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티메프식 돌려막기' 원천 차단…"금산분리 원칙 적용"

e커머스 업체의 '정산 대금' 접근 막아…"사금고화 방지"
e커머스-PG 분리·에스크로 의무화 등…조만간 개선책 발표

검찰이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를 야기한 티몬과 위메프 본사 등에 대한 동시다발 압수수색에 나선 가운데 1일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서울 강남구 티몬 사옥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2024.8.1/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제2의 티몬·위메프 사태를 막기 위해 제도 개선에 착수한 금융당국이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자본의 분리) 원칙을 이번 제도 개선에도 적용하기로 했다.

e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소비자와 판매자들에게 돌려줘야 할 돈을 빼돌리는, 이른바 '정산대금 돌려막기' 관행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차단 방식으로는 e커머스 업체가 전자지급결제대행업(PG)을 겸영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정산 대금을 제3자에게 보관하는 '에스크로' 서비스 의무화 등이 검토되고 있다.

◇ e커머스 '정산 대금' 접근 차단…"금산분리 원칙"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티몬·위메프 같은 e커머스 업체들이 '정산 대금'에 접근하는 관행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로 제도 개선 방향을 정했다.

국내 대부분의 e커머스 업체들은 소비자와 판매자(입점업체)를 연결해 주고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올린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가 낸 돈을 일정 기간 맡아 뒀다가 입점업체에 정산하는 PG업도 함께 운영한다.

그러나 티몬·위메프는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소비자의 결제 대금이나 판매자들에게 돌려줘야 할 대금을 활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대금 정산기한을 최대 60일로 정한 뒤 당월 판매 수익으로 전월 판매 대금을 정산하는 '돌려막기'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정산 대금으로의 접근을 차단하는 것이 '금산분리 원칙'에도 부합한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산업 자본이 고객의 돈을 마음대로 사금고화 하지 말라는 것이 금산분리의 원칙"이라며 "이번 제도 개선에도 적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티몬 신사옥에서 '판매 대금 미정산 사태'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이 환불 현장 접수를 위해 기다리고 있다. 2024.7.26/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 e커머스-PG 분리·에스크로 의무화 등 검토

금융당국은 구체적인 제도 개선의 방법으로 e커머스 업체가 PG업을 겸영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외부 업체'를 이용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은 PG사를 겸영하다가 자회사 쿠팡페이로 분리했고, 네이버도 PG사를 네이버파이낸셜로 분사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의 경우 외부 PG 업체를 사용해 정산 대금이 아마존 내부로 자금이 흘러 들어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PG업 겸영을 허용하는 대신 '에스크로 의무화'로 대응할 가능성도 있다. 에스크로는 은행 등 제3자가 결제 대금을 보관하고 있다가 물품 배송이 완료되면 판매자에게 대금이 지급되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다양한 안을 올려 두고 검토 중인 단계"라면서 "확정된 개선 방안은 관계기관 협의체에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정부, 조만간 제도개선 방향 발표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e커머스 업체들의 '정산 주기'를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e커머스 업체들은 소비자가 낸 돈을 일정 기간 맡아 뒀다가 판매자(입점업체)에 정산해 주는데, 정산 주기 관련 기준이 없어 짧게는 2일에서 길게는 70일까지 제각각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세부적인 내용은 더 논의를 해봐야 하지만 큰 틀의 제도 개선 방향은 윤곽을 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와 금융당국 등 정부 부처는 조만간 티몬·위메프 사태 추가 대응 방안과 제도개선 방향을 발표할 전망이다.

ukge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