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로은퇴 시즌2] 자산이 해외로 가면 환율이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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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서울=뉴스1)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 해외투자가 큰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세금의 불리함만 없으면 해외투자는 더 빠르게 증가할 것이다. 그런데 해외투자에서 유념할 것이 하나 있다. 돈이 물 건너 가면 통화가 반드시 따라 붙는다. 해외투자는 반드시 이종 통화를 동반한다. 미국 주식에 10만 달러 투자하면 여러분은 동시에 10만 달러의 미 달러화를 갖게 된다. 양수겸장이다.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으므로 환 관리가 중요하다.

해외주식을 사면 해외의 주식 투자 손익과 환율변화(환차익, 환차손)가 투자 총수익이 된다. 베트남 주식 전망이 좋아도 베트남 동화가 어떻게 될지 감안해야 한다. 주식에서 돈을 벌어도 환율에서 돈을 잃을 수 있다. 반대도 물론 가능하다. 2022년에 미국의 주식가격이 20% 이상 하락했는데도 미국 펀드는 10% 남짓 하락했다. 미국 사람들보다 우리의 수익률이 더 좋았다. 이는 달러 강세로 원화 환차익이 생겼기 때문이다. ‘주식 손실 + 원화 환차익’을 하니 손실폭이 줄어든 것이다.

해외주식 투자 때 환헤지를 할 수도 있다. 환헤지를 한다는 것은 지금 원화를 달러화로 바꾸고 바로 달러화 선물을 매도하는 것이다. 그러면 원달러 환율 변동이 영향을 주지 못한다.

다만 금리가 높은 나라의 통화를 헤지하려면 우리나라 금리와의 차이에 해당하는 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미국 금리보다 우리나라 금리가 1%포인트 낮으면 대략 환 비용이 1% 발생한다. 신흥국은 우리나라에 비해 금리가 많이 높다. 브라질 주식에 투자해서 환헤지를 하면 브라질 금리와 우리나라 금리와의 차이만큼을 환 비용으로 지불해야 한다. 그래서 신흥국 해외 주식에 투자할 때는 일반적으로 환헤지를 하지 않는다. 선진국과 달리 통화 가치 변동이 더 크기 때문에 그만큼 환율 변화도 유념해야 한다.

해외채권을 살 때도 통화가 따라간다. 2023년에 미국 금리가 우리나라 금리보다 높다고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미국 국채 금리가 4.5%남짓인데 달러가 5%만 가치가 떨어져도 원화 환산 투자 손실이 0.5%가 된다. 채권은 안전자산에 속하는데 해외채권을 사고 환헤지를 하지 않으면 환변동이 채권가격 변동보다 큰 상황에서 꼬리(환율 변화)가 몸통(채권수익)을 흔들게 된다. 해외채권에 투자한 건지 환율에 투자한 건지 명확하지 않게 된다.

꼬리가 몸통을 흔들지 않게 하려면 환헤지를 해야 하는데 환헤지를 할 경우 위에 예를 든 것처럼 환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환비용을 지불하고 나면 국내 채권 금리와 해외 채권 금리가 같아져서 해외 채권을 사는 의미가 없어진다. 결국 환리스크를 부담하지 않고 금리차만을 노려 해외채권에 투자하는 것은 어렵다는 뜻이다. 환리스크 없이 금리가 더 높은 해외채권을 살 수 없다. 그래서 채권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그냥 국내 채권을 사는 게 낫다.

해외채권의 장점은 다른 데 있다. 국내 채권시장에 비해 채권 종류가 훨씬 다양하고 풍부하다는 점이다. 상관관계가 낮은 자산을 여럿 섞으면 투자수익률이 높아지는 것처럼 단순한 종류의 채권만 있는 우리나라에 비해 다양한 채권이 있는 해외채권에 투자하면 분산효과를 통해 플러스 알파를 얻을 수 있다. 개인이 이렇게 투자하기는 어려우며 전문 해외채권투자기관을 통해 간접투자해야 한다.

또 하나. 브라질 국채처럼 우리나라에 비해 금리가 아주 높은 신흥국 채권 투자이다. 브라질 국채는 10% 금리에 비과세이다. 금융소득종합과세율이 40% 되는 사람이면 우리나라 금리 16.7%와 맞먹는다. 브라질 국채 금리가 5%라고 해도 금융소득 종합과세율 40%에 해당하는 사람은 비과세 효과 때문에 우리나라 금리 8.3%에 해당한다. 이처럼 우리나라와 브라질은 금리차 뿐만 아니라 세금 면에서도 차이가 커서 투자 기회를 모색해볼 수 있다.

브라질 국채는 10% 이자를 받는 대신 헤알화 변동에 노출된다. 만일 헤알화가 원화 대비 가치가 50% 떨어지면 나의 투자원금 가치도 50% 떨어지고 내가 받는 이자도 50% 줄어든다. 헤알화로 받는 이자의 가치가 50% 떨어지면 원화 환산해서 받게 되는 이자율은 10%의 절반인 5%가 된다. 원화로 받는 5%의 이자는 40% 종합과세율에 해당하는 사람의 경우 국내 금리 8.3%에 투자한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물론 종합과세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은 이야기가 다르다).

이 정도라도 괜찮다. 문제는 원금의 가치 하락이다. 헤알화 약세로 원화로 환산한 투자 원금의 가치가 크게 하락하면 국채 만기가 되었을 때 헤알화로 브라질 국채를 다시 사는 방법이 있다. 장기적으로 받는 높은 이자로 원금의 변동성을 완화시켜 줄 수 있다. 자산이 물 건너 갈 때는 환율이 따라 붙으면서 투자 수익이 복합적이 된다.

주식과 채권은 대응 방법이 다르다. 해외주식은 ‘미국주식+달러’가 좋은 조합이며 신흥국 주식은 환율 변동도 유의해야 한다. 채권은 더 복잡하다. 환헤지를 하지 않고 개인이 해외 채권을 사는 것은 채권이 아닌 외환을 사는 것이다. 환헤지를 하면 국내 채권과 차별이 없어지므로 국내채권을 사면 된다. 다만 해외채권’펀드’는 분산효과를 통해 플러스 알파를 줄 수 있다. 그리고 브라질 국채와 같은 고금리 비과세 해외채권은 자신의 세금 포지션과 헤알화 환율에 따라 기회를 찾을 수 있다.

bsta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