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영끌 늘었다…늪에 빠진 청년경제

"특례보금자리론만 믿고 집 샀는데…금리는 계속 오름세"
청년 대출 시장도 양극화…소액대출 연체율도 상승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한유주 기자 = #30대 회사원 A씨는 올 초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계획이 나오자 '집을 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 집값도 떨어진 데다 금리도 꺾일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A씨는 특례보금자리론으로 대출을 받아 서울에 아파트 한 채를 샀고, 매달 200만원이 넘는 이자를 내고 있다. 연초만 해도 금리가 다시 2%대까지 내려가면 시중의 저금리 대출로 갈아탈 생각으로 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 하지만 생각했던 처음의 희망과 달리 금리는 내려갈 줄을 모르고, 다시 금리가 오를 거란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A씨는 "마지막 기회라 생각해서 무리하게 집을 샀는데 이러다가 집값까지 다시 떨어지면 답이 없다"며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정부가 올 들어 부동산·대출 규제를 푼 사이 2030 청년들의 부동산 '영끌' 규모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연체율 증가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전망으로 보여 청년들의 대출 상환이 더욱 힘들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생애 처음으로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빌라 등)을 구입한 2030 청년 매수인이 올해들어 2배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대(19~29세) 매수인은 올해 1월 1920명에서 지난 8월 3978명으로 늘어났다. 30대(30~39세) 매수인은 같은 기간 7035명에서 1만5119명으로 늘었다.

시장에선 정부가 올 초부터 부동산 대출 규제를 잇따라 푼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특례보금자리론,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등으로 대출을 풀자 무주택 수요자들의 '막차'를 탈 기회라는 심리가 다시 폭발하기 시작한 것. 하지만 그 후유증으로 가계대출이 크게 늘어나자 정부는 50년 만기 주담대엔 나이 제한을 두고, 일반형 특례보금자리론을 중단하는 등 부동산 완화 정책을 다시 거둬드리고 있다.

문제는 이 사이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청년들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가 올해 초 실수요자를 위해 출시한 특례보금자리론의 경우 계속 금리가 동결되다 소득 제한이 없는 일반형의 경우 연 4.65~4.95% 수준까지 올라섰다. 연초만 해도 하반기엔 금리가 떨어질 것을 고려하고 특례보금자리론만 보고 집을 샀던 차주들은 꼼짝없이 연 4%대 고정금리 대출에 갇힌 셈이다.

시장 금리는 한동안 계속 오를 전망이다. 미 연준은 20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5.25~5.5%로 동결하면서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미간 금리 격차를 고려해 금통위 역시 금리 인상 카드를 다시 꺼내들 수 있다. 지난해 끌어 모은 예적금 만기 도래로 은행들의 수신 유치 경쟁이 이어짐에 따라 대출금리도 한동안 인상세를 탈 전망이다.

청년들 사이에선 집을 사기 위해 '영끌'을 한 이들은 그나마 상황이 낫다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채용 한파로 당장에 쓸 생활비가 없어 대출을 찾는 청년들도 늘고 있어 청년 대출 시장도 양극화되는 실정이다.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인터넷은행 3사에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말 3개 은행 비상금 대출 연체액의 60% 이상을 2030세대가 차지했다. 50만~300만원 한도의 비상금대출 이자도 갚지 못할 만큼 열악한 상황에 놓인 청년 차주들이 많다는 의미다.

더이상 빚을 갚지 못해 채무조정에 나서는 청년들도 늘고 있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실이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개인워크아웃으로 원금을 감면받은 20대는 4654명으로, 2018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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