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거래소는 왜 블록체인 사업에 뛰어들었나[인터뷰]

한국금거래소 모회사 아이티센, 블록체인 기업 BPMG와 JV '크레더' 설립
크레더, 금과 1:1로 연동되는 코인 발행…금 담보로 '디파이' 활성화

임지훈 크레더 CSO가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월간 활성사용자(MAU) 20만명, 총 고객 100만명.

한국금거래소 디지털에셋의 금 투자 플랫폼 '센골드'가 출시 3년 만에 달성한 기록이다. 센골드는 금, 은 등 원자재를 디지털화해 직접 투자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실물 금과 똑같은 가치를 지니는 'e금'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금 거래를 디지털화하는 데 성공한 한국금거래소는 한 발 더 나아가기로 했다. 최근 다양한 투자 방식이 대두된 만큼, 단순히 안전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넘어 투자처로서 금의 가능성을 끌어올리기 위함이다.

이에 한국금거래소는 블록체인 기술과의 결합을 택했다. 디지털화된 금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거래할 경우, 블록체인 기반으로 개발된 다양한 탈중앙화 금융(디파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금과 1:1로 연동되는 가상자산(암호화폐)을 발행해야 한다.

그 첫 발로 한국금거래소 모회사인 아이티센은 블록체인 기술 기업 비피엠지(BPMG)와 합작법인 '크레더'를 설립했다. 크레더는 금 거래에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 금이 안전자산을 넘어 금융자산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아이티센, 블록체인 기업 지분 투자…금과 1:1 연동 코인 발행

임대훈 크레더 최고전략책임자(CSO)는 <뉴스1>과 만나 한국금거래소와 BPMG가 협업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임 CSO는 BPMG에서도 CSO를 맡고 있다.

투자처가 다양해진 현대에는 안전자산인 금에도 투자처로서의 매력이 필요하다. 이 점은 센골드의 고민이기도 했다.

임 CSO는 "금은 안전자산일 뿐, 금 투자로 이자 소득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며 "금이라는 안전자산에도 금융적인 요소를 넣는 게 필요하다. 단순히 안전자산으로 보관하는 게 아니라, 금융자산으로서 투자처가 되게끔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센골드 측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한국금거래소 모회사인 아이티센은 BPMG에 지분 투자를 했다. 또 금을 금융자산이자 매력적인 투자처로 만들기 위해 합작법인인 크레더를 설립했다.

크레더의 설립 목적대로 금 투자에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하려면 금과 연동되는 가상자산을 발행해야 한다. 금과 연동되는 가상자산이 있어야 블록체인 기반 거래가 가능하고,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개발된 다양한 디파이 서비스와도 연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 기반 가상자산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임CSO는 "금을 금융자산화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절차"라며 "금과 연동되는 코인이 있을 경우 금을 예치하거나, 금을 담보로 다른 자산을 빌리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의 화두로 떠오른 '실물자산 토큰화(Real-World Asset tokenization, RWA)'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임 CSO는 "크레더는 국내에서 사업을 시작했지만 글로벌 시장을 지향할 것"이라며 "최근 전 세계적으로 '탈 달러' 움직임이 가속화됐으므로 금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RWA 사업을 택했다"고 강조했다.

크레더의 금 기반 코인 GPC는 센골드의 금 교환권인 'e금'과 1:1로 연동된다. 금 교한권 1개가 코인 1개인 식이다. 임 CSO는 "센골드가 취급하는 다른 귀금속으로도 향후 코인 발행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크레더 로고.

◇클레이튼 기반 디파이 서비스와 연계…현금화 위한 NFT도 발행

이렇게 발행한 GPC가 금융자산으로 자리잡으려면 GPC를 예치하거나 담보물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디파이 서비스와의 연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크레더는 클레이튼 블록체인 생태계에 합류하기로 결정했다. GPC를 클레이튼 기반 디파이 서비스들에서 쓸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현재 크레더는 클레이튼의 노드(블록체인 네트워크 참여자) 그룹인 '거버넌스 카운슬'에 합류한 상태다.

