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두나무]②설립 6년만에 '영문 사이트' 연 업비트, 해외 접점 확대

외국인 고객은 못 받지만…해외 가상자산 프로젝트와 소통 활성화
'간판 서비스' 업비트, 두나무 해외 진출 발판으로…'韓 시장 알리기'에 기여

편집자주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로 잘 알려진 두나무가 해외 사업을 본격화한다. 장기간 국내 1위 거래소 자리를 지켜온 업비트는 해외 가상자산 프로젝트와의 접점을 늘리고자 영문 사이트를 오픈했다. 거래소뿐 아니라 대체불가능 토큰(NFT) 등 신사업으로도 글로벌 확장을 도모한다. 두나무는 하이브와 지난해 미국에 설립한 합작법인 '레벨스'를 통해 글로벌 NFT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은 두 차례에 걸쳐 두나무의 글로벌 사업을 조명해본다.

업비트 영문 사이트. 업비트 홈페이지 갈무리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지난 4월 26일, 세계 최대 블록체인 콘퍼런스 '컨센서스 2023'의 메인 스테이지 앞에 자리한 업비트 부스엔 꽤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메인 스테이지의 발표를 듣기 위해 지나가던 참가자들도 "한국의 그 업비트가 맞냐"며 부스에 들르곤 했다. 부스에 모인 참가자들이 본 건 업비트의 영문 페이지 화면이다. 블록체인 업계 종사자로서 한 번쯤 '업비트'를 들어봤지만, 외국인은 업비트에서 거래할 수 없기 때문에 업비트의 전시 부스와 영문 사이트를 신기해 하는 참가자들도 많았다.

설립된지 만 6년을 바라보고 있는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가 올해 영문 사이트를 개시했다. 글로벌 시장과의 접점을 늘린다는 취지다.

이는 국내 규제 환경을 고려했을 때 주목할 만한 시도다. 국내 규제 상 현재 외국인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거래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업비트는 해외 가상자산 프로젝트와의 소통을 늘리고, 글로벌 시장에 한국 거래 환경을 알리기 위한 첫 단계를 밟았다.

◇외국인 고객은 없지만…해외 가상자산 프로젝트와 소통 확대

5일 두나무(업비트 운영사)에 따르면 업비트는 올해 3월 말 영문 서비스를 개시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인 지난 4월 말에는 세계 최대 블록체인 콘퍼런스 '컨센서스 2023'에 전시 부스를 마련해 업비트 브랜드를 해외에 알렸다.

이는 업비트의 그간 행보를 고려하면 이례적인 도전이다. 업비트가 외국인 고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업비트는 규제로 인해 국내 비거주자 및 외국 법인의 가입을 제한하고 있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도 국내 통신사에 가입된 본인 명의 휴대전화와 케이뱅크 계좌가 있어야 가입할 수 있다. 사실상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영업은 불가능한 상태다.

외국인 고객은 받을 수 없지만 글로벌 시장과의 접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업비트에 상장된 해외 가상자산 프로젝트가 매우 많기 때문이다. 또 업비트가 발굴해야 하는 유망 가상자산 프로젝트들도 해외에 많이 존재한다.

'기업대소비자(B2C)' 영업은 불가능하지만 '기업대기업(B2B)' 영업은 반드시 필요한 셈이다. 해외 가상자산 프로젝트와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선 영문 사이트가 필수적이다.

지난달 컨센서스 현장에 마련했던 부스도 해외 가상자산 프로젝트와의 소통 채널을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 컨센서스가 가상자산 프로젝트들을 포함해 수많은 블록체인 업계 종사자가 모이는 장(場)인 만큼, 업비트의 전시 부스는 해외 유망 가상자산 프로젝트를 발굴하는 채널로 쓰였다.

지난 4월 '컨센서스 2023' 현장에 마련된 업비트 부스.

◇'간판 서비스' 업비트도 두나무 '해외 진출' 발판으로

이번 영문 사이트 개시, 컨센서스 참가 등을 계기로 업비트는 두나무의 해외 진출 발판 중 하나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그간 두나무는 '간판 서비스'인 업비트를 제쳐두고 대체불가능토큰(NFT) 등 신사업으로만 글로벌 시장 문을 두드렸다. 업비트가 외국인 고객을 받을 수 없으므로 다른 사업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 이 같은 전략에도 변화가 생겼다. 바이낸스, 크립토닷컴 등 글로벌 대형 거래소들이 국내 시장에 진입하고 있는데다, 외국인 고객이 없음에도 해외에서 업비트의 인지도가 꾸준히 올라가는 등 국내 시장과 글로벌 시장 간 경계가 더욱 흐려졌기 때문이다. 해외에 업비트 브랜드를 알릴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또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만큼, 한국 시장의 리테일(일반 투자자) 투자 열기를 세계에 알리는 데 있어서도 업비트가 할 수 있는 역할이 크다.

미국 블록체인 매체 더블록에 따르면 업비트는 지난 1월 거래대금 기준 법정화폐 시장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를 앞서는 수치다. 같은 기간 업비트는 현물 시장에서 바이낸스에 이은 세계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한국의 리테일 투자 열기가 뜨겁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실을 알리는 데 업비트가 주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업비트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과의 접점을 넓히고, 이용자 경험을 개선하기 위한 차원으로 영문 서비스를 지원하게 됐다"며 "업비트는 국내외로 인정받는 디지털자산 거래소가 되기 위해 품질, 보안, 투자자 보호 등 다방면의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hyun1@news1.kr