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당국에 손발 묶인 바이낸스와 대조…'크립토닷컴 코리아' 출범 순항
VASP 변경 신고 수리받은 크립토닷컴, 연내 거래소 출범 목표
고팍스 신고 수리받지 못한 바이낸스와 행보 엇갈려
- 김지현 기자
(서울=뉴스1) 김지현 기자 = 고팍스를 인수한 글로벌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국내 금융당국으로부터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 수리 여부 지연 등 손발이 묶인 것과 달리 오케이비트를 인수한 크립토닷컴은 올해 '크립토닷컴 코리아' 출범을 목표로 순항 중인 모양새다.
'정보보호관리체계(ISMS)와 VASP 신고 허가를 받은 국내 거래소 인수'라는 시장 진출 방식은 바이낸스와 동일했지만, 가상자산사업자 변경신고서를 당국으로부터 수리받는 등 이후의 양상은 바이낸스와 대조를 이루고 있다.
업계에서는 사뭇 다른 두 거래소의 한국 시장 진출 분위기가 거래소 인수 직전 배경, 인수한 국내 거래소 환경, 나아가 이들이 받는 규제 차이 등으로부터 크게 나뉘고 있다고 보고 있다.
◇ 크립토닷컴은 연내 거래소 출범 목표로 작업…바이낸스는 수리 여부 불투명
지난해 국내 코인마켓 거래소 오케이비트를 인수한 크립토닷컴은 최근까지도 국내 금융 당국으로부터 가상자산사업자의 소재지 등 변경 내용에 대한 신고 수리를 받으면서, '크립토닷컴 코리아'의 오픈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디타워에 위치한 오케이비트 거래소 사무실에 이미 패트릭 윤 크립토닷컴 한국 사장을 비롯해 크립토닷컴 관계자들이 상주하면서 올해 안에 '크립토닷컴 코리아' 론칭을 위한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반면 올해 초 원화마켓 거래소 고팍스를 인수한 바이낸스는 지난 3월, 이사진 교체 내용 등을 반영한 임원 변경 신고서를 제출한 바 있으나 아직 당국으로부터 해당 내용을 수리받지 못했다. 게다가 이달 초 또다시 대표이사 교체를 단행하면서, 6개월여 사이에 대표가 3번이나 바뀌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통상 45일 이내 결정되는 가상자산사업자 변경 신고서 수리 여부가 5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 고팍스의 잦은 대표이사 교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반면 크립토닷컴은 지난해 8월 오케이비트의 인수 발표 뒤, 일주일여 만에 당국으로부터 임원 변경 내용에 대한 신고 수리를 받았다.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현재 오케이비트의 대표이사는 크립토닷컴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라파엘드마르코이멜로다. 지난 6월에도 소재지 변경 등의 변경 내용도 당국으로부터 승인받은 바 있다.
올해 초 바이낸스에 인수된 뒤 당국으로부터 가상자산사업자 변경 내용과 관련해 어떠한 내용도 신고 수리받지 못한 고팍스와는 큰 차이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 "크립토닷컴은 OK, 바이낸스는 NO"…VASP 신고 수리 여부부터 차이점 보여
업계에서는 두 거래소의 이 같은 차이점이 한국 거래소 인수 직전 거래소를 둘러싼 배경과 인수된 거래소의 환경 등으로부터 발생했다고 본다.
국내 가상자산 벤처캐피털(VC) 관계자는 "바이낸스와 크립토닷컴 모두 국내 거래소를 인수한 것은 동일하지만 그 파급력에는 차이가 크다"며 "바이낸스는 '고파이' 문제가 얽혀있는 고팍스를 인수한 것이고, 크립토닷컴은 그에 비해 다소 덜 알려진 오케이비트를 인수했다. 거래소 관리 리스크에 있어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바이낸스는 지난해 11월 발생한 'FTX 사태'의 여파로 '고파이' 지급 문제를 겪는 고팍스를 인수한 것이라 상대적으로 국내 시장 점유율이 크지 않은 코인마켓 거래소인 오케이비트를 인수한 크립토닷컴과 비해 당국으로부터의 인수 허가와 다름없는 가상자산사업자 변경 신고 내용에 대한 수리 난도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시각이다.
◇ 글로벌 규제 받는 바이낸스, 크립토닷컴은 시장 확장력 키워나가
글로벌 시장에서의 파급력 및 리스크 측면에서도 두 거래소는 차이점이 있다. 바이낸스는 올해 초부터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피소하는 등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한 가상자산 산업의 규제 움직임에 가장 맞닿아있는 세계 최대 거래소다.
미국의 규제로 인해 바이낸스는 최근까지 바이낸스US의 직원 축소 등 미국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점차 줄여나가고 있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자오창펑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가 올해 초 바이낸스US의 폐업까지도 추진했지만 이사회에서 만장일치 결론을 얻지 못하면서 크기 축소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세계 각국의 금융 당국이 바이낸스의 이 같은 규제 관련 사법 리스크를 파악하면서 현지 가상자산사업자 라이선스 발급을 주저하고 있는데, 국내 금융 당국도 이 같은 리스크를 계속해서 주시하면서 고팍스를 인수한 바이낸스 측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꾸준히 요청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크립토닷컴은 지난달 말 현지 가상자산 사업 관련 라이선스를 좀처럼 내어주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네덜란드 당국으로부터 등록 허가를 받는 등 글로벌 규제 속에서도 시장 확장력을 늘려가고 있다.
네덜란드 당국은 바이낸스뿐만 아니라 코인베이스 등 초대형 거래소로 불리는 거래소들에게도 현지 라이선스를 내주지 않고 있다.
그에 반해 크립토닷컴은 네덜란드 당국뿐만 아니라 거래소 소재인 싱가포르의 통화청을 통해 영국이나 프랑스, 두바이 등 세계 각국의 규제 당국과 긴밀한 협력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ine12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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