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대출금리 인상에도 보름새 가계대출 '4.2조' 늘어

주담대만 3.2조 늘어…DSR 2단계 전 '막차타기'

16일 서울시내 한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4.7.16/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주요 시중은행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를 잇달아 인상했으나, 8월 들어 보름 새 가계대출 총액이 3조 원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주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14일 기준 719조 9725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말(715조 7383억 원) 대비 4조 2342억 원 늘어난 액수다.

주요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4월 이후 매달 5조 원 이상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에는 무려 7조 660억 원 늘었다. 이달도 지금 같은 추세라면 증가액이 지난달 수준만큼 늘어날 전망이다.

세부적으로 주담대가 3조 원 이상 늘며 가계대출 상승세를 이끌었다.

지난 14일 기준 주요 5대 은행 주담대 잔액은 562조 9908억 원으로 지난달 말 559조 7501억 원 대비 3조 2407억 원 늘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 속 이달 들어 주요 5대 은행은 주담대 금리를 총 8차례 올렸거나 올릴 예정인데, 그럼에도 주담대 잔액이 꾸준히 늘고 있는 점은 이례적이다.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시장금리 하락으로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내려야 하지만, 은행은 가산금리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올리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말 5대 은행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3.03~5.75%였으나, 지난 16일 기준으로는 3.066~5.97%로 상·하단이 오히려 올랐다.

이를 두고 다음 달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을 앞두고 막차타기 수요가 일부 몰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다음 달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을 앞두고 주담대 잔액이 몰렸다고 볼 수 있다"며 "대출 실행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다음 달 중순까지 주담대 잔액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상승세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7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7720건이다. 지난 2020년 12월 7745건 이후 가장 많은 거래량이다. 지난달의 경우 아직 신고 기한이 남은 점을 감안하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월별로는 지난 2월 2653건, 3월 4400건, 4월 4598건, 5월 5099건, 6월 7470건 등 5개월 연속 늘고 있다.

신용대출 잔액(마이너스통장 포함)도 전달 대비 1조 원 가까이 늘었다. 지난 14일 기준 5대 은행 신용대출 잔액은 103조 5497억 원으로, 지난달 말 102조 6068억 원 대비 9429억 원 늘었다.

이른바 '블랙 먼데이' 이후 증시 변동성이 커지자 마이너스통장을 열어뒀을 가능성도 있지만, 증시 대기 자금인 예탁금의 경우 지난 13일 기준 53조 8159억 원으로 지난달 말 54조 2994억 원 대비 줄어든 모습이다. 이에 주담대를 받고도 부족한 금액을 신용대출까지 일으켜 메웠다는 분석도 있다.

금융당국은 금융사를 대상으로 추가적인 대출 규제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사에 대한 추가적인 자본 규제가 부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내부에서 여러 가지를 검토하고 있다"라며 조만간 관련한 대책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doyeo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