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도 쇼핑도 폰으로 뚝딱"…데이터 물만난 디지털 금융[슈퍼앱이 온다]②
'슈퍼앱' 통해 금융·비금융 넘나드는 생태계 구축 목표
핵심은 '데이터'…"'빅블러' 시대 걸맞은 규제 완화 필요"
- 한유주 기자
(서울=뉴스1) 한유주 기자 = #65세 여성 김희영씨는 A금융사 통합앱(애플리케이션)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낸다. 모바일 입출금은 물론이고 만보기, 출석체크 이벤트에 참여해 포인트를 적립한다. 한푼 두푼 모은 포인트로 생필품을 구매하고 만원 단위로 모아뒀다가 현금으로 바꾸기도 한다. 체감할 수 있는 포인트 혜택이 많아 김씨는 자동차보험과 생활비 신용카드도 A사의 손해보험, 카드 계열사로 돌려놨다.
금융사의 디지털 혁신은 단순히 대면 금융 거래를 비대면으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다. 계열사 서비스에 비금융, 생활 편의 기능까지 통합한 '슈퍼앱'을 통해 하나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 목표다.
'슈퍼앱' 이전 금융권에선 은행, 카드, 보험 등 각 자회사 앱을 각각 출시해 독자 노선을 걷는 '멀티앱' 전략을 추구했다. 오프라인이 중심이 되고 모바일은 부가 역할만 하던 때에는 이 방식이 유효했다. 하나의 앱에서 여러 탭을 거치며 탐색할 필요 없이, 각각의 앱에서 직관적으로 원하는 기능에 다가설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비대면이 중심이 되며 '멀티앱' 전략은 과부하에 걸리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이 여러 금융사의 앱 서비스를 각각 이용하면서 금리혜택이나 결제일 등 많은 정보를 스스로 관리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전략으로 각 금융사는 핵심 앱 하나를 고도화해 자회사 서비스와 비금융 부가 서비스를 하나의 앱에 집중하는 '슈퍼앱' 전략에 나섰다.
◇'슈퍼앱'의 핵심 기술 '마이데이터'
'마이데이터' 기술은 이런 슈퍼앱 전략을 뒷받침하는 핵심 기술이다. 마이데이터는 은행, 보험사, 카드사 등 기존 금융사와 관공서, 병원 등에 흩어진 개인신용정보를 기반으로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이전에는 여기저기 분산돼 있던 금융거래 전반을 일괄적으로 수집해 소비자가 일목요연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마이데이터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금융사들은 돈이 흘러가는 발자취 '데이터' 파악이 가능해졌다. 금융사들은 이를 기반으로 소비자의 재무 현황을 분석해주고, 맞춤형 재무 컨설팅이나 금융상품 추천도 제공할 수 있다.
천편일률적인 금융사 상품을 차별화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각 소비자에게 더 잘 맞는 상품을 소개해줄 수도 있고, 수치화되지 않는 비금융데이터를 활용해 더 나은 조건으로 대출을 제공할 길도 열렸다. 고객 동의 하에 계열사 간 정보 공유도 일부 가능해지면서 그룹사 간 시너지를 낼 기회도 확장되고 있다.
◇'포인트' 사업으로 '락인효과' 구축
더 나은 기술을 위해선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 이에 금융사들은 '슈퍼앱' 생태계에서 소비자들이 더 오래 체류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락인 효과'를 노린 게 '포인트' 사업이다. KB의 KB포인트리, 신한의 마이신한포인트, 하나의 하나머니, 우리금융의 우리WON꿀머니가 이런 예다.
소비자들은 포인트를 모아 새로운 상품에 가입하거나 예적금, 이자 등을 납입할 때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포인트를 현금으로 바꿔 입출금하는 것도 가능하다. 금융사가 마련한 생태계 안에서 하나의 화폐처럼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사들은 포인트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이벤트 경품, 출석체크·만보기 같은 부가 기능을 앱에 탑재하고 있다. 포인트를 활용할 수 있는 쇼핑 채널, 금융 상품 개발에도 열을 올린다.
◇'슈퍼앱' 후발주자 금융권 "빅블러 시대에 맞게 규제완화해야"
금융사들의 경쟁자는 더이상 다른 금융사가 아니다. '슈퍼앱' 생태계를 더 일찍이 구축한 빅테크다. '네이버·카카오·토스'로 대표되는 빅테크사는 누적된 비금융 데이터와 편리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금융업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쿠팡, 배달의민족, 당근 같은 플랫폼도 간편결제 사업 등을 시작으로 비금융과 금융업의 판을 넘나들고 있다.
전통 금융사들은 빅테크와 경쟁하기 위해 더 다양한 분야의 데이터 구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금융사 '슈퍼앱'이 빅테크사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비금융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생활밀착형 플랫폼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금산분리 규제를 과거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것을 경계한다. 금융사가 소유한 비금융사에 자본을 몰아주려는 의도 보다는 본업인 금융업을 더 잘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이 배달업을 하고 알뜰폰 사업하는 것은 한눈을 파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기반으로 본업인 금융업을 더 잘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슈퍼앱 전략은 이런 관점에서 규제 완화가 이뤄질 때 더 빛을 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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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스마트폰 '앱'이 은행이고, 증권사인 시대다. 모바일로 손끝만 움직이면 송금하고 대출받고, 주식을 사고 팔 수 있다. 금융 업무의 상당수가 '디지털 세계'에서 뚝딱 해결된다. 은행을 가기 위해 시간을 내고, 다리품을 팔아야했던 시절에 비하면 큰 변화다. 그야말로 '내 손 안의 금융'이 현실이 된 세상이다. 손쉬운 이자장사로 은행이 연일 비판받고 있지만 전세계에서 내로라하는 '디지털 금융'을 구현한 것은 혁신의 성과다. 디지털 K-금융의 혁신은 어디까지 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