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은 아직 꿈인가요"…사회초년생의 1:1 재무상담 체험기

부동산 영끌 말고 '적정 대출' 어디까지일까…전문가에 물었더니
'두 개의 엔진' 믿고 과다 대출 받았다간 '영끌족의 비명' 지른다

/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사회초년생이라면 누구나 대출을 떠올린다. 수도권 아파트 가격을 검색하다 보면 '인생은 혼자 힘으로 사는 게 아니다'는 어른들의 말이 피부에 와닿기 때문이다.

특히 결혼을 앞둔 자의 '대출 자신감'은 한껏 높아진다. 본인과 배우자의 소득이 만나 '두 개의 엔진'이 가동되는 순간 대출 가능액도 두 배가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회초년생이 적정 대출금을 판단할 수 있느냐다. 현재의 소득과 지출도 꿰뚫어 보지 못하는 게 현실인데 겪어보지도 않은 미래의 소득과 지출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을까.

그래서 모두 영끌은 위험하다고 조언하지만, 그 어디에도 영끌의 기준은 나와 있지 않다. 어디까지가 영끌이고, 무엇이 현명한 대출일까. 금융감독원에 '1:1 금융 자문 서비스'를 신청했다.

◇ 아픈 이야기 좀 해도 될까요?

"집을 사려는 이유가 있으세요?" 미리 제출한 자산과 소득을 살펴본 상담사가 건넨 첫 질문이었다. 예상치 못한 근본적 질문에 잠시 당황했지만, 내 집 마련에 대한 소신을 가감 없이 밝혔다.

주택은 필수재와 투자재가 섞여 주식이나 코인처럼 폭락 우려가 적다는 그럴듯한 대답부터, 끔찍한 전세 사기 불안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감성적인 호소까지 전달하자 상담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축력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두 사람이 힘을 합하면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예를 들어 사회초년생이 눈여겨보는 수도권 6억원대 아파트를 매매하는 경우 LTV(주택담보대출비율) 70%를 적용하면 4억2000만원까지 대출이 나온다.

금리 3.5% 적용 시 월 원리금 상환액은 188만원 수준으로, 통계청 기준 신혼부부 평균 합산 소득 6790만원을 가정했을 때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40% 규제도 통과한다.

"미안하지만 아픈 이야기 좀 해도 될까요?" 고객을 끄덕이던 상담사가 입을 열었다. 하셔도 좋다는 대답이 나오기도 전에 상담사는 따끔한 조언을 시작했다.

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 대출 원리금 갚고도 '저축' 가능해야

그는 LTV나 DSR 같은 규제는 어디까지나 대출 상한선일 뿐, 이 금액을 전부 받아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했다. 또 영끌이 아니려면 대출 원리금을 갚고도 '미래를 위한 저축'이 가능한 수준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첫 번째는 소득 대비 원리금 비율이 30% 이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부부 합산 월 소득이 600만원이라고 가정한다면 원리금 상환액은 180만원 이하가 돼야 한다.

두 번째는 수입 대비 고정 지출 비중도 40%가 돼야 한다. 부부 합산 월 소득이 600만원이라면 대출 원리금에 더해 보험료, 통신비 등 '고정적으로 나가는 지출'이 240만원 이하로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식비, 생활비 같은 변동 지출은 예외다.

마지막으로 자산 대비 부채 비중이 40% 이내여야 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6억원의 아파트를 산다고 가정한다면 2억4000만원은 대출을 받더라도 3억6000만원은 자기 자산이어야 건강한 내 집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상담사는 "이 정도 원칙을 충족해야 금리 변동, 아파트 가격 변동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대출금을 갚고도 IRP(개인형퇴직연금) 등 추가 저축까지 가능해야 '영끌'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두 개의 엔진은 오래가지 못한다

한쪽은 내 집 마련의 꿈을 해쳤다는 미안함을, 한쪽은 내 집 마련의 꿈을 잃었다는 상실감을 느끼면서 실내엔 무거운 침묵만 흘렀다. 이후 상담사가 '계산의 오류'를 추가로 지적한 이후엔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사회초년생은 부부 합산 소득을 전제로 대출 가능액을 계산한다. 그러나 자녀 계획이 있다면 두 사람 중 한 명은 휴직할 수밖에 없다.

즉, '두 개의 엔진' 가동 기한은 2~3년에 불과한데 이를 근거로 30년 만기 대출을 계산하는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다. 물론 복직을 하겠지만 늘어난 식구만큼 지출도 불어나 있을 테다.

'두 개의 엔진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말을 전제로 내 집 마련 계획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잘살아 보자고 계획한 일인데 이자에 쫓기며 '영끌족의 비명'을 지를 순 없지 않겠는가.

ukge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