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채무조정제도는 정말 '빚탕감 잔치'일까[2030 빚의 굴레]④
"스펙트럼 넓은 청년채무문제…맞춤형 개별 지원 필요해"
"소득·자산 낮은 청년층…채무조정으로 '갚을 수 있는 상황' 만들어줘야"
- 한유주 기자
(서울=뉴스1) 한유주 기자 = 고금리로 청년 빚 문제가 심각해지자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신속채무조정 청년 특례' 제도였다. 채무 변제에 어려움이 있는 청년들에게 연체 이전이라도 이자감면과 상환기간 연장, 상환 유예 등으로 재기의 기회를 주자는 것이 핵심이다. 소득이나 자산이 윗세대보다 적고, 소비·노동의 주요 축을 담당하는 청년 특성을 고려해 이들이 '빚의 굴레'에 접어들기 전 대안을 마련하는 취지다.
하지만 이 제도는 세상에 나오자마자 여론의 포화를 맞았다. '빚 탕감' 논란이 제기되면서다.
청년 채무의 여러 단면 중 코인, 주식투자를 위한 '빚투' 문제가 부각되자 비판이 쏟아졌다. 무분별한 빚탕감은 도덕적해이를 부추기고, 취업난·주거문제에 허덕이는 대다수 청년들에게 박탈감을 준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회적 문제로까지 번진 청년채무 문제, 어떻게 풀어야 할까.
◇채무조정, 청년들에게 왜 특히 필요한가
채무조정제도에는 신속채무조정 외에도 워크아웃, 개인회생, 개인파산 등이 있다. 조금씩 내용이 다르지만 빚이 너무 많아 정상적으로 상환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상환기간 연장, 분할상환, 이자율 조정, 상환유예, 채무감면 등의 방법으로 상환조건을 변경해 경제적·사회적재기를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채무조정 단계까지 온 차주들은 이미 연체가 발생했거나, 아직 연체까진 아니더라도 빚을 빚으로 막는 악순환에 접어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청년들에게 이 제도가 더 필요한 이유는 윗세대에 비해 소득도 적고 처분할 자산도 적다는 점 때문이다.
김미루 KDI 연구위원의 '금리인상에 따른 청년층의 부채상환 부담 증가와 시사점'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1%p 오를 때마다 청년들은 소득의 약 3.3%를 원리금 상환에 추가 지출해야한다. 반면, 60대 이상은 소득의 1.2%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위원은 "청년층의 경우 중장년층에 비해 소득이 작고 자산 형성이 부족해 금리인상 충격 발생 시 자산 처분이나 추가 차입을 통한 대응이 어려웠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청년 고용·주거난 속에 부각되는 '빚탕감' 논란
이런 필요성에서 나온 '신속채무조정 청년 특례'는 의도와 다르게 '빚탕감' 논란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코로나19 기간 많은 청년들이 코인·주식투자에 뛰어들었다. 시장 상황도 좋았지만 유례없는 저금리 상황을 이용해 '빚투'까지 감수한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코로나19 국면이 마무리되자 시황은 암울해졌고 유례없는 저금리가 유례없는 '금리급등기'로 대체됐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7월 '청년특례 채무조정 제도'를 내놨는데, 당시 "저금리 환경에서 돈을 빌려 주식, 가상자산 등에 투자한 청년들이 경제적으로, 심리적으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언급한 것이 화근이었다.
개인 투자를 위해 빚을 낸 이들에게까지 세금을 투입해 채무조정 기회를 주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이 들끓었다. 취업난과 높은 주거비용 문제 등으로 전체적인 청년들의 삶이 각박한 상황은 논란에 불을 지폈다. 금융위원장까지 나서서 "저신용 청년들의 빚을 갚게하는 것이지 빚 탕감이 아니다"라며 해명했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맞춤형 정책' 필요…'갚을 수 있는 환경'은 만들어줘야"
이런 논란 속에서 전문가들은 청년부채 해결은 '맞춤형 개별 지원'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100만원도 안되는 소액대출조차 연체하는 청년, 제도권 금융 진입이 어려워 내구제대출·소액결제깡 같은 불법사금융으로 빠지는 청년, 학자금대출부터 성년기 초입을 연체로 시작하는 청년, 아파트 매매로 수백만원의 주담대 이자에 허덕이는 청년. 이렇게 세대 내에서도 차이가 발생하는 청년 채무의 단면을 개별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또 채무조정을 넘어 일자리, 주거 등 채무의 원인이 되는 요소까지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박수민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이사장은 '청년 부채 현황 진단과 과제'에서 "예를 들어 학자금 대출 상환으로 고민하는 두 명의 청년이 있다고 할 때, 청년 개인의 부채 상환 계획 수립만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상황과 가족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가정의 생활비까지 책임져야 하는 청년의 부채 해결책은 전혀 다르다"며 "다중채무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 지인 사기, 다단계 사기 등 불법 금융 사기와 연관된 부채 문제 역시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채무조정을 통해 '빚을 갚을 수 있는 수준'까지는 이끌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미루 KDI 연구위원은 "한계상황에 직면한 청년 차주에게 기존 채무를 장기 분할상환 대출로 전환할 기회를 확대해 보조할 필요가 있다"며 "근로기간이 길게 남은 청년의 특성을 고려하면 장기간에 걸쳐 채무를 상환할 수 있게함으로써 '돌려막기' 등으로 채무 구조가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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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요즘 2030 세대는 '빚지면 큰 일 난다'고 생각했던 과거 세대와 인식이 다르다. '빚=보증=패가망신'으로 이어지던 '빚의 공포'는 옛말이다. 요즘 빚의 개념은 자산을 불릴 수 있는 '권리'이자 '능력'으로까지 치부된다. 돈을 빌리는데 두려움도 덜하고, 비대면 기술이 발전하며 대출 자체도 쉬워졌다. 그러나 최근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청년 빚'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