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인베스트 "손실 규모 파악 못해"…알맹이 빠진 답변에 이용자 '혼란'
이용자에 답변했지만 자산 배분 계획·손실 규모 등 빠져
자산 배분 위해 회사 자산 매각 검토…운영비 절감 위해 전직원 해고
- 박현영 기자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2주째 출금을 중단 중인 가상자산(암호화폐) 예치 서비스 하루인베스트가 이용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내놨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자금 반환 계획'은 빠져 있어 논란이다.
출금을 중단한 이래 '조사 중'이라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는 데다 여전히 손실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혀 피해 이용자들의 혼란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하루인베스트, "B&S 관련 손실 규모 아직 모른다" 일관
하루인베스트는 지난 26일 이용자들에게 메일을 보내 가장 문의가 많았던 질문 5가지에 대한 답변을 내놨다.
앞서 하루인베스트는 지난 13일 '파트너사' B&S홀딩스에 문제가 생겼다며 출금을 돌연 중단했다. 이용자들의 자금 일부를 맡긴 트레이딩(매매) 기업 B&S홀딩스에서 문제가 터져, 하루인베스트도 이용자들에게 자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용자 대표단에 따르면 대표단에서 '피해 인증' 절차를 마친 이용자 350여명이 맡긴 자금 규모만 1030억원이다. 인증 절차를 거치지 않은 이용자가 훨씬 더 많은 만큼 전체 피해 규모는 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하루인베스트가 해외를 대상으로 영업을 벌여 해외 이용자도 상당수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이용자들은 하루인베스트가 B&S홀딩스로부터 받지 못한 자금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전체 운용 자산 중 '손실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문의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하루인베스트 측은 "B&S홀딩스의 손실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B&S에 우리 자산이 얼마나 남아있는지도 아직 모른다"고 답했다.
또 B&S홀딩스 측에 남아있는 자금 규모를 모르므로 하루인베스트의 손실 규모도, 이용자들에게 반환할 수 있는 자금 규모도 '모른다'고 일관했다. 단, B&S홀딩스 외 내부 트레이딩 팀이나 다른 파트너사에선 손실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이용자들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용자 A씨는 "B&S홀딩스의 손실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는 모른다고 해도, B&S홀딩스에 얼마나 자금을 맡겼는지 정도는 밝힐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현재는 하루인베스트 측이 피해 규모를 밝히지 않아 이용자들이 직접 대표단을 꾸리고, '피해 인증'을 진행하며 피해액을 추산하는 실정이다.
◇'자산 배분 계획'도 안갯속…커지는 투자자 불안
하루인베스트가 B&S홀딩스로부터 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따라서 하루인베스트에 남아 있는 자산부터 이용자들에게 우선 배분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하루인베스트는 이 같은 자산 배분 계획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루인베스트 측은 "각 팀에서 관리 중인 자산을 순차적으로 돌려받아 잔여 자산을 배분해야 한다"며 "자산을 돌렵다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므로 남은 자산을 고객에게 언제쯤 배분할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법적 절차가 진행됨에 따라 더 자세한 배분 계획을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
'언 플러스(Earn Plus)'와 '언 익스플로어(Earn Explore)'의 배분 계획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서도 '정해지지 않았다'는 답변을 고수했다.
언 플러스는 가상자산을 맡긴 후 락업해 매일 일정한 수익을 받는 상품이다. 반면 언 익스플로어는 이용자가 맡긴 가상자산을 하루인베스트가 운용해 수익을 지급하는 상품으로, 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 대신 위험률이 높다.
하루인베스트가 트레이딩 기업인 B&S홀딩스에 자금을 맡겼던 점을 고려하면, 손실은 대부분 '언 익스플로어' 상품에서 발생했을 확률이 높다. 그럼에도 모든 상품의 출금을 차단했으므로 언 플러스 이용자들조차 자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하루인베스트는 두 상품별 배분 계획이 다른지도, 다르다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회사 자산 매각·B&S 자금 회수 가능성 등 '관건'
이날 하루인베스트 측이 내놓은 답변 중 이용자들이 유의미하게 본 것은 '회사 자산 매각을 검토 중'이라는 내용뿐이다.
하루인베스트 측은 "이용자들에게 자금을 반환하기 위해 회사 자산 매각을 검토 중이며, 추가 손실을 막고자 운영비 절감 조치도 취했다고 밝혔다. 앞서 하루인베스트는 지난 22일 전직원에 해고를 통보했다.
하루인베스트는 지난해 9월 400만달러(약 51억원)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당시 투자는 일본 코코네 그룹의 천양현 회장 주도로 이뤄졌다. 천 회장은 하루인베스트 모회사인 블록크래프터스에도 투자한 바 있다. 단, 모회사까지 나선다고 해도 하루인베스트가 운용해온 이용자 자금 규모에 비해 회사 자산은 턱없이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이용자들은 하루인베스트가 B&S홀딩스로부터 자금을 반환 받을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B&S홀딩스가 거래소 FTX에 채권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내용은 하루인베스트 여파로 출금을 중단한 유사 업체 델리오의 정상호 대표가 투자자 간담회에서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공개된 FTX 채권자 명단에는 B&S홀딩스가 없으나, B&S홀딩스가 5명 이하 소규모 트레이딩 팀이었던 만큼 개인 투자자 자격으로 채권자 명단에 올라 있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FTX는 파산 규모가 크고 이해관계인이 많아 채권 배당까지 수년이 소요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따라서 B&S홀딩스가 FTX 채권을 보유 중이라고 해도, FTX로부터 자금을 배분받아 하루인베스트에 진 빚을 갚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FTX는 이날 이용자 부채 87억달러 중 70억달러를 회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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