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인터넷은행' 출사표 던진 도전자들…인가 가능성은?
소소뱅크·삼쩜삼뱅크·KCD뱅크 등 "내년 상반기 예비인가 준비"
당국, 문턱 낮췄지만…은행 라이선스 획득은 쉽지 않아
- 김정현 기자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제4인터넷전문은행' 자리를 노리는 경쟁이 다시 시작됐다. 당국이 인가 신청을 상시화하고, 기존 인터넷은행 3사 모두 2년 만에 흑자 전환하는 등 안정적으로 시장에 안착하는 모습에 곳곳에서 은행업 진출을 노리는 모양새다.
현재 금융권에서 제4인터넷은행을 노리는 곳은 △소소뱅크 △삼쩜삼뱅크(가칭) △KCD뱅크(가칭) 등 크게 세 곳이다.
◇소소뱅크·삼쩜삼뱅크·KCD뱅크 등 '소상공인' 내세워 '제4인뱅' 노려
소상공인연합회 등을 중심으로 한 소소뱅크설립 준비위원회(소소뱅크)는 지난 6일 출범식을 열고 내년 2월 중 인터넷은행 예비 인가를 신청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소소뱅크는 지난 2019년 인터넷은행 인가에 1차 도전했으나, 최종심사에서 자본금 조달 계획 및 사업계획 미비 등을 이유로 탈락한 바 있다.
소소뱅크 측은 "지난번 탈락 경험을 교훈으로 철저히 준비 중"이라며 "소상공인 전담 특화은행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세금 신고·환급 도움 서비스 '삼쩜삼'을 운영하는 자비스앤빌런즈도 '삼쩜삼뱅크'라는 이름으로 내년 초 예비인가를 신청하겠다는 도전 의지를 밝혔다.
자비스앤빌런즈 측은 "컨소시엄 구성과 함께 내년 상반기 예비인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삼쩜삼뱅크는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의 개인 사업자나 N잡러에게 새로운 기회 창출 및 삶을 전환하는 기반이 될 수 있게 하겠다"고 설명했다.
당초 특화은행 설립을 노리던 한국신용데이터(KCD)도 최근 인터넷은행 설립을 목표로 방향을 선회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탓이다.
KCD도 소상공인 경영관리 서비스 '캐시노트'를 운영하는 만큼 소상공인 특화은행을 표방하고 있다. KCD도 관련 태스크포스(TF) 팀을 꾸렸으며, 내년 상반기 중 인가신청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 인가 문턱 낮춘 당국…인뱅3사 '호실적'도 유인 요인
이처럼 인터넷은행업 진출을 노리는 곳들이 속속 등장하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분석된다.
금융당국이 은행권 경쟁 촉진을 위해 인가 문턱을 낮췄고, 앞서 진출한 인터넷은행들이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이자수익을 바탕으로 안정적 호실적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며 과점 구조 해소를 위해 인터넷은행 등의 신규 인가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를 위해 충분한 자금력과 실현가능한 사업계획을 갖춘 플레이어들은 인가신청을 하면 상시적으로 심사를 받을 수 있어 인가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 올해 3분기 기준 인터넷은행 3사의 당기순이익은 117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8% 늘어나며 '호실적'을 보였다.
카카오뱅크는 3분기 기준 역대 최대 누적 순이익을 기록했다. 케이뱅크는 10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토스뱅크는 출범 2년 만에 첫 분기 흑자를 기록했다.
이처럼 기존 카카오·케이·토스뱅크 인터넷은행 3사의 실적이 빠르게 개선되는 모습도 매력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한 인터넷은행업계 관계자는 "기존 인터넷은행 입장에서는 더 많은 인터넷은행들이 나타나 인터넷은행업권이 전체적으로 넓어지고 고객들의 선택권도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새 도전자들 경쟁력·자본력 당국에 신뢰 줄 수 있어야" 지적도
일각에서는 제4인터넷은행 출범 움직임에 대해 은행으로서의 경쟁력과 자본력이 검증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당장 내년 초에 예비인가를 신청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기존 금융사가 컨소시엄에 참여했다고 밝힌 곳은 한 곳도 없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소상공인·자영업자 상생금융 등이 이슈가 돼서 그런지 대부분 소상공인을 앞세우는 모습"이라며 "그러나 기존 인터넷은행들이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의무 비중도 못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소상공인 특화만으로 건전성 관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인터넷은행 3사 중 인가 취지인 중저신용대출 의무 비중을 지킬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지는 것은 카카오뱅크뿐이다. 3분기 기준 케이뱅크(26.5%)와 토스뱅크(34.46%)의 중저신용대출 비중은 연말 목표치보다 각각 5.5%포인트(p), 9.54%p 부족해 올해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시목 변호사(법무법인 율촌)는 "소상공인 은행 등 아무리 취지가 좋다 하더라도 기존 은행들을 보면 컨소시엄에 기존 은행이나 금융사 등 믿을 만한 곳이 참여하고 신뢰를 줘야 금융당국에서도 믿고 대주주를 내주고 했다"며 "새 인터넷은행 인가 역시 당국과 사전 조율 등 충분한 소통을 통해 경쟁력이나 건전성 등의 측면에서 믿음을 줘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해외 투자를 약속받았다'거나 '유명 플랫폼과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힌 곳들은 있어도 구체적인 컨소시엄 참여 금융사 등을 공개한 곳은 없는 상태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은행 라이선스는 쉽게 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상시 신청을 받는 것과 별개로 건전성과 사업계획 측면에서 충분한 요건을 갖추지 않았다면 심사통과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Kri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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