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의 땡큐경영]②"꽃길 대신 택한 험지"…올해 '우리은행 1위' 노린다
1년차 실적반전은 아직…내부통제·조직문화 개선으로 기반 다져
기업금융·글로벌 경쟁력 강화 등 중장기 계획 잇따라 추진
- 공준호 기자, 국종환 기자, 김근욱 기자
(서울=뉴스1) 공준호 국종환 김근욱 기자 = 멸사봉공(滅私奉公) : 사적 이익을 버리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헌신.
우리금융지주(316140) 회장 자리는 처음부터 쉽지 않은 길이었다. 과거 구조조정과 민영화 과정에서 알짜 계열사들이 분리돼 나감에 따라 은행 의존도가 유독 높아졌고, 은행권 전반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이슈 등 금융환경이 악화되면서 실적 성장은 한계에 봉착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상업·한일은행 간 합병 이후로도 25년간 잔존하는 해묵은 파벌 갈등 등 조직개선도 풀어내야 할 과제였다.
그랬기에 지난해 임종룡 회장이 우리금융 회장에 내정됐을 때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도 많았다. 윤석열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 및 경제부총리 후보로 유력시되던 그가 꽃길을 마다하고 선택한 길이었기 때문이다. 관료 출신인 만큼, '관치금융 및 낙하산 인사 논란'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는 길이었다.
임 회장은 '멸사봉공'이란 사자성어처럼 개인의 사욕보다는 금융권을 위해 자신이 가장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택했다. 과거 우리금융의 합병과 민영화 등 굵직한 역사를 주도하며 누구보다 우리금융을 잘 알고 있는 그였기에, '결자해지'의 각오로 조직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헌신하기로 한 것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금융위원장과 대통령 경제비서관, 농협금융 회장 등 이미 화려한 경력을 갖춘 임종룡 회장이 꽃길을 마다하고 사실상 험지이자 당장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우리금융 회장을 자진해 맡은 것은 솔직히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 취임 1년차 성적표 "부족했다" 인정…"올해 기대 이상 성과 보일 것"
임종룡 회장 취임 후 1년간 우리금융에 드라마틱한 실적 반전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이 지난해 거둔 순이익은 총 2조5167억원으로 전년(3조1417억원)보다 19.9%(6250억원)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조8547억원에서 9조8374억원으로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부동산 PF 등 부실에 대비해 충당금을 대폭 늘렸고, 은행권 상생금융 등의 비용 지출로 순이익이 크게 줄었다.
경쟁 그룹사와의 실적 격차도 확대됐다. 그동안 3, 4위 경쟁을 벌여 온 하나금융과의 연간 순이익 격차는 9000억원 수준으로 벌어졌다. 같은 기간 하나금융의 당기순이익은 3조4516억원을 기록했다.
임 회장이 지난 3월 이후 취임한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 실적 상당 부분은 전임자의 결과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임 회장은 실적에 대한 책임을 피하지 않았고, 계속해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임 회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올해는 고객과 시장이 변화된 모습을 체감할 수 있도록 명확한 성과를 보여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그룹 경영전략 워크숍에서도 지난해 본인이 부족했다는 말과 함께 "2024년은 저와 경영진이 온전하게 감당하는 해인 만큼 시장이 기대하는 수준 이상의 성과를 보여달라"라고 그룹사 경영진 및 임원들에게 주문했다.
◇ 내부통제·조직문화 개선,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 도약 발판 마련
우리금융은 그간 그룹 이미지와 성장에 발목을 잡았던 내부통제 강화와 조직문화 개선을 이뤄내고 있고, 경영 건전성을 강화하는 한편 앞으로 도약을 위한 발판을 차곡차곡 쌓아나가고 있다. 금융권에선 임 회장의 취임 2년 차인 올해 가시적인 성과들이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금융의 지난해 말 대손비용률(대손비용/총여신 평잔)은 0.53%로 전년 말 0.26%에서 0.27%포인트(p) 오르며 손실흡수능력이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다. 고정이하여신(NPL)커버리지비율도 229.2%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저위험·고수익 우량 자산을 중심으로 위험가중자산 관리 역량을 끌어올린 게 유효했다.
또한 우리금융은 정기적인 대외 간담회를 통해 '기업금융 확대', '글로벌경쟁력 강화', '자산관리 서비스 강화',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등 중장기 계획을 잇달아 선포하며 경영 도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9월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위한 전략'을 발표하며 기업금융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2027년까지 대출자산 중 기업대출 비중을 60%까지 끌어올리고, 은행권 기업금융 1위를 탈환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실제 우리은행은 작년 하반기 시중은행 중 기업대출 증가율 1위를 차지하며 '기업금융 명가'의 지위를 되찾아 가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도 힘쓸 계획이다. 우리금융은 지난 10월 기자간담회에서 2030년까지 글로벌 순이익 비중 25%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룹 자회사 해외 인수합병(M&A)과 사업계획을 지원하는 글로벌 사업 전담 조직을 새로 만들었고, 우리은행은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와 방글라데시 지점을 전담하는 ‘동남아성장사업부’를 신설했다.
우리금융은 내부통제 전담인력의 1선 배치, 신사업 내부통제 검토절차 강화 등 내부통제 체계 혁신 방안을 통해, 그간 고질병처럼 따라붙던 내부통제 관리 문제도 해결해나가고 있다.
최근 금융권에 불어닥친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손실 사태에서도 우리은행은 그간 쌓아온 리스크 관리 노력으로 인해 유일하게 피해를 비껴갔다. 주요 은행의 홍콩 ELS 판매액은 수원대에 이르는데 반해 우리 우리은행은 4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우리은행은 이달 기자 간담회에선 홍콩 ELS 불완전판매 이슈로 만연해진 금융권의 자산관리 불신을 '100% 완전판매'를 통해 회복하며 자산관리(WM) 전문은행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지난 1월 상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올해 '시중은행 당기순이익 1위'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은행 측은 자산관리와 기업금융을 목표 달성을 위한 두 가지 축으로 보고 있다.
jhk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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