%를 기록하며 지난해 8월 1.05% 이후 가장 높은 상승 폭을 기록했다. 6개월 연속 상승세다.

거래량은 부동산 가격 폭등기 시기에 근접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7월(이날 기준) 서울 내 아파트 거래량은 8173건이다. 이는 부동산 가격 폭등기였던 지난 2020년 7월(1만 1170건)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아직 신고 기한이 남은 점을 감안하면 9000건에 육박할 전망이다. 올해 들어선 3월 이후 거래량이 계속 늘고 있다.

경기도 부동산포털에 따르면 지난 7월(이날 기준) 경기도 내 아파트 거래량은 1만4115건이다. 거래량이 1만 4000건을 넘긴 건 지난 2021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아직 신고 기한이 남은 점을 감안하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올해 3월 이후 매월 1만 건 넘는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지난 6월 매매평균가격이 12억 218만 원을 기록해 12억 원대를 기록했다. 12억 원을 넘은 건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달의 경우 12억 1387만 원을 기록하는 등 3월 이후 매월 상승했다.

doyeo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