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62% 빚 갚는 차주 450만명"…서민금융상품 원금유예, '1년→2년'으로

햇살론·안전망대출 원금유예 확대…주요 시중은행 이달 내 조치 예정
9월 '코로나대출' 종료 등 상환부담 확대 영향…'소득감소' 요건 추가

서울의 한 은행 대출창구에서 고객이 대출상담을 받고 있다. 2021.10.25/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신병남 기자 = 최저생계비를 제외한 소득을 대출 상환에 모두 써야 하는 차주가 450만명에 육박하면서 정부가 이들을 대상으로 한 서민금융 상품의 원금유예 기간을 늘린다. 지난달부터 코로나 대출 상환유예가 종료되는 등 차주 부담이 특정 시기에 집중될 수 있다는 점도 제도 변경에 반영됐다.

◇신한·하나, 햇살론·안전망대출 원금유예 확대 완료…KB·우리도 이달 내 조치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서민금융진흥원의 요청에 따라 △햇살론15 △햇살론17 △안전망대출2 등 서민금융상품의 원금상환 유예기간을 기존 1년에서 2년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1회에 6개월씩 2회(최대 1년)까지 연장이 가능하던 것에서 최대 4회(최대 2년)까지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지난 12일까지 관련 조치를 마쳤으며,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도 이달 내에 연장조치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마련한다. 이 밖에도 SC제일은행, 광주은행 등 지난달 유예기간 확대 내용을 담은 약정서 개정해 조치에 들어간 곳도 있다.

연장 사유는 실직 및 폐업, 질병, 사고 등 3가지에 더해 이번 개정으로 '소득감소'가 추가됐다. 차주가 연장 사유를 증빙하기 위해서는 △실업급여확인서류·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실직) △폐업증명서 △진단서 등 질병·사고를 증빙할 수 있는 서류 △그해 또는 직전년 소득징빙서류(소득금액증명원·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사업소득원천징수영수증 등) 등을 제출해야 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서금원으로부터 은행권에 상환 유예 기간을 확대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지난 9월 코로나 피해 특별 상환유예 기간이 종료가 예정됨에 따라 원금상환 유예와 관련한 사유와 기간을 확대 적용한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햇살론은 대부업이나 불법 사금융 등 고금리 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저신용·저소득 서민에게 10%대의 저금리로 국민행복기금 100% 보증으로 진행되는 고금리 대안 상품이다. 안정망대출은 법정 최고금리 인하에 따라 상환능력이 있음에도 기존 20% 초과 고금리 대출 만기 시 재이용이 어려워진 차주를 지원하기 위한 한시적 대환 상품이다.

이 중 안전망대출2는 올해 1월부터 판매가 중단됐다. 햇살론15의 경우 지난 2021년 햇살론17의 금리를 2%포인트(p) 낮춰 판매 중인 상품으로, 서금원에 따르면 대출액은 2019년 3807억원에서 2020년 9990억원, 2021년 1조862억원, 지난해 1조4305억원을 기록하며 꾸준히 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3.10.11/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빚 수렁' 속 서민, 코로나 대출 종료까지 겹쳐…정부, 서민금융 예산 확대 편성

금융당국이 은행들에게 서민금융 상품의 원금상환 유예 연장을 주문한 것은 고금리 상황이 지속하면서 이들의 처한 사항이 단기간 해소될 분위기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가계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다중채무자 수는 2분기 말 448만이다.

다중채무자의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61.5%로 금융권에서는 DSR이 70% 안팎이면 최소 생계비 정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소득으로 원리금을 갚아야 하는 상황으로 본다.

또한 지원 9월부터 코로나19로 지원된 대출 관련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가 종료됐다. 개별 차주들은 은행들과 상환계획서를 작성해 이에 따라 돈을 갚고 있으나 상환부담이 겹치면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감안됐다.

한편 금융당국은 하반기 정책서민금융 공급을 기존 10조원에서 1조원 이상 증액해 취약계층 지원에 나선다. 또한 연내 서민금융 효율화 방안 발표를 준비 중이다. 은행들도 자체 금융비용 부담완화 프로그램(상생금융)을 마련해 부실 우려 차주들을 대상으로 금리 감면, 상환 유예 등을 지원하고 있다.

fellsic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