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銀, 상반기 원화 대출 60조↑…반년 만에 작년 연간 증가액 '훌쩍'

가계·기업 대출 '쌍끌이'…대출 급증에 '건전성 지표' 경고등도
대출 금리 뛰는데, 예금 금리는 '뚝'…역대급 '이자 이익'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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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4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 은행의 원화대출금이 지난해 말 대비 60조원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화대출금은 지난해 1년 동안 36조원가량 증가했는데, 반년 사이에 연간 증가액을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은행권의 대출 증가는 빠르게 증가한 가계대출과 지속되는 기업대출이 '쌍끌이'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급격한 대출 확대로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 등 건전성 지표도 동시에 악화했다.

◇가계·기업 '쌍끌이'…4대 은행, 원화대출 60조원 증가

19일 각 은행이 공시한 분기 보고에서 따르면 4대 은행의 올해 2분기 말 원화대출금은 1227조4526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60조7346억원 늘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원화 대출 증가액인 36조 5020억원을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은행별로 △하나은행이 17조5142억원 가장 많이 늘었고 △우리은행 16조1025 억원 △신한은행 14조1290억원 △국민은행 12조9889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2분기 은행권 원화대출은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이 '동반 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서울을 중심으로 한 주택가격 회복세, 신생아 특례 대출 등 정책성 대출 공급 확대, 스트레스 DSR 2단계 등 규제 강화 연기 등이 주택 관련 대출 수요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은 분기보고서를 통해 "특히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를 부과해 한도를 산출하는 제도인 스트레스 DSR 2단계의 9월 시행을 앞두고 대출한도 축소를 우려한 대출 수요 증가로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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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격한 대출 확대에 '건전성 지표' 경고등

짚어야 할 점은 대출 자산이 늘어나면서 '건전성'도 함께 악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대표적인 건전성 지표인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이 대부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4대 은행의 올해 2분기 말 기준 연체율 평균은 0.28%로 지난해 말 0.25%에서 0.03%포인트(p)가량 상승했다. 2022년 말 연체율인 0.2%와 비교하면 0.8%p 상승한 수치다. 총여신 중 회수에 문제가 생긴 여신 보유 수준을 나타내는 고정이하여신비율 역시 0.27%로 지난해 말보다0.02%p, 2022년 말보다 0.06%p 상승했다.

특히 우리은행의 연체율은 4대 은행 중 유일하게 0.3%까지 올라섰다. 국민은행의 경우 고정이하여신비율이 0.37%로 지난해 말 0.3%대에 진입한 후 빠르게 증가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건전성 지표가 크게 나쁜 수준은 아니지만 공격적인 대출 확대로 인해 중소기업, 가계신용대출 등을 중심으로 부실채권비율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출 금리 뛰는데…예금 금리는 '뚝'…역대급 '이자 이익' 예고?

은행권 관계자들은 기업·가계대출 확대가 오는 3분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가계대출 금리 인상과 예금 금리 하락이 맞물리면서 은행권의 '이자 이익'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우선 금융당국은 최근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증가하자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오는 9월부터 스트레스 DSR 2단계가 시행되는 등 가계 대출 한도 규제도 도입이 예정돼 있다. 그러나 은행권은 여전히 주택자금 수요가 높고 시장 금리도 하락하고 있는 만큼 가계대출 둔화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기업대출 역시 법인 중심의 자금 수요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은행들도 가계대출 관리 강화에 따라 기업대출 중심의 영업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높아 현재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금융당국의 압박에 은행들이 가계 대출 금리를 의도적으로 상향하는 반면 예금금리는 시장금리 하락을 반영해 떨어지는 추세"라면서 "하반기 은행권 대출 확대가 계속되면 이자 이익도 상당히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ukge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