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제동 걸리자 기업대출 '풀액셀'…반년새 42조원 늘었다

5대 은행 '기업대출' 잔액 810조원 육박…2분기 증가폭 더 커져
KB '기업대출 1위' 사수에 17조원 투입…일부서 '부채 경고음'도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시중은행의 기업대출이 올해 상반기에만 42조원가량 불어나면서 총 81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가계대출을 억제하자 은행권이 '기업대출'로 방향을 튼 결과다.

'기업여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KB국민은행은 최근 기업대출을 확대하기 위해 총 17조 원 규모의 금리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하기로 했다. 은행권의 '기업 모시기' 경쟁이 나날이 심화하자 일각에선 기업 리스크가 금융권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5대 은행, 벌써 42조원 '쑥'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5대 은행(국민·하나·신한·우리·농협)의 기업 대출 잔액은 809조 6354억 원으로, 지난해 말 767조 3139억 원 대비 42조 3225억 원 늘었다. 5대 은행의 기업대출은 지난해 한 해 동안 60조 원가량 늘었는데, 올해는 반년 만에 42조원씩 늘어난 것이다.

기업대출 증가 폭은 1분기보다 2분기에 더 커진 상태다. 1분기 기준 기업대출 증가 폭은 17조 8376억 원이었는데, 아직 분기 말이 되지 않은 지난 20일 기준 2분기 기업대출 증가 폭은 24조 4849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은행들이 기업대출을 확대하는 이유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가계부채 점검회의 등에서 주요은행에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이내로 가계대출 증가를 관리하라"고 재차 당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 KB, '기업대출 1위' 사수에 17조원 투입

은행권 기업대출 경쟁에 불이 붙자 '기업여신 1위'를 차지하고 있는 KB국민은행은 총 17조 원 규모의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 들었다. 타 은행들이 공격적인 대출 확대로 1위 자리를 위협하자 '격차 벌리기'에 나선 것이다.

통상 가계대출은 기준 금리와 우대 금리가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만, 기업대출은 우대 금리 부문에서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다. 본부 및 영업점에 부여한 재량의 폭을 확대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는 전략이다.

구체적으로 KB국민은행은 오는 2분기까지 14조 원 규모의 '본부 특별 금리 운용' 제도를 도입하고, 2조 원 규모의 '영업점 금리 우대 프로그램'도 추진한다. 정부의 맞춤형 기업금융 지원방안의 일환으로 신산업·혁신성장첨단산업 중견기업 금융지원 프로그램도 1조원 한도로 운영하고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우량 법인 및 소호 고객을 대상으로 신규 대출 취급 시 영업점의 재량권을 높이는 차원에서 영업점 전결 금리 인하 폭을 확대했다"면서 "본부 특별 금리는 우량기업 고객의 이탈 방지를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 "금융시장으로 리스크 전이"…'기업부채' 곳곳서 경고음

KB국민은행이 기업대출 확대에 고삐를 당기면서 은행권의 '기업 모시기' 경쟁도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다만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이른바 '3고(高) 현상'이 심화하고 있어 기업대출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KDB미래전략연구소는 최근 '기업금융시장 특징 및 리스크 요인 분석' 보고서를 통해 "기업금융시장의 경우 부동산·건설 업종 대출 레버리지가 큰 폭 확대되는 동시에 연체기업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며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채무상환 능력도 크게 저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업금융의 급격한 확대로 금융부문의 취약성까지 증대되고 있다"며 "기업 신용위험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한국은행도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실적이 부진한 일부 기업들의 이자 상환능력이 크게 약화한 점은 향후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 저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ukge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