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에 인수된 고팍스, 47일 만에 대표이사 교체…왜?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지현 기자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지현 기자

(서울=뉴스1) 김지현 기자 = 국내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고팍스가 이사진 교체를 단행하며 47일 만에 대표이사를 교체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올해 초 바이낸스에 인수된 뒤 고팍스는 가상자산사업자(VASP) 변경신고 수리가 기존 레온풍 전 대표 체제에서 5개월 동안 이뤄지지 않자, 당국과의 소통을 위해 한국인인 당시 고팍스 이종훈 부대표를 대표이사로 선임한 바 있다.

그러나 또 다시 대표이사를 교체하고 한국 국적의 바이낸스 직원 3명을 이사진에 추가시켰는데,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바이낸스가 한국 시장의 문법에 맞는 환경을 구축하면서도 직접 신고 수리를 위한 전략까지 실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2일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고팍스는 이사회를 통해 이중훈 대표를 대표이사직에서 내리고, 새로운 바이낸스 측 인물 3명을 이사진에 올렸다.

이 과정에서 기존 4인 체제였던 고팍스의 이사진은 5인 제체로 변경됐으며, 고팍스의 투자처인 KB인베스트 측 인물인 박덕규 이사를 제외하고 나머지 4인은 모두 바이낸스 측 인물로 채워졌다.

눈에 띄는 점은 고팍스 부대표를 지내며 한국 시장 전략의 노하우를 지녔던 이중훈 대표를 1개월 반만에 교체한 것과 고팍스 이사진에 들어간 바이낸스 측 인물 4명이 모두 한국 출신이라는 점이다. 4명의 이사진 중 한국 출신의 미국 국적을 지닌 스티브영 킴을 제외한 3명의 국적은 한국이다.

업계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최근 고팍스의 가상자산사업자 변경 신고 수리가 되지 않은 것에 대한 원인을 분석하면서 기존에 문제 해결책이라 보였던 방법에도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앞서 바이낸스는 금융당국이 고팍스의 가상자산사업자 변경 신고서를 수리해주지 않자, '한국 투자 시장의 문법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 필요하다'라고 판단해 메리츠증권 파생본부장 출신인 이중훈 당시 부대표를 선임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대표 체제에서도 여전히 고팍스의 가상자산사업자 변경 신고 수리가 되지 않자, 또 다시 대표이사 교체 카드를 꺼낸 것으로 풀이된다.

고팍스가 한국 거래소인만큼 한국 국적의 인물이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업계의 지배적인 견해를 반영하되, 국내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보충자료를 직접적으로 더 빠르게 전달하면서 바이낸스 측의 전략과 입장을 전달할 수 있는 바이낸스 직원을 대표이사에 앉힐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고팍스의 새 대표이사 물망에 오른 바이낸스 직원 3인의 경우, 우리나라 가상자산 시장에서의 활동 경험이 적은 인물로 알려져 있어 바이낸스의 이 같은 '묘수'가 통할지에 대한 의심 섞인 시선도 많다.

이번 이사진 교체를 두고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오히려 "바이낸스가 신고 수리에 있어 이전보다 더 긴 장기 레이스를 예상하는 것 같다"며 "고팍스의 이사진에 바이낸스 인물들을 더 두면서 일단 한국 거래소 시장 내 기반을 확고히 하는 정도로만 움직이는 것 같다"라고 주장했다.

국내 거래소 관계자도 "신고 수리를 위했으면 이중훈 대표를 굳이 내릴 필요는 없었다"며 "바이낸스가 그리는 전체적인 큰 그림 안에서 한국 시장 진출에 대한 전략 실행 순서가 밀린 게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일본이 최근 급격히 가상자산 산업에 대한 기조를 바꾸면서 심지어 바이낸스가 동아시아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공략 거점을 우리나라가 아닌 일본에 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우리나라의 고팍스 사례와 같이 바이낸스는 지난해 말 일본 현지 거래소 SEBC를 인수하면서 일본 시장에 진출했고, 약 8개월 간의 과정 거친 뒤 이달 바이낸스 재팬의 운영을 시작했다.

탈중앙화금융(디파이) 시장까지 활성화된 일본 시장에 일본 정부가 가상자산 사업자의 미실현 이익에 대한 법인세 미징수를 발표하면서 최근 여러 글로벌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일본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나아가 자오창펑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들어 디파이 시장에 대한 투자 의지를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것도 바이낸스가 동아시아 시장 공략에 대한 거점을 우리나라가 아닌 일본 쪽으로 선회했다는 주장에 힘을 더한다.

한편 고팍스 측은 "가상자산사업자 변경 신고 수리를 위한 전략 실행에는 변한 것이 없다"며 "빠른 시일 내 이사진 교체에 대한 변경신고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변경신고서 제출 예상 시점에 대해서는 "빠르면 2주 내에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고파이 문제'가 관련이 있는 만큼 최대한 서두르겠다"고 덧붙였다.

mine12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