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더리움 50% 올랐는데…돌아온 상승장에 소외된 '김치코인'

[김치코인 위기]① 월간 상승률 10%에 그친 국내 게임사 김치코인
국내 투자자 비중 큰 영향…이번 상승장은 해외서 주도

7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 위메이드 본사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2022.12.7/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던 비트코인(BTC)이 조정기를 맞았지만, 여전히 한 달 전에 비해선 50% 가량 오른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2위 코인'인 이더리움(ETH) 역시 55% 넘게 오른 가격을 유지 중이다.

반면 국내 기업이 발행한 가상자산, 이른바 '김치코인'은 큰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 한 달 새 시장이 활황을 띠면서 주요 가상자산들이 모두 큰 폭으로 상승했으나, 국내 게임사들의 가상자산인 위믹스(WEMIX)나 엑스플라(XPLA) 등은 10%도 채 상승하지 못했다.

국내 투자자 비중이 높은 가상자산은 상대적으로 크게 오르지 못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번 상승장은 해외 투자자들이 주도한 영향이다.

◇비트·이더 50% 가는 동안…위믹스·엑스플라 등 10% 상승

7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비트코인, 이더리움을 비롯한 주요 가상자산에 비해 '김치코인'들의 월간 상승률은 크게 뒤처지고 있다.

전날 오전 코인마켓캡 기준 비트코인은 한 달 전에 비해 50% 오른 6만3700달러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전일 대비 6% 이상 하락했지만 여전히 한 달 전에 비해선 50% 오른 상태다.

'2위 코인' 이더리움은 더 큰 폭으로 올랐다. 전날 기준 이더리움은 한 달 전에 비해 55% 상승한 356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질 때에도 가격을 어느 정도 방어하면서 55% 월간 상승률을 유지 중인 모습이다.

그러나 '김치코인'들의 상황은 밝지 않다. 대표적인 김치코인 위믹스는 지난 한 달 간 8.7% 오르는 데 그쳤다. 비트코인, 이더리움은 물론 BNB, 솔라나(SOL) 등 시가총액 10위권 내 코인들이 30%를 훌쩍 웃도는 월간 상승률을 보인 것과 대비된다.

위믹스처럼 국내 게임사가 발행한 다른 가상자산들도 마찬가지다. 컴투스의 엑스플라(XPLA)는 한 달 새 10.06% 상승했다.

클레이튼과 핀시아가 지난달 블록체인 플랫폼 통합을 결정했다.

김치코인 중 가장 눈에 띄는 상승률을 보인 것은 30%대 상승률을 기록한 클레이튼(KLAY)과 핀시아(FNSA)다. 클레이튼은 지난 한 달간 37% 가량 상승했다. 같은 기간 핀시아는 26% 오르며 클레이튼보다는 더딘 상승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두 가상자산에 '합병'이라는 대형 '호재'가 있던 것을 고려하면 큰 폭의 상승률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클레이튼과 핀시아는 지난달 블록체인 통합을 결정했다.

국내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클레이튼과 핀시아와 같은 '레이어1' 테마 가상자산들과 비교했을 때 시가총액 10위권 내에 있는 BNB, 카르다노(ADA) 등은 눈에 띄는 호재 없이도 30~40%씩 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불장(상승장)'이 오면서 대부분 가상자산들이 올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클레이튼과 핀시아는 통합이라는 '호재' 덕을 못 본 셈"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투자자 비중 큰 영향…2021년 불장때와 달라

이처럼 상승장에서 김치코인들이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데에는 김치코인 투자자들이 국내 시장에 쏠린 영향이 크다.

최근 상승장은 해외 시장에서 주도했다. 지난 1월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거래가 시작되면서 대규모 자금이 가상자산 시장으로 유입되기 시작했고, 시장 상승세를 견인한 것이다.

따라서 국내 투자자 비중이 큰 김치코인들은 이 같은 상승장에 편승하지 못했다.

일례로 위믹스가 가장 많이 거래되는 거래소는 빗썸, 코인원, 코빗 순이다. 올해 들어 게이트아이오 같은 해외 거래소에서도 활발히 거래되고 있지만 여전히 위믹스 거래량의 대부분은 국내 거래소들이 차지하고 있다. 현재 외국인은 국내 거래소를 이용할 수 없으므로 위믹스 투자자 중 국내 투자자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다는 의미다.

클레이튼은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이자 국내 투자자들도 많이 사용하는 바이낸스에 상장돼 있다. 그럼에도 바이낸스 내 거래량보다 빗썸 내 거래량이 더 많다. 전날 기준 클레이튼 거래량 중 바이낸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24%, 빗썸이 차지하는 비중은 27%다.

지난 2021년 '불장' 때와 달리 김치코인 프로젝트들의 입지가 좁아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2021년 4월 상승장 당시엔 대표적인 김치코인 '루나(LUNA)'가 있었다. 루나는 한국인이 발행한 가상자산임에도 이례적으로 해외 투자자들을 많이 끌어들이며 승승장구했다. 2021년 4월 기준 클레이튼과 루나는 각각 글로벌 시가총액 순위 13위, 18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2022년 5월 '루나 사태'를 거치며 김치코인들의 입지는 급격히 좁아지기 시작했다. 루나가 몰락한 후 한 때 시가총액 10위권이었던 클레이튼조차 맥을 못 추며 현재는 시가총액 순위 101위를 기록하고 있다. 시가총액 100위권 내에 김치코인은 전무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처음 가상자산 붐이 일었던 2018년에는 우리나라 투자자들이 전체 시장을 주도했고, 그 다음 상승장이었던 2021년에는 '루나'라는 큰 프로젝트가 있었다"며 "해외에서 제도권 자금이 들어오고 있는 지금과는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hyun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