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분조위서 '모호한 기준'도 구체화…자율배상 속도 붙나

"계산이 안 된다"…지지부진한 자율배상, '대표사례'로 해결될까
기본배상비율 정하고, 기준도 구체화…"회색지대 없앤다"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주가연계증권(ELS) 피해자모임이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보상을 촉구하고 있다. 2024.1.19/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금융감독원이 오는 13일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분쟁조정 대표 사례를 공개하기로 한 가운데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적지 않다. ELS 판매 계좌만 총 40만 개에 달하는데 은행별 1건의 대표사례가 제대로 된 '가늠자' 역할을 할 수 있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문제 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은행별 1건의 대표 사례를 통해 '기본배상비율'만 확정된다면 누구나 쉽게 배상비율을 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금감원은 '일정 수준의 금융지식이 인정되는 사람' 같은 모호한 배상 기준도 구체화하기로 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달 13일 KB국민·신한·하나·농협·SC제일은행 등 주요 판매사 5곳에 대한 홍콩 ELS 대표사례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를 개최한다. 은행별 대표 사례는 1건으로, 결과는 오는 14일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지난 2월 홍콩 ELS 사태에 대한 배상기준안을 공개하고 판매사와 투자자의 '자율배상'을 촉구했다. 그러나 현재 판매사와 투자자가 '배상비율'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펼쳐 자율배상은 답보 상태에 빠졌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은행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자율배상 완료 인원은 평균 10명에 불과하다. 구체적으로 △우리은행 23명 △하나은행 13명 △국민은행 8명 △신한은행 6명 순이고, NH농협은행은 아직 한 명도 없었다.

자율배상이 지지부진하자 금감원에 접수된 분쟁조정 건수도 크게 늘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KB국민·농협·신한·SC제일·하나은행의 분쟁조정 신청은 총 7949건으로 △KB국민 4267건 △농협1952건 △신한 1419건 △SC제일 472건 △하나 286건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11일 홍콩 ELS 판매사와 투자자 간 분쟁이 조기에 해결될 수 있도록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홍콩 H지수 기초 ELS 관련 분쟁조정 기준안'을 발표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금융권은 자율배상의 장애물로 '기본배상비율'을 지적한다. 앞서 금감원은 판매사가 △적합성 △설명의무 △부당권유 기준을 위반한 정도에 따라 20~40%의 기본배상비율을 적용하기로 했지만, 현재 판매사와 투자자가 주장하는 위반 정도가 달라 배상이 지연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금감원은 이번 대표사례 분조위를 통해 '은행별 기본배상비율'을 명확히 정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지난 라임펀드 사태 때도 A회사는 50%, B회사는 55% 등 기본배상비율을 발표한 바 있다.

금감원은 '투자자별 가감요소'도 더 구체화하기로 했다. 앞서 금감원이 발표한 배상기준안에는 금융회사 임직원 등 '일정 수준의 금융지식이 인정되는 자'는 10% 배상비율을 차감한다는 기준이 마련됐으나, 기준 자체가 모호해 계산이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표사례 분조위의 핵심은 회색지대에 있는 모호한 기준을 명확히 해 누구나 배상비율을 계산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대표사례가 1건이라도 기준만 명확하다면 모든 케이스에 적용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홍콩 ELS 손실과 관련해서는 최종 배상비율이 이론적으로 0~100%까지 나올 수 있다. 기본배상비율(20~40%)에 판매사 가중(3~10%p)분을 더한 뒤 투자자별 조정(±45%p) 및 기타조정(±10%p)을 통해 배상비율이 산출된다.

ukge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