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속 책임경영 강조"…금융지주 연말 인사 키워드는 'OO'
4대금융, 계열사CEO 상당수 연임…조직 슬림화로 경영효율 높여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 커지자 변화보다 내실 강화에 초점"
- 국종환 기자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국내 4대 금융지주 연말 주요 인사와 조직개편이 거의 마무리되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올해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금융지주들은 내년엔 경기둔화가 예상되는 만큼, 주요 계열사 대표를 대부분 연임하고 조직을 슬림화하는 등 '안정'에 중점을 둔 인사를 단행했다. 특히 지주 회장들은 "전쟁 중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결연한 의지를 내비치며 '위기 속 책임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주요 관심사였던 '부회장제' 존폐 여부는 금융지주 조직개편이 완료되는 이달 말 결정되지만, 당초 부회장직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되던 인사들의 거취가 결정되면서 사실상 폐지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당국이 제도의 '불공정성'을 강하게 비판한 만큼 유지가 쉽지 않아 보인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는 연말 계열사 CEO·임원 인사와 조직개편을 대부분 마쳤으며, 일부 계열사 및 직원 인사 등만 남은 상태다.
신한금융지주는 진옥동 회장 취임 후 단행한 첫 정기인사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자회사 CEO 9명 모두 연임을 결정했다. 특히 자본시장 역량 강화를 위해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와 조재민 신한자산운용 대표에 대해서는 1년 임기 관례를 깨고, 2년의 임기를 부여한 것이 눈에 띄었다. 지주사는 기존 세분된 11개 조직체계를 4개 부문으로 통폐합해 슬림화를 추진했다.
진 회장은 이번 인사에 대해 "위기 속에서 '전쟁 중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격언처럼 성과와 역량을 검증받은 자회사 CEO를 재신임함으로써 책임경영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 불확실성·잠재적 리스크 증가 등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위기 대응력을 높이고자 리더십 변화를 최소화했다는 것이 신한 측의 설명이다.
하나금융도 계열사 CEO 교체 폭을 최소화해 안정에 무게를 둔 인사 기조를 보였다. 대표 임기 만료를 앞둔 10개 계열사 중 하나생명보험(남궁원)과 하나손해보험(배성완),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정해성) 3곳에만 신임 후보를 추천했다. 지난해엔 은행과 증권, 카드 등 핵심 계열사의 CEO를 모두 교체한 바 있다.
우리금융도 인사 변동을 최소화하는 '핀셋형 개편'을 실시했다. 연말 임원 인사에선 부문장 1명만 교체했다. 계열사 CEO의 경우 올해 초 임종룡 회장이 취임하면서 이미 한 차례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우리금융은 그 밖에 부사장·전무·상무로 나뉘었던 임원 직위체계를 부사장으로 일원화하고, 은행 역시 부행장·부행장보를 부행장으로 일원화해 조직 운영 효율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B금융은 양종희 회장 취임 후 첫 인사에서 이재근 KB국민은행장과 김성현 KB증권 대표, 이창권 KB국민카드 대표 등 주력 계열사 CEO 자리는 유지하면서, 6개 계열사에 '내부 출신' 전문가를 새 대표로 채웠다. 업계에선 양 회장의 이번 인사에 대해 '전문성에 기반한 세대교체'와 동시에 '안정 속 쇄신'을 꾀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금융지주들이 연말 인사에서 하나같이 '안정'을 추구한 것은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가계·기업대출 부실 등의 우려가 산적해 있는 만큼 변화와 혁신보다는 내실 강화에 힘쓰는 모습이다.
한편 금융지주 인사에서 또 다른 관심사인 '부회장제' 존폐 여부는 사실상 폐지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 당초 부회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인사들의 거취가 이미 어느 정도 결정됐기 때문이다. 현재 부회장제를 운영 중인 KB금융과 하나금융은 아직 이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낸 만큼 부회장제가 폐지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앞서 이달 발표한 '은행지주 지배구조에 대한 모범관행'에서 현행 CEO선임·경영승계절차 문제점으로 '부회장제'를 지목한 바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부회장 제도의 경우 셀프 연임보다는 훨씬 진일보된 제도이지만, 내부적으로 폐쇄적으로 운영돼 신인 발탁이라든가 외부 인사를 차단하는 부작용도 있다는 점에 대한 우려를 전달해 드렸다"고 지적했다.
jhk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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