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업계 골칫거리 '리저브 물량', 공시 의무화…업계 투명성 높일까
코인 발행사가 보유하는 '리저브 물량'…사용처부터 활용 계획도 공개해야
업계 "리저브 물량 활용한 '깜깜이' 유통·투자 사라질 것" 기대
- 박현영 기자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금융감독원이 가상자산 주석공시 모범사례를 배포한 가운데, 그간 가상자산 업계 골칫거리 중 하나였던 '리저브 물량(유보물량)' 관련 정보가 공개될 전망이다.
리저브 물량이란 가상자산 발행사가 코인을 발행한 후, 시장에 유통하지 않고 발행사 자체적으로 보유 중인 코인 물량을 뜻한다. 그동안 가상자산 발행사들은 이 리저브 물량을 이용해 다른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공시 없이 '깜깜이 유통'함으로써 가상자산 가치를 낮추기도 했다. 이는 투자자들의 실질적인 피해로 이어졌다.
이에 업계는 이번 공시 의무화로 가상자산 업계 전반의 투명성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단, 가상자산을 발행한 상장사뿐 아니라 일반 가상자산 프로젝트들도 이 같은 움직임에 동참해야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 "리저브 물량, 향후 계획까지 공개해"
24일 금융감독원은 가상자산 공시 관련 기준서 공개초안과 회계감독 지침안을 반영한 '가상자산 주석공시 모범사례안'을 발표했다. 이후 설명회·간담회를 거쳐 10~11월께 감독지침 등 최종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가상자산 업계가 눈여겨 본 부분 중 하나는 '리저브 물량'과 관한 정보 공개다. 금감원에 따르면 가상자산 발행사는 발행 이후 자체 유보한(리저브드) 물량에 대한 정보와 향후 활용계획을 공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20○○년 말 연결회사가 발행 후 유보 중인 가상자산은 ○개'라는 식으로 총 리저브 물량 수를 밝혀야 한다. 총 발행량도 공개되므로 투자자들은 발행량 중 리저브 물량의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할 수 있다.
또 리저브 물량 중 용역회사나 파트너사에 지급 예정인 물량은 몇 개인지, 지급 예정 시점은 언제인지도 밝혀야 한다. 최근 리저브 물량 중 일부를 '소각'함으로써 코인 가치를 제고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한 만큼, 만약 일부를 소각한다면 언제 얼만큼을 소각할 것인지도 공개해야 한다.
◇'깜깜이 리저브 물량' 사라진다…유통·투자 투명하게
가상자산 업계는 이번 공시 의무화로 업계 골칫거리였던 '깜깜이 리저브 물량' 문제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일부 가상자산 발행사들은 특별한 공시 없이 리저브 물량을 유통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유통시킨 사실이 온체인(블록체인 상) 데이터 등을 통해 뒤늦게 투자자들한테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이른바 '깜깜이 물량' 유통은 코인 가치가 하락한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리저브 물량을 활용한 투자가 비판 받은 사례도 있다. 블록체인 '생태계 확장'을 근거로 다른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투자해왔으나, 투자에 따른 성과는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투자 받은 프로젝트들이 받은 코인을 시장에 유통시킴으로써 코인 가치를 떨어뜨리기도 했다.
이처럼 여러 논란이 이어지자 논란을 일으킨 가상자산 발행사들은 자구책을 모색해왔다.
일례로 가상자산 '깜깜이 유통' 의혹을 받은 위메이드는 그 이후부터 리저브 물량을 1개라도 사용할 때마다 미디엄 등 자체 채널을 통해 공시해왔다. 또 리저브 물량을 활용한 투자로 비판받았던 클레이튼(옛 카카오 계열)은 올해 초 리저브 물량의 73%를 소각하고, 남은 물량 활용 시 커뮤니티 구성원들의 투표를 거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이번 금감원의 기준 마련으로 발행사들이 더 이상 '해명'을 위한 자구책을 마련할 필요가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시 의무가 있는 가상자산 발행사 중 한 곳의 관계자는 "현재도 여러 프로젝트가 토큰 발행 및 유통량, 리저브 현황을 공개하며 공시와 동일한 효과를 내왔지만, 의무가 아니어서 투자자들이 프로젝트 정보를 판단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짚었다.
이어 "이번 공시 의무화로 가상자산을 발행한 상장사가 관련 내용을 공시하게 되면 업계 전반의 투명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책임 줄어든 '제로 리저브'·일반 코인 프로젝트는 '부담'
더 나아가 일찌감치 '제로 리저브' 전략을 택한 가상자산 발행사들은 책임을 덜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제로(0) 리저브란 활용처가 정해지지 않은 리저브 물량을 모두 소각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날의 가상자산 프로젝트 페이코인, 넷마블의 마브렉스 등이 이 같은 전략을 택한 바 있다. 또 라인의 가상자산 프로젝트 핀시아도 리저브 물량을 더 이상 발행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제로 리저브'를 선언했다.
상장사뿐 아니라 일반 가상자산 프로젝트들도 이 같은 움직임에 동참해야 할 전망이다. 금감원은 우선 가상자산을 발행한 상장사 10여곳, 가상자산을 보유 중인 상장사 30여곳을 대상으로 주석공시 관련 설명회를 개최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회계 및 주석공시 가이드라인이 나온 만큼, 상장사가 아니어도 투자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가상자산 프로젝트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일반 가상자산 프로젝트들의 공시 움직임도 활성화돼야 업계 전반의 투명성이 제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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