물론 위험도 따랐다. 그간 클레이튼 기반 디파이 서비스에서 사고가 잇따랐을 뿐더러, 클레이튼 운영진 사이에도 큰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클레이튼은 올해 초 카카오 그룹에서 벗어나는 '탈 카카오' 전략을 택하며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이와 관련해 임 CSO는 "클레이튼 내부에서 내홍이 있었던 것 같지만 최근 클레이튼 재단과 만나면서 (클레이튼 생태계에) 많은 진전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클레이튼이 RWA 프로젝트들을 적극 지원하는 점도 협업 이유가 됐다. 임 CSO는 "클레이튼의 향후 주요 계획 중 하나가 RWA 프로젝트들을 끌어들이는 것"이라며 "클레이튼과의 협업을 통해 센골드 이용자들이 블록체인 기반의 웹3 시장으로 넘어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 예시로는 GPC를 예치할 수 있는 디파이 서비스나 GPC를 담보로 클레이튼의 가상자산인 클레이(KLAY)를 대출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구상 중이다. 임 CSO는 "GPC를 담보물로 삼을 경우 안전자산인 금을 담보물로 하는 것과 똑같다"고 말했다.

디파이 서비스와 연계할 경우 GPC에 투자함으로써 수익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규제상 은행과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실명계좌)을 맺지 않으면 코인을 원화(KRW)로 현금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에 크레더는 대체불가능 토큰(NFT)도 도입했다.

크레더가 발행한 '금 NFT'는 GPC와 1:1로 연동된다. 즉, NFT를 같은 비율의 GPC 코인으로 교환할 수 있다. GPC 코인을 사고 싶은 투자자는 우선 현금으로 NFT를 구매해야 한다. 이후 NFT를 GPC 코인으로 바꾸고, GPC를 통해 다양한 디파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GPC 코인은 다시 NFT로 바꿀 수 있다. GPC로 발생한 수익은 GPC를 NFT로 바꾼 후, 원화로 환급받는 방식으로 현금화가 가능하다. NFT 구매 서비스는 현재 베타 서비스를 출시한 상태다.

◇"STO 규제 나오면 따를 것…웹2-웹3 잇겠다"

금을 '금융자산화'하겠다는 목표는 뚜렷하지만, 가상자산을 발행하는 사업에는 늘 규제 리스크가 따른다. 특히 크레더가 내세운 RWA 사업은 최근 국내 시장의 화두인 증권형토큰발행(STO)과도 모델이 비슷하다.

국내 금융당국은 지난 2월 STO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 가이드라인을 반영한 자본시장법 개정도 국회에서 추진되고 있다. 향후 규제 리스크가 따를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임 CSO는 "STO는 가이드라인만 나왔을뿐 법률적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므로 규제가 정확히 나오기까지 기다리고 있다"며 "후에 구체적인 규제가 나오면 이에 더 맞추겠다"고 말했다. GPC 코인을 취급하기 위한 법인은 현재 두바이에 설립돼 있다.

임 CSO는 향후 한국금거래소의 다른 서비스에도 NFT 및 가상자산을 접목하겠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한국금거래소 디지털에셋이 개발한 '금방금방' 서비스가 있다. 금방금방 서비스는 사용자가 보유한 반지, 목걸이 등 '자고 있는' 금을 감정받고, 감정된 금에 해당하는 g수만큼 금 교환권을 충전해 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다.

임 CSO는 "금방금방 서비스에 충전된 금을 NFT로 바꿀 수 있는 기능도 추가할 예정이다. 자고 있던 고금이 NFT화되는 개념이고, NFT는 GPC로 교환해 똑같이 디파이로 연결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금 거래를 블록체인화함으로써 '웹2' 분야 투자를 웹3 분야로 끌어오는 '브리지(다리)'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hyun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