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이 쏘아올린 3000억 통큰 소각…정부 '기업 밸류업' 힘 보탰다

하나금융, 자사주 소각 발표 후 35% 급등…금융주 상승세 주도
함영주 회장, 강력한 주주환원 의지로 정부 주가부양책에 힘 실어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뉴스1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하나금융지주(086790)가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발맞춰 통 큰 주주환원에 나서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순익 감소에도 불구하고 자사주 소각 등 배당 규모를 대폭 확대하자 시장은 환호했고, 주가가 급등하면서 금융주 전반의 상승을 이끌고 있다.

금융권에선 하나금융을 시작으로 금융업계의 주주 환원 움직임이 확산하면서, 만년 저평가주에 머물던 금융주가 시장의 새로운 주도주로 도약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 주가는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2일까지 10거래일 동안 무려 35% 급등했다. 이 기간 단 하루를 제외하고 연일 상승해 5만5900원까지 오르면서 1년여만에 5만원대를 재돌파했다. 2주가량 지속되던 상승세는 5일 차익실현 매물로 인해 잠시 멈췄으나, 장중 최고가인 5만7100원을 터치하면서 6만원대 진입을 예고하기도 했다.

하나금융이 강세를 보이는 배경에는 지난주 발표한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확대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하나금융은 지난 31일 실적 발표에서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기말 주당 배당금을 1600원으로 확정하고, 추가로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소각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하나금융의 현금배당 합계는 전년보다 50원 늘어난 3400원이 되면서 연간 주주 환원율은 33%에 육박했다.

특히 하나금융은 지난해 선제적 충당금 적립과 상생금융 실천으로 순익이 일부 감소한 상황에서도, 함영주 회장 등 경영진이 자사주 소각 규모를 시장 기대보다 확대하는 등 강력한 주주환원 의지를 내비치면서 시장의 신뢰를 얻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나금융의 주가는 주주환원 발표 직후 급등하기 시작해 실적 당일(31일) 3.24% 오른 데 이어 다음 날 8.8% 상승해 단숨에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News1 신웅수 기자

증권가는 잇따라 하나금융의 목표가를 높였다. 김은갑 키움증권 연구원은 "하나금융을 은행업종 톱픽으로 유지하고 목표가를 기존 56000원에서 62000원으로 상향조정 한다"며 "이번 실적발표에서 예상했던 1500억원의 2배인 3000억원의 자기주식 매입을 발표해 주주환원율의 추가 상승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화투자증권도 하나금융 목표가를 종전 5만8000원에서 6만5500원으로, SK증권도 6만원대로 상향했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기대를 크게 상회하는 주주 환원을 한 하나금융지주의 주주 환원율은 점진적 확대가 이어질 전망”이라며 “기업가치 개선 방안 추진이 논의되고 있고 상생금융 등 사회적 역할을 착실히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주 환원 축소 리스크는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금융당국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기업 가치 제고 정책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이달 중 발표할 계획이다.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인 저PBR주의 저평가 이유를 분석·개선해 주가 부양을 지원·독려할 것으로 알려지자, 금융주가 대표 저PBR주로 꼽히면서 주가가 연일 오르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금융업종의 PBR은 0.7배 미만으로 코스피 평균 PBR(0.91배)보다 낮고, 자기자본이익률(ROE)은 반도체 등 타업종에 비해 높다. 주주환원율을 높일 수 있는 여력이 상대적으로 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수혜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에선 하나금융을 시작으로 6일부터 실적 발표가 예정된 다른 금융지주들도 개선된 주주 환원 정책을 내놓으면서, 만년 저평가주였던 금융주가 코스피 주도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우리금융은 예금보험공사(예보)로부터 연내 매입할 예정인 자사 지분 약 935만주(약 1380억원 규모)를 소각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도 지난해 5000억원에 이어 올해도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를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요 금융지주 중 하나금융이 먼저 통 큰 주주환원책을 내놓은 만큼 다른 지주들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에 따라 금융주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jhku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