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옥동의 정도경영]①"실적 1등보다 고객 우선"…'일류신한' 향해 뚜벅뚜벅

"재무적 1등보다 고객으로부터 인정 받는 것이 진정한 일류"
KPI 고객중심으로 바꾸고, 내부통제 강화해 더 큰 성장 예고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사진제공=신한금융그룹

정심성의(正心誠意) : 허식(虛飾)이 없는 진심.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이달 23일 취임 1주년을 맞는 진옥동 신한금융그룹(055550) 회장의 고객과 신한금융을 향한 책임감과 지난 1년간의 행보는 '정심성의'란 사자성어를 떠올리게 할 만큼 진정성이 느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진 회장이 지난해 1억원 이상 고액기부자 클럽인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됐을 때, 관련 소식은 신한금융이 아닌 사회복지단체 취재 과정을 통해 드러났다. 진 회장이 선행은 조용히 전해야 한다며 외부에 알리지 말 것을 당부했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좋은 일을 전하려는데도 취재진이 확인 과정에 애를 먹어야 했다. 진 회장의 성품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진 회장이 수년간 남모르게 기부한 금액은 2억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진 회장은 경영적인 면에서도 지난 1년간 남들과 다른 차별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사실 실적 성장만을 생각했다면 쉬운 선택의 길들도 있었지만, 내실을 다지고 고객의 신뢰를 쌓는 것이 먼저라며 묵묵히 '정도(正道)경영'에 힘써 왔다. 차주들이 무분별한 대출에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주력 주택담보대출 상품 판매를 자체적으로 제한하고, 실적 중심의 핵심성과지표(KPI)를 고객 중심으로 개편하며 내부통제를 앞장서 강화한 것 등이 그 예다.

당시엔 내부에서조차 진 회장의 정도경영을 두고 굳이 쉬운 길을 돌아갈 필요가 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지만, 대내외적으로 금융시장 리스크가 커진 현재 진 회장의 정도경영은 업계의 뉴노멀(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다.

◇ '일류 신한' 향한 '정도경영'…"고객 인정 받는 것이 진정한 일류"

"재무적 1등보다 고객으로부터 인정 받는 것이 진정한 일류(一流)이다. 한 단계 높은 내부통제를 기반으로 고객과 사회로부터 인정 받는 '일류 신한'을 지향점으로 삼자.”

진옥동 회장은 지난해 7월 그룹 창업 기념 강연에서 경영철학에 대한 직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진 회장의 진정한 일류를 향한 경영 방침은 "‘고객중심 가치창조’를 받들어, 외형과 손익을 비교하며 은행 간 경쟁에서 1등을 추구하는 것에서 벗어나 고객에게 사랑 받는 ‘일류 은행’이 되자”는 것으로 앞선 은행장 시절 취임사에서부터 잘 드러나 있다.

진 회장은 신한은행장 취임 이듬해인 2020년 기존의 성과평가제도인 KPI를 전면 개편하고, 고객중심 영업을 통해 고객과 은행이 균형 있게 동반 성장하는 ‘같이 성장 성과평가제도’를 도입했다.

고객중심을 최우선적인 가치로 내걸고 ‘고객의 수익률’을 직원의 최우수 과제로 삼은 ‘같이 성장 성과평가제도’의 핵심은 기존의 단순 상품 판매 중심의 방식에서 벗어나 고객에게 적합한 상품을 판매하고 적절한 사후관리 여부를 평가하는 것으로, 이는 현재 신한은행 성과평가제도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진 회장은 지난해 9월 신한금융 창립 22주년을 기념하는 ‘참신한 토크 콘서트’에서 정도경영에 관한 생각을 묻는 직원 질문에 “정도경영에는 인내가 필요하다”며 “실적을 내기 위해 초조해하지 않고 바른길을 가고 있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인내의 시간을 견뎌내면 비록 속도가 조금 떨어지더라도 정도로 갈 수 있다”고 밝혔다.

일례로 지난해 신한은행은 시중은행의 50년 만기 주담대가 대출 규제 우회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금융당국의 지적이 있기 전부터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만기 40년 이상 초장기 주담대에 ‘만 34세 이하’ 연령 제한을 뒀다. 주력 주담대 상품의 판매를 자체적으로 제한한 것이다. 차주들이 무분별하게 대출에 몰릴 것을 우려해 진 회장이 정도경영에 기반해 내린 결정이었다.

신한금융그룹 사옥 전경.ⓒ News1 이재명 기자

◇ 책무구조도 선제 도입해 내부통제 강화…소비자보호에 '진심'

신한금융은 지난해 6월 금융당국이 발표한 ‘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에 따라 금융업계 중 가장 먼저 내부통제 책무구조도 도입을 위한 준비에 나섰다. 진옥동 회장이 “그룹의 지속가능성장을 위해서는 철저한 내부 견제와 검증을 통해 업무의 모든 과정이 정당화돼야 한다”며 ‘내부통제 책무구조도’를 법령 통과 후 조기에 도입할 것을 지시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은 내부통제 책무구조도의 선제적 도입과 운영을 위해 신한은행이 금융권 최초로 책무구조도 작성을 완료하고 이행시스템 개발에 나선 것을 시작으로, 카드·증권·라이프 계열사 모두 업권 내 최초로 책무구조도 작성에 착수했다.

신한금융은 책무구조도를 통해 그룹사 내 3선(線) 구조의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1선에서는 각 사업에 내재한 리스크 파악 및 관리를 통해 영업행위에 대한 내부통제 관점의 리뷰·점검을 이어가고, 2·3선에서는 전문영역별 내부통제 업무를 수행한다. 이와 함께 CEO에게는 책무구조도 작성과 내부통제 총괄 관리 의무를, 이사회에는 내부통제체계 운영 전반의 적정성에 대한 감시 책임을 부여할 예정이다.

또한 진 회장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통한 의미 있는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고객의 관점에서 다시 돌아봐야 한다며 금융소비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한 방법을 강구해왔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진 회장은 지난해 7월 지주회사에 소비자보호 부문을 신설하고, 각 그룹사가 개별적으로 운영해왔던 소비자보호 관련 정책을 보다 체계적으로 일원화함으로써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금융사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발전적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진옥동 회장의 고객 중심의 정도경영은 대내외적으로 금융시장 리스크가 커진 현재 금융업계의 뉴노멀로 재조명되는 분위기"라며 "신한금융은 내부통제 강화, 고객중심의 체질 개선 등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발판을 마련한 만큼 올해 더 큰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jhku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