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 상생금융' 오늘 3차 TF 회의 열린다…'분담기준' 윤곽 나올까
분담기준, 이자이익·자영업자 대출규모 적용 검토…가중치도 관건
- 김정현 기자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2조원에 달하는 상생금융 방안을 논의하는 은행들이 '분담기준'을 놓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14일 은행들은 은행권 민생금융 지원방안 TF 3차 비공개 회의를 열고 △상생금융 규모 △지원대상 △분담기준에 대해 논의한다. 연내 발표까지 앞으로 최대 3번의 태스크포스(TF) 회의가 남았다.
앞서 은행들과 은행연합회,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7일 2차 회의에서도 상생금융 기준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당국과 정치권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만큼 은행들은 상생금융 규모와 지원대상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은행권 상생금융 지원액은 은행연합회 회원 은행들의 지난해 당기순이익 18조9369억원의 약 10% 수준인 2조원 규모로 정해질 전망이다.
지원대상은 올해 말 기준 금리 연 5%를 초과하는 기업대출을 보유한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으로, 오는 2024년 납부할 이자의 일부(최대 150만원)를 현금으로 돌려주는 '캐시백' 형태가 유력한 상황이다.
◇상생금융 전체규모·지원대상에는 큰 이견 없으나…'분담기준'이 문제
현재 합의에 난항을 겪고 있는 사항은 '지원금 배분 기준'이다. 은행들은 애초 은행권 '이자장사' 논란의 원인이 된 이자이익을 기준으로 할지, 지원을 받는 당사자인 자영업자·소상공인 등 개인사업자 대출 규모를 기준으로 할지를 두고 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가지 안을 합쳐 각 지표에 가중치를 두는 방식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이자이익에 가중치를 둘 경우 '많이 번 만큼 많이 낸다'는 원칙이 지켜진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개인사업자 대출규모를 기준으로 할 경우, 혜택을 받는 사람의 수가 더 많아질 수 있다. 각 은행들은 배분기준에 따라 공동 지침을 바탕으로 자율 지원에 나서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배분 기준에 따라 은행별로 실제로 부담해야하는 금액 규모가 달라지는 만큼 배분 기준이 은행들에게는 가장 예민한 사안"이라며 "현재 은행연합회에서 계속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고 있는데도 일부 논의된 기준이 확정안인 것처럼 흘러나오는 일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에는 '당기순이익 비중 70%, 연 5% 금리 초과 개인사업자 대출 비중 30%'을 적용하는 '70·30' 안이나 '당기순이익 비중 50%·연 5% 금리 초과 개인사업자 대출 비중 50%'을 적용하는 '50·50' 안 등이 논의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분담기준 1~2% 차이로도 수백억원 차이…합의에 난항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3년 3분기 국내은행 영업실적(잠정)'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국내은행들의 누적 이자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조6000억원 늘어난 44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5대 금융지주의 경영 실적 공시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의 3분기 누적 이자이익은 △KB국민은행(7조3319억원) △신한은행(6조2563억원) △하나은행(5조9648억원) △NH농협(5조7666억원) △우리은행(5조6170억원)으로 30조9366억원이다. 전체 은행 이자이익의 70.0%를 5대 은행이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자영업자 대출을 기준점으로 삼을 경우 분담금 비중이 달라진다.
지난 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예금취급기관 산업별대출금'에 따르면 9월말 기준 은행(예금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비법인기업 대출)잔액은 464조8000억원이다. 같은 기간 5대 은행의 개인사업자(소호) 대출잔액은 319조876억원으로, 은행권 개인사업자 대출의 68.6% 수준이었다. 각 은행별 비중에도 차이가 있었다.
전체 상생금융 지원액 규모가 2조원에 달하는만큼, 1~2% 차이만으로도 각 사별 분담금 규모가 수백억원 차이가 나는 만큼 각 은행들에서는 좀처럼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상태다.
◇은행연합회 시나리오별 시뮬레이션 계속…14일 3차 TF 회의 결론날까
현재 은행연합회는 다양한 기준에 따라 시나리오별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은 이날 열리는 3차 TF 회의에서 시뮬레이션에 따른 결과를 바탕으로 다시 한 번 분담기준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연내 상생금융안을 마련해야 해서 은행들끼리도 끝까지 자기 입장만 내세울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이번 회의에서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라 형평성 있는 기준이 제시될 경우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Kri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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