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말 꺼내기 무섭게…하나 이어 국민·신한까지 ELS 판매 중단(종합)

"주요국 지수 최고점 달해 하락시 손실 위험, 소비자 보호 조치"
기존 농협은행 이어 하나·국민·신한은행 잇따라 ELS 판매 중단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영업점 모습.ⓒ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국종환 김근욱 기자 = 농협은행과 하나은행에 이어 KB국민은행, 신한은행도 모든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홍콩H지수 하락세가 지속되는 등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을 고려한 조치다.

국민은행은 30일 오후 모든 ELS 상품에 대한 판매를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ELS 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며 "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있으며, 차후 시장 안정성 및 소비자 선택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매 재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도 이날 오후 비예금상품위원회를 열어 오는 5일부터 ELS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ELS의 기초자산으로 주로 편입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유로스톡스(EuroStoxx)50, 닛케이225 등 주요 주가지수가 최근 10년간 최고점에 달함에 따라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능동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하나은행도 전날 ELS 상품의 판매를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상품 판매 재개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 하나은행은 추후 시장 상황을 면밀하게 모니터링 한 뒤 비예금상품위원회 승인을 거쳐 판매를 재개할 예정이다.

농협은행은 은행권 중 가장 먼저 지난해 10월부터 원금보장형의 파생결합사채(ELB)를 제외한 모든 ELS 상품의 판매를 중단해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아직 우리은행은 ELS 전면 판매 중단까진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우리은행은 홍콩H지수 ELS 판매 금액이 400억원으로 최근 ELS 사태에서 비교적 부담이 적은 상황이다. 향후 당국 기조와 시장 동향 등에 따라 판매 중단 상품을 확대하거나 전면 중단을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은행은 일단 닛케이225지수가 연동된 상품에 한해 판매 중단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금융소비자의 투자상품 선택권 보호 차원에서 판매를 지속할 예정"이라며 "다만 현재 금융당국이 투자상품 관련 개선방안을 검토 중에 있으므로, 결과가 도출되면 그에 맞춰 판매정책을 정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날 금융당국은 ELS 판매와 관련 은행 판매 중지를 포함한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은행에서 ELS를 판매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는 질의에 "상당 부분 개인적으로 공감한다"며 "ELS뿐 아니라 금융투자 상품은 모두 위험하다. 종합적으로 여러 가지 측면에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고위험 상품이라 하더라도 상품 구조가 단순한데 고위험인 것도 있고 구조 자체가 복잡한 것도 있다"며 "경우의 수에 따라 어떤 창구에서 판매하는 것이 소비자 보호의 실질에 맞는 것인지 이번 기회에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최근 홍콩H지수 급락으로 이와 연계된 ELS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서 사회적 문제가 됐다. 지난해 말 기준 홍콩 ELS 판매 잔액은 19조3000억원으로, 그중 15조9000억원이 은행에서 팔려나갔다. 홍콩H지수가 현 수준에 머물 경우 올 상반기 손실액만 5조~6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 말 기준 4대 은행(국민·신한·하나·농협)에서 확정된 홍콩 ELS 만기 손실액만 3121억원으로 집계됐다. 확정 만기 손실률은 53%로 원금이 반토막 난 상태다.

jhku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