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취임한 니어프로토콜 창업자 "지금이 AI-블록체인 결합 적기"[인터뷰]

일리야 폴로슈킨(Illia Poloshukin) 니어 재단 CEO 인터뷰
'챗GPT 근간' 논문 쓴 AI 전문가…"블록체인이 AI 오용 문제 해결"

일리야 폴로슈킨(Illia Poloshukin) 니어프로토콜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9일(현지시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니어콘 2023'에서 발표하고 있다.

(리스본=뉴스1) 박현영 기자 = 일리야 폴로슈킨(Illia Poloshukin) 니어프로토콜(니어) 창업자가 니어 재단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했다. 그동안은 기술 개발에 집중해왔지만, 앞으로는 니어프로토콜의 방향성을 잡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일리야 CEO의 취임으로 니어는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 기술 간 결합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전망이다. 일리야 CEO가 챗지피티(Chat GPT)의 근간이 된 논문 'Attention is all you need'의 공동저자이자 AI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니어콘(Nearcon) 2023' 현장에서 이 같은 소식을 알렸다. 이에 <뉴스1>은 니어콘 현장에서 일리야 CEO를 만나 니어 재단 CEO로서 그의 역할과 향후 니어프로토콜의 방향성에 대해 물었다.

◇3년 만에 '지갑 수' 1위…일리야 "확장성·개발 지원 덕분"

2020년 10월 메인넷을 출시한 니어프로토콜은 지난 3년 간 큰 성장을 이뤘다. 디앱(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 집계 사이트 댑레이더에 따르면 '활성화된 지갑 수'를 기준으로 니어는 현재 레이어1 블록체인 플랫폼들 중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활성화된 지갑'은 특정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지갑 중 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나는 지갑을 의미한다. 즉, 활성화된 지갑 수는 실질적인 이용자 수를 알 수 있는 지표로 통한다.

3년 만에 주요 레이어1 블록체인 중 하나로 성장한 비결을 묻는 질문에 일리야 CEO는 "니어는 확장성이 있을 뿐더러, 무엇보다 개발하기 쉽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니어가 현존하는 레이어1 블록체인들 중 거래 처리 속도가 매우 빠른 편에 속하고, 거래 수수료도 건당 1센트 미만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확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개발자들을 위한 도구를 끊임없이 출시하면서 니어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개발하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리야 CEO는 "다른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개발했던 서비스를 니어 기반으로 쉽게 전환하도록 지원하고 있다"며 "니어가 더 빠르고 수수료가 저렴하기 때문에 니어로 기반 플랫폼을 전환하려는 서비스들이 많다. 특히 거래(결제) 건 수가 많아 문제를 겪고 있는 서비스들이 니어로의 전환을 택한다"고 설명했다.

니어가 각 국가에 진출한 점도 효과가 컸다. 일리야 CEO는 "'니어 코리아'를 비롯해 주요 국가에 로컬 팀이 있다"며 "로컬 팀들이 각국의 웹2 기업들을 끌어들이는 데 기여하고 있어 니어 블록체인에 훌륭한 프로젝트들이 온보딩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일리야 폴로슈킨 니어프로토콜 창업자 겸 CEO. (뉴스1 DB)

◇"AI의 가짜 정보·중앙화 문제, 블록체인이 해결"

지난 3년간 니어가 '블록체인'으로서 성장한 만큼, 일리야 CEO는 지금이 AI와 블록체인 기술 간 결합을 도모할 적기라고 판단하고 있다.

왜 적기인지 묻는 질문에 그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최근 몇 년간 AI가 크게 발전했기 때문이고, 발전한 AI가 매우 중앙화됐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일리야의 답변처럼 최근 AI 생태계는 '게임체인저'인 챗GPT의 등장 이후 더욱 중앙화되는 모양새다. 챗GPT 개발사 오픈AI는 모델 크기, 학습 데이터 등 주요 개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또 생성형 AI가 발전하면서 가짜 뉴스, 가짜 이미지 관련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미국에서는 미국 펜타곤(국방부) 청사 근처에서 대형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이미지가 확산되면서 주가가 하락한 사건이 있었다. 해당 이미지는 생셩형 AI가 만든 가짜 이미지였다.

일리야 CEO는 블록체인 기술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블록체인의 기반인 '합의'나 최근 연구가 많이 진행된 영지식증명 등으로 AI가 만든 정보의 진위를 판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 위·변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 기술은 정보의 원천을 트래킹(추적)하는 데 쓰일 수 있다. 따라서 AI가 생성한 정보의 원천을 증명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리야 CEO는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학은 특정 정보의 출처를 보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블록체인 기술이 AI 서비스들을 위한 '도구'이자 AI 오용을 방지하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또 탈중앙화를 기반으로 하는 블록체인 기술이 AI의 중앙화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따라서 니어프로토콜도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현 AI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이 같은 목표를 위해선 블록체인과 AI가 상호작용할 수 있는 방법부터 많이 나와야 한다고 일리야 CEO는 밝혔다.

AI분야에서의 전략을 묻는 질문에 그는 "블록체인과 AI가 상호작용할 수 있는 방안을 더 많이 소개하려고 한다. 이번에 해커톤에서도 그런 프로젝트가 나왔다"고 강조했다. 니어콘 기간 동안 열린 해커톤에선 블록체인 상 스마트컨트랙트 작성을 위한 소스코드를 AI를 통해 작성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소개됐다. 일리야 CEO 역시 이를 블록체인과 AI 간 상호작용을 보여주는 사례로 들었다.

◇일리야의 최종 목표는?…"10억명 이용자의 '오픈 웹'"

그간 니어가 이룬 발전과 AI 분야에서의 도전을 기반으로 일리야 CEO는 '오픈 웹'이라는 최종 목표를 꿈꾸고 있다. 단순 블록체인 플랫폼을 넘어 모두가 데이터를 공유하는, 열린 환경의 웹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일리야 CEO는 "니어의 장기적인 목표는 '10억명 이용자를 확보한 오픈 웹'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니어 블록체인을 이용하는 이용자 수가 350만명 정도 된다. 그간 니어의 성장세를 보면 10억명도 가능한 목표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목표를 위해선 니어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킬러 앱'을 최대한 많이 끌어들여야 한다. 일리야 CEO도 킬러 앱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니어 블록체인에 온보딩할 서비스들을 발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컬 팀을 통해 주요 파트너사들을 끌어들이고, 해커톤을 열며 새로운 프로젝트들도 인큐베이팅하고 있다고 그는 밝혔다.

니어의 한국 팀인 '니어 코리아'를 둔 것도 킬러 앱 발굴을 위한 방안 중 하나다. 일리야 CEO는 "한국은 게임, 엔터테인먼트 등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낼 수 있는 분야가 크게 발전한 국가"라며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그래서 한국 시장에 특히 투자를 많이 하고 있고, 한국 프로젝트들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있다"며 "CEO 취임 이후에도 한국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hyun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