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의 땡큐경영]③"10년 먹거리 챙긴다"…증권사 인수 속도전
'NH투자증권' 만들어낸 임종룡 회장…10년 전 영광 재현할까
"감 떨어질 때까지 기다릴 수 없어"…포스증권 인수 상반기 마무리
- 김근욱 기자, 공준호 기자, 국종환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공준호 국종환 기자 = 유지필성(有志必成) : 뜻이 있으면 반드시 이룬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316140) 회장이 후보자 신분이던 지난해 초, 평소 가깝게 지내던 후배에게 전화를 걸어 고민을 털어놓았다고 한다. 우리금융을 향한 결자해지의 마음과 사명감으로 금융업계 복귀를 어렵게 결심했지만, 10여년 전 농협금융 회장을 지냈던 그가 경쟁사의 회장을 또 맡는 모습이 스스로도 적지 않은 부담이었을 테다. 당시 전화를 받은 후배는 임 회장에게 이렇게 답을 건넸다.
"농협금융에 10년 먹거리를 주시지 않았습니까." 도의적 부담은 잠시 내려놓고, 금융권 전체를 위해 다시 '큰일'을 맡아달라는 의미였다.
임 회장이 올해 우리금융의 '10년 먹거리' 사업에 착수한다. 우리금융은 올해 상반기 증권사 인수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우리금융의 숙원인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더 이상 늦춰선 안 된다는 판단에서다. 당장 소기의 목표를 이룰 마땅한 중대형 증권사 매물은 찾기 어렵지만, '유지필성'의 각오로 소형 증권사 인수부터 차근차근 시작해 결국엔 대형 증권사를 품은 금융지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 뼈 아픈 증권사 부재…"증권업 진출로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올해를 퀀텀 점프의 원년으로 삼은 임종룡 회장은 증권사 인수를 통한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연초부터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임 회장은 신년사에서도 "증권업 진출에 대비해 그룹 자체 역량을 강화하고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충을 병행하는 등 그룹의 전체적인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금융은 5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증권사와 보험사가 없는 것이 약점으로 꼽힌다. 과거 구조조정과 민영화 과정에서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우리아비바생명(현 DGB생명) 등을 매각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의 지난해 연간 순이익은 2조5167억원으로 전년(3조1417억원)보다 19.9%(6250억원) 줄었다. 그마저도 우리은행의 당기순이익이 2조5159억원으로 그룹 전체 순익의 99%를 차지해 은행 의존도가 기형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그만큼 비은행 계열사의 존재감이 약한 상태다.
특히 임 회장에게 증권사의 부재는 뼈 아플 수밖에 없다. 임 회장이 지난 2014년 농협금융 회장으로 재직할 당시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인수해 그룹 핵심 계열사로 키워낸 주역이기 때문이다.
농협금융은 지난해 순익 2조2343억원으로 우리금융과의 격차를 2800억원대로 바짝 추격하면서 4위 자리마저를 위협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이 전년 대비 83% 순익이 급증하면서 그룹 실적 개선에 크게 기여한 덕분이다.
임 회장은 지난해 3월 취임 직후부터 증권·보험사 인수합병(M&A)에 의지를 보여왔다. 특히 증권사 인수와 관련해선 "언제든지 좋은 물건이 나온다면 적극적으로 인수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 소형 증권사 인수부터 추진…"우리종금 합병 통해 대형사로 키운다"
그러나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았다. 우리금융은 내부적으로 자기자본 1조~3조원 사이의 증권사 인수를 추진해 왔으나 시장에서 마땅한 매물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금융은 중소형 증권사를 인수하는 대신 우리종합금융(우리종금)과의 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우는 방식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감나무에서 감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듯, 마냥 좋은 매물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만은 없다는 판단에서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8월 우리종금 지분을 모두 인수하면서 100%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고, 같은 해 12월 우리종금에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또 남대문에 있던 우리종금 본사도 국내 대표 증권가인 여의도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우리종금의 '증권화'를 시작한 것이다. 이번 유상증자로 우리종금의 자기자본은 1조1000억원을 웃돌면서 중형 증권사 수준으로 올라섰다.
우리금융은 지난달 남기천 전 우리자산운용 대표를 우리종금 신임 대표로 추천하면서 "우리금융그룹이 증권사를 인수하고 우리종합금융과의 시너지를 창출하는 데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금융은 '포스증권'의 인수를 적극 추진 중이며 상반기 내에 마무리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증권의 자본 규모는 698억원 수준으로 소규모 증권사에 속하지만, 투자중개업, 투자매매업, 신탁업 라이선스 등 3개의 금융투자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어 증권업 진출 교두보로서는 충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우리종금과의 합병 시 기존 종금사 업무와 더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금융권은 임 회장의 결단에 주목하고 있다. 임 회장이 올해 증권사 인수에 성공한다면 2014년에 이어 2024년까지, 서로 다른 금융지주에서 증권사를 만들어내는 기념비적인 성과를 거두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민관에서 다양한 업적을 이뤄낸 임종룡 회장은 좋은 재료만 있으면 훌륭하게 요리할 준비가 된 최고의 요리사"라며 "우리금융의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가 어떠한 방향으로 실현될지 업계에서도 긴장하며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jhk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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