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금융 압박에 대출금리 '뚝'…다시 등장한 '3%대' 주담대

시중은행 주담대 고정금리 하단 2개월만에 3%대로 떨어져
은행채 하락에 정부 상생금융 압박 더해져 대출금리 하락

서울에 위치한 은행 개인대출 및 소호대출 창구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최저금리가 2개월만에 다시 연 3%대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주담대 준거금리인 은행채 상승세가 한풀 꺾인데다, 정부의 상생금융 요청에 은행권이 반응한 결과로 풀이된다.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혼합형(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연 3.86~6.196%로 집계됐다. 일주일 전(연 4.03~6.436%)과 비교해 하단이 0.17%포인트(p) 떨어지면서 3%대로 내려왔다. 주담대 금리 하단이 연 3%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 9월22일 이후 2개월 만이다.

KB국민은행의 혼합형 주담대 금리가 연 3.86~5.26%로 가장 낮았고, 하나은행의 혼합형 주담대 최저금리도 연 4.056%까지 떨어져 3%대 진입을 목전에 뒀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주담대 최저금리도 각각 연 4.02%, 연 4.10%로 하락해 3%대에 근접했다.

은행들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압박에 못 이겨 대출금리를 높이는 방식 등으로 대출문턱을 높여왔다. 이에 주요 은행 주담대 최저금리는 이달 초 연 4% 후반에서 5% 초반까지 치솟아, 3%대 주담대를 찾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달 들어 고공행진하던 은행채 금리가 하락하고, 정부의 상생금융 압박이 거세지면서 대출금리는 다시 하락세로 바뀌었다.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는 이달 초(2일, 연 4.39~6.683%)와 비교하면 하단은 0.53%p, 상단은 0.487%p 내렸다.

고정형 주담대 금리 산정의 기준(준거금리)이 되는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평균금리는 이달 2일 연 4.627%에서 20일 연 4.246%로 떨어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이 사실상 종료됐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미국 국채금리 상승세도 한풀 꺾이면서 은행채도 하락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최근 은행권의 역대급 이자이익을 잇달아 비판하며, 서민·취약계층의 이자 부담을 덜어줄 '상생금융'을 은행권에 요구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말 국무회의에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은행의 종노릇을 하고 있다"며 은행의 이자 장사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야당에서도 '횡재세' 법안 등을 발의하며 은행 이자이익에 대한 일부 사회적 환수까지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주요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낮추는 등 자체적으로 금융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안을 내놓기 시작했고, 은행권 공동으로 약 2조원에 가까운 상생금융 방안 마련을 위한 검토에 착수한 상태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 종료에 대한 기대감으로 시장금리가 하락하면서 주담대 고정금리도 떨어지고 있다"며 "정부의 상생금융 요청으로 가산금리를 올릴 수도 없는 분위기여서 이 같은 금리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hku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