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위 배 가르냐'는 금감원, '자릿세 뜯냐'는 野…은행 횡재세 놓고 '격돌'

野 "관치 대신 법치" VS 당국·與 "포퓰리즘 법안 안돼"
'방식' 엇갈리지만…금융권 부담 '2조원'은 비슷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금융투자협회 70주년 기념식 참석 전 취재진 질의 응답을 마치고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3.11.23/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김정현 박승희 기자 = 금리 상승기로 높은 이자수익을 올린 은행권의 초과이익 환수를 두고 정부·여당과 야당 사이의 갈등이 가열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상생금융'을 촉구한 금융당국을 향해 '자릿세'를 뜯냐고 비판하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야당의 횡재세 법안은 '거위 배 가르기'라며 맞불을 놨다.

이 원장은 23일 금융투자협회 70주년 기념식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발의한 '횡재세' 법안을 지적하며 "최근 논의되는 횡제세 안은 개별 금융기관 사정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고 일률적이고 항구적으로 이익을 뺏겠다는 내용이 주된 틀로 이해하고 있다"며 "금융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마을에 수십년 만에 기근이 들어 다 어려운 상황에 거위 알을 나눠쓰자는 상황에서 갑자기 거위 배를 가르자는 논의가 나온 것 같다"고 비유했다.

현재 국회에는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해당 개정안은 금융사의 지난 5년 평균 순이자수익의 120%를 초과하면 '상생금융 기여금'이라는 명목의 부담금을 부과·징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해당 법안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 및 홍익표 원내 대표 등 55명이 서명했으며, 민주당은 사실상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11.22/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법치·관치 프레임 꺼내든 野…이복현 금감원장 "기근에 거위 배 가르는 격"

금융당국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 종 노릇', '독과점' 등 강한 표현을 써가며 은행의 '이자 장사'를 비판하자 은행들의 초과 이익을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취약차주를 위해 사용하는 '상생금융' 방안을 추진 중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0일 열린 금융지주회장 간담회를 마치고 '(은행의)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최대한의 범위' 내에서 코로나 종료 후 높아진 '이자부담 증가분의 일정수준'을 직접적으로 낮춰줄 수 있는 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횡재세 법안을 발의한 민주당에서는 이같은 금융당국의 행보에 대해 '관치금융'이라 지적하며 횡재세 법안을 통한 '법치금융'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22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똑같은 자리에서 영업하는데 힘센 사람이 대가라 치고 뜯어가면 자릿세이고, 혜택 일부를 모두를 위해 쓰자고 합의를 거쳐 제도를 만들면 그게 바로 세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윤석열 특수부 검찰식으로 얘기하면 이것이 직권남용"이라며 "횡재세는 고금리로 고통받는 국민들의 어려움을 덜어드리고, 고에너지 물가 때문에 고통받는 국민 삶을 개선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지주회장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2023.11.20/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금융당국·여당 "횡재세 법으로 안돼…금융 시장 고려한 유연 대응 필요"

그러나 이복현 원장은 이같은 지적에 대해서도 "함께 살고자 하는 논의 내용에 대해 직권남용 운운한 것은 저희 입장에서 수긍하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이 원장뿐 아니라 금융위와 여당 역시 법 개정을 통해 횡재세를 제도화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한 상태다.

김 위원장은 "(횡재세는) 법을 통해 하는 것보다 업계와 당국이 합의할 수 있다면 논의를 통해 세부적인 상황까지 챙기면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금융시장은 계속 변하고 불확실한 상황이 많기 때문에 유연하고 정교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정부·여당은 은행 초과이익 문제에 대해 시장경제 원리와 맞는 방향으로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야당의 횡재세법은) 내년 총선을 겨냥한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서울 시내 시중은행 ATM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는 모습. 2023.8.22/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은행 부담 '방식' 두고 '당국·與'와 '野' 대립하지만…규모는 '2조원' 될듯

이처럼 정부·여당과 야당 간에 은행들의 부담 '방식'을 놓고 의견 대립이 이어지고 있지만, 은행권의 부담 규모 자체는 횡재세 법안으로 인해 발생할 부담금인 1조9000억원 수준으로 정해진 모양새다.

김 위원장은 상생금융 규모에 대해 "금융지주회사에서도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정도의 수준이 안 되면 안 된다는 걸 분명히 했다"며 "한 가지 참고가 된다면 횡재세에 대한 법안이 나와있는데, 국회와 국민들이 요구하는 수준이 어느정도 수준인지 (금융지주들도) 감안할 거라 생각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편 금융지주사들은 향후 발생할 이자부담의 일부를 경감하는 방식을 적극 검토해 세부적인 지원규모 등 최종방안을 은행연합회를 통해 연내 발표할 계획이다.

Kri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