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고팍스 살리기 나선 바이낸스…지분 매각 '고육지책' 통할까
10개월 지나도 VASP 변경 신고 수리 못 받은 고팍스
올해 VASP갱신·원화계약만료 앞둬…결국 바이낸스 영향력 줄인다
- 김지현 기자
(서울=뉴스1) 김지현 기자 = 국내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고팍스의 대주주 바이낸스가 가상자산사업자(VASP) 변경 수리 문제 해결을 위해 '지분 매각'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앞서 바이낸스는 지난해 3월 고팍스(운영사 스트리미) 인수에 따른 등기 이사 변경 등의 내용을 변경하고자 금융당국에 변경 신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당국은 10개월 여 간 바이낸스의 '법적 리스크'나 고팍스의 불건전한 자본 상태 등을 이유로 변경 신고 내용을 수리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 시장 재진출에 차질을 빚은 바이낸스는 결국 고팍스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을 정도만 지분을 남기기로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바이낸스의 이 같은 계획이 외국 자본에 기반한 글로벌 거래소의 한국 진출을 꺼려하는 국내 당국을 끝내 설득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이 든다는 의견도 나온다.
◇ 바이낸스, VASP 문제 해결책으로 지분 줄이기 공식화…"두달 내 내용 발표"
4일 국내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고팍스의 지분 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스티브 영 킴 바이낸스 아태 지역 담당 이사는 지난 1월 말 열린 바이낸스 라운드테이블에서 "가상자산사업자(VASP) 변경 신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팍스의 지분을 계속해서 줄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낸스 측 담당자가 고팍스의 VASP 변경 신고 수리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고팍스의 지분 매각 계획을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티브 영 킴 이사는 고팍스의 사내 이사로도 등재돼 있으며, 고팍스를 통한 바이낸스의 한국 시장 재진출을 주도해왔던 인물로 알려졌다.
그는 고팍스 지분 매각 계획과 관련해 "한 두 달 내에는 지분 매각과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자본잠식상태에 빠진 고팍스의 현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파이 상환금으로 지급했던 대여금을 출자전환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출자전환 후 바이낸스의 고팍스에 대한 지분율은 현 72%에서 최대 80%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출자전환 이후 확보한 지분을 기준으로 최대한 고팍스에 대한 지분을 매각하면서 업계에서 우려하는 고팍스에 대한 바이낸스의 영향력도 최대한 줄여나가겠다는 복안이다.
◇ 바이낸스 지분 가져갈 유력 후보는 시티랩스지만…효과는 '글쎄'출자전환 이후 늘어나는 바이낸스의 지분을 가져갈 유력 후보는 지난해 고팍스의 지분율 8.55%를 취득한 코스닥 상장사 시티랩스가 거론된다. 시티랩스는 지난해 고팍스가 바이낸스로 인수된 뒤 금융당국으로부터 '외국인 임원 문제' 등으로 VASP 변경 신고 수리 문제를 겪을 때 '구원투수'로 등장한 회사다.
시티랩스는 지난해 대주주들의 구주와 유상증자 참여를 통해 고팍스의 지분 8.55%를 획득했는데, 이들은 점차 고팍스의 지분율을 늘릴 계획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과의 소통을 꾸준히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위 당국이 부담스러워하는 고팍스 내 바이낸스의 그림자를 최대한 지우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시티랩스는 최종적으로 고팍스의 최대주주 지위를 획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다만 이 같은 시티랩스의 계획이 당국을 설득하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는 장담을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당국이 시티랩스와 바이낸스의 관계를 주시하고 있는 데다, 일각에서는 바이낸스가 시티랩스의 뒤에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시선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고육지책' 꺼낼 수밖에 없는 고팍스, 올해 VASP 갱신에 원화 계약 만료 앞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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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그럼에도 바이낸스 측이 예고한 '상반기 내 출자전환 뒤 매각을 통한 고팍스 지분 최소화 전략'은 업계에서 고육지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앞서 바이낸스는 지난해 3월 고팍스의 VASP 변경신고서를 FIU에 제출했을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고파이의 미지급액을 VASP가 수리된 이후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른바 일각에서 당국을 상대로 으름장을 놓았다고 평가될 정도로 다소 강한 VASP 수리 압박 카드로 평가됐는데, 이 같은 바이낸스의 압박은 결국 '악수'로 평가됐다.
해당 시점으로부터 10개월 여가 지났지만, 당국은 여전히 바이낸스 인수 이후 고팍스의 VASP 변경 신고 내용에 대해 응답하지 않고 있다.
그사이 당국이 고팍스 VASP 관련 우려점이라고 밝힌 바이낸스의 법적 리스크도 자오창펑 바이낸스 전 최고경영자(CEO)의 벌금 납부와 대표 교체를 통해 제거되는 듯 했으나, VASP 수리에는 여전히 효과적이지 못하다.
이 와중에 올해 고팍스는 타 원화마켓 거래소들처럼 VASP 갱신 시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거래소의 생존을 위해서는 VASP 변경 신고서 수리라는 숙제를 반드시 올해 10월 전까지는 달성해야 한다는 위기 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게다가 지난달에는 당국이 고팍스에 원화 계좌를 제공하는 전북은행의 자금세탁방지 관련 능력이 타 거래소와 원화 계좌 계약을 맺은 다른 은행 대비 부족하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고팍스가 전북은행을 계속해서 원화 계좌를 제공하는 파트너로 잡아두기 위해서는 빠른 시일 내 당국으로부터 VASP 변경 신고서 수리를 받아 올해 12월9일로 예정된 VASP 갱신 가능성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다.
고팍스와 전북은행의 계약 만료일은 오는 10월이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고팍스의 VASP 변경 신고서 데드라인을 오는 10월까지로 보고 있는 것이다.◇ "바이낸스 지분 줄이기, 명과 암 존재…고팍스 성장 가능성은 낮아질 것"
업계 관계자는 결국 바이낸스가 꺼내든 지분 줄이기 전략과 관련해 우선 "최후의 전략이지만 그속에 명과 암이 존재한다"며 "지분을 줄이는 것은 결국 당국의 요구를 맞추겠다는 자세라 VASP (변경신고) 수리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바이낸스의 인수 초기 기대했던 글로벌 자본의 유입이나 고팍스의 성장 가능성 부분에서는 이전보다 아쉬운 부분이 존재할테니 결코 좋은 선택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내 투자는 다를 수 있지만, 해외에서 고팍스에 투자를 고려하는 대부분의 회사들은 바이낸스의 존재를 보고 투자를 고려하는 것"이라며 "소위 VASP 변경 신고 수리로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건이 공식화되길 기다리는 이들도 몇몇 존재한다고 들었다. 그러나 바이낸스 지분이 줄어들면 이러한 투자건도 물거품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고팍스나 바이낸스 입장에서 앞서 공언한대로 고팍스의 VASP 변경 신고 수리 등 바이낸스의 인수 관련 행정 절차가 완료돼야 고파이 피해자들에게 지급하지 못한 잔여 예치수량을 지급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에 꺼내든 지분 최소화 카드가 효과적으로 발휘돼 VASP 변경 신고가 받아들여진다면 가장 시급한 과제인 고파이 미지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
한편 고파이 채권단 소속 투자자들은 지난달 31일 오전 금융위원회가 위치한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후문에서 고팍스의 VASP 변경 신고 수리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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