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믹스·루나 수사에 '부담'…금융당국 '코인 증권성 판단' 신중

금감원, '가상자산 증권성 판단 TF' 생겼지만…가이드라인 더 지연될 듯
"현재 수사 중인 사안에 영향 미칠 수 있어"…신중 기하는 금감원

금융감독원 전경.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금융당국이 가상자산(암호화폐)의 증권성 판단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인 가운데, 최근 검찰의 위믹스(WEMIX) 및 루나(LUNA) 관련 수사로 가이드라인 마련이 더 지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2월 가상자산의 증권성 판단 지원을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이후 3월부터는 각 가상자산의 사례별로 증권성을 검토하며 증권성 판단을 위한 체크리스트를 배포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 기업공시국은 지난 2월부터 가상자산 거래소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가지며 가상자산 별로 사례를 검토했다. 2월 말 첫 간담회를 연 데 이어, 이달 2일에도 5대 원화마켓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를 만나 거래소들로부터 증권성 판단 사례를 공유받았다.

리플(XRP) 소송 등 해외 사례도 적극 검토해왔다. 리플 소송은 미 SEC가 지난 2020년 말 가상자산 리플(XRP) 발행사 리플랩스를 '미등록 증권 판매' 혐의로 기소하면서 시작된 소송이다. 무려 3년 가까이 이어져오고 있는 소송으로, 소송 결과는 알트코인(비트코인 외 다른 가상자산)의 증권성 여부를 판단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거래소를 비롯한 가상자산사업자들이 개별 가상자산의 증권성을 검토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 작업은 예상보다 더 지체될 것으로 보인다.

가이드라인 마련이 늦어지는 배경으로는 현재 진행 중인 검찰의 위믹스 관련 수사, '테라·루나 사태' 관련 수사 등이 꼽힌다.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코인 보유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현재 가상자산 위믹스(WEMIX)의 증권성도 함께 검토 중이다.

위믹스는 김 의원이 보유했던 여러 가상자산 중에서 가장 보유 규모가 컸던 코인이다. 만약 위믹스가 증권으로 간주될 경우, 김 의원이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는지 살펴볼 여지가 생긴다. 검찰이 위믹스의 증권성을 검토하게 된 배경이다.

위믹스의 증권성보다 더 첨예하게 대립 중인 것은 가상자산 루나(LUNA)의 증권성이다. 지난해 전 세계 가상자산을 흔든 '테라·루나 사태'의 첫 재판은 오는 7월 10일 열린다. 테라폼랩스 공동 창업자인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의 1심 첫 재판이다.

해당 재판의 주요 쟁점은 루나가 증권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루나가 증권에 해당할 경우 검찰은 신 대표에게 사기적 부정거래를 비롯한 자본시장법 상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신 대표 측은 테라 프로젝트가 탈중앙화된 방식으로 운영됐으므로 루나가 증권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루나의 증권성이 재판의 흐름을 가를 키(Key)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이 증권성 판단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경우 '테라·루나 사태', 김 의원 관련 수사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큰 부담을 느낀 금융당국은 가이드라인 마련에 더욱 신중을 기하고 있다. TF까지 꾸려 시작한 작업이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배경이다.

재판이나 검찰 수사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가이드라인 발표는 더욱 지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가상자산의 증권성은 단순히 '백서'만 보고 파악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테라, 루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사실관계가 중요한 사안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급하게 체크리스트(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경우, 현재 수사 중인 사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아직 초기 단계"라고 덧붙였다.

이에 더해 △가상자산 프로젝트 대부분이 아직 개발 초기 단계인 점 △리플 소송 판결이 지연되는 등 미국에서도 증권성 판단 기준이 정립되지 않은 점 등이 가이드라인 마련 작업을 더욱 늦추고 있다.

가상자산 프로젝트 대부분은 해당 가상자산의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 플랫폼이나 서비스가 아직 개발 초기 단계인 경우가 많다. 위믹스만 해도 처음에는 클레이튼 블록체인의 서비스체인을 기반으로 발행됐지만 현재는 자체 개발한 블록체인 메인넷 플랫폼 '위믹스 3.0' 기반으로 옮겨간 상태다.

프로젝트 개발 과정에서 큰 변화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초기 단계에서 증권 여부를 판단하기는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금감원 역시 개별 가상자산들의 사업상 변화를 유의깊게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hyun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