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로은퇴 시즌2] 부부 버킷리스트

편집자주 ...유비무환! 준비된 은퇴, 행복한 노후를 꾸리기 위한 실전 솔루션을 욜로은퇴 시즌2로 전합니다.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서울=뉴스1)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 영화 <버킷리스트>는 병원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백만장자(잭 니콜슨)와 정비사(모건 프리먼)가 지금까지 일만 하며 살아 온 자신들에게 마지막으로 주는 선물 목록을 작성하고 이를 하나씩 실행하는 내용이다. 장엄한 광경 보기, 낯선 사람 도와 주기, 눈물 날 때까지 웃기, 무스탕으로 카레이싱, 미녀와 키스하기, 문신 새기기, 스카이 다이빙, 로마∙홍콩∙타지마할∙피라미드 보기, 오토바이로 만리장성 달리기, 아프리카에서 호랑이 사냥 등 10가지다.

버킷리스트는 ‘죽기 전에 해야 할 일’을 뜻한다. 서부 영화에 보면 사람을 손을 묶은 채로 말에 앉혀 놓고는 올가미를 목에 걸어 높고 큰 나무 가지에 메어 놓는 장면이 있다. 말 엉덩이 한 번 걷어 차면 그 사람은 교수형이 된다. 마찬가지로 양동이(bucket) 위에 세워 놓고 목에 올가미를 건 다음 양동이를 차 버리면(kick) 역시 교수형이 된다. 그래서 ‘kick the bucket’은 교수형으로 죽이는 것을 뜻한다. 미국에서는 양동이 함부로 걷어 차면 안 된다.

영화에서 보듯이 평생 일만 한 나에게 주는 선물 버킷리스트는 의미 있다. 다만, ‘죽기 전’이라는 단어가 있다고 해서 너무 늦은 나이에 한꺼번에 몰아서 하는 건 좋지 않다. 60대부터는 해야 할 것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의외로 일찍 세상을 떠나는 지인들을 보면서 든 생각이며 그렇지 않더라도 시간은 ‘눈 깜짝 하면’ 10년이 지나가기 때문이다. 하나 더 보태자면 자신만의 버킷리스트가 아닌 부부의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실천하는 것이다.

60세 동갑내기 부부의 기대여명은 30년이다. 90세가 되면 부부 모두 세상을 떠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중 함께 살 시간은 19년이고 11년은 부부 중 한 명은 홀로 살아야 한다. 60세 동갑 부부를 기준으로 본다면 부부가 함께 할 시간은 30년이 아니라 19년에 불과하고, 19년 중에서도 부부가 모두 건강한 시간은 10년이며, 9년은 부부 중 한 명 이상이 아프게 된다. 그러니, 30년 세월 중 둘 모두 건강한 시간은 10년 남짓이란 결론이다.

부부간의 나이차가 2~3년 있어도 위의 과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래서 60세 부부의 삶을 간단히 말하면 ‘10-10-10’이다. 부부의 기대여명은 30년 정도인데, 10년은 부부가 모두 건강할 때고, 10년은 부부 중 한 명 이상이 아픈 시간이고, 또 10년은 부부 중 한 명이 세상을 떠나고 홀로 사는 시간이라는 뜻이다.

이렇게 보면, 부부 모두가 건강한 시간 10년은 소중한 시간이다. 골든타임이라 부를만하다. 응급 상황에서 골든타임은 이 시간을 놓치면 생명을 잃게 되는 시간이다. 60대 부부가 갖는 10년 역시 그 시기를 놓치면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다. 60대 10년을 놓치고 70대에 들어서 부부가 같이 놀려 하면 배우자가 아파서 같이 못 가겠다고 할 가능성이 높고, 그 10년도 놓치고 나면 같이 놀러가자고 말 할 상대가 옆에 없게 된다. 늦어도 60대부터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실천해야 하는 이유다.

번듯하게 결혼식 올리지 못한 부부가 나이 들어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식 사진을 찍는 것이 그런 리스트 중 하나다. 그 외에도 많다. 신혼 여행으로 꼭 가고 싶었는데 못 가본 곳 가보기, 진기한 음식 먹어 보기, 맛집 100곳 탐방, 배우자가 태어나고 자란 곳 가보기 등. 부부가 머리 맞대고 생각날 때마다 하나씩 작성해서 실천하면 좋다.

부부 버킷리스트가 주는 장점은 이 경험이 노후 삶의 윤활유가 된다는 점이다. 추억을 공유하는 것만큼 관계를 깊게 해주는 게 없다. 전장에서 목숨을 같이 나눈 전우를 보면 안다. 김광석의 노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가사는 결혼하고 첫 출근 넥타이 메어주던 때, 막내 아들 대학시험 때, 큰 딸아이 결혼식 날 등 굵직하고 깊은 경험을 공유한 부부의 이야기를 노래하고 있다. 이런 공통의 경험과 추억이 노후를 견딜 수 있게 해준다.

노후가 되면 행복하다고도 하지만 삐걱거리는 게 더 많다. 지금까지 쌓고 확장시켜 왔다면 노후는 인출하고 하나씩 떠나 보내는 때다. 회자정리(會者定離)라 했든가. 이별이 행복한 사람은 없다. 노후가 행복하다고 부르짖는 것은 실제로는 행복하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요즘은 친구들이나 퇴직한 직장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옛날 이야기를 신나게 하는 우리를 발견하게 된다. 나이 들면 추억만 먹고 산다고 핀잔을 주지만 추억은 노후에 좋은 먹을 거리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추억은 허전함을 채워준다.

그러니, 부부의 버킷리스트를 만들고 실천하면서 삐걱대는 노후에 윤활유 역할을 해 줄 좋은 추억을 만들어보았으면 한다. 부부의 추억은 애가 세상에 처음 나온 날, 대학 시험 날, 결혼식 날 등 자녀를 키우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이후에는 부부만의 추억으로 계속되어야 한다. 추억 1막이 자녀와의 성장 경험이었다면 그 2막을 위해 부부의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실천해보자.

bsta